하지만 당장 완연한 회복세로 바뀔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다. 본격적인 위험자산 선호를 위해서는 다음의 세 가지 현상이 함께 충족되어야 한다고 본다. 첫째 풍부한 유동성, 둘째 유의미한 경제지표들의 반등, 셋째 금융위기와 관련한 불확실성의 해소 등 이 세 가지이다.
일단 첫 번째의 유동성 조건은 갖추었다고 봐야 한다. 전 세계적인 금리인하 러쉬에서부터 최근 Fed의 양적완화 정책까지 전 세계 정부들은 금융시장에 직간접적으로 돈을 퍼부었고 각종 신용스프레드의 축소로 나타나고 있다. 돈이 돌기 시작한 것은 확실하다.
두 번째 조건인 유의미한 경제지표의 반등의 경우 아직 확신은 할 수 없다. 하지만 변화의 조짐에 촉각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왔다는 판단이다.
미국의 소매판매나 주택착공 등 일부 경제지표에서 긍정적 징후가 보이고 빠르면 4월 중순부터는 미국을 위시한 각국 정부의 경기부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경기부양의 체감 효과는 처음 시작될 때 가장 크다.
가장 큰 걸림돌은 세 번째인 금융위기의 문제이다. 사실 금융위기가 단기간 내에 완전히 해소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시장은 그것을 믿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시티은행과 BoA 등이 1~2월 실적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별로 믿어주지 않는 분위기이다.
다만 이제는 금융시장에서 앞으로 적용될 준칙, 즉 오바마 정부가 ‘향후 어떤 전략을 갖고, 어떠한 프로세스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겠다’하는 납득 가능한 로드맵을 제시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현 상황은 ‘이수일과 심순애’에 나오는 신파극 대사처럼 ‘유동성을 따르자니 펀더멘탈이 울고, 펀더멘탈을 따르자니 유동성이 우는’ 격이다. 아마도 4월 내내 이 두 가지 변수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듯하다.
최종 승자는 2분기에 드러나겠지만 결국은 유동성의 힘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한다. 펀더멘탈의 악화는 정책 효과로 인한 경기 회복 과정에서 개선될 수 있고 그 때 주식시장은 선순환구조로 전환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앞만 보고 달릴 시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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