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15:26 (화)
연임 성공한 이주열 한은총재
연임 성공한 이주열 한은총재
  • 리치
  • 승인 2018.03.30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계 빚·G2 전운 속 정책역량 ‘시험대’

 

무려 10년 7개월 만에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통상 공세를 강화하면서 ‘무역 전쟁’ 전운이 감돈다. 44년 만에 연임하는 영광을 얻은 이주열 총재에겐 1기 때보다 더욱 엄중한 상황에서 통화정책을 펴야하는 상황이다. 금리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최적의 시기를 모색하려는 이 총재 시각을 리치에서 자세히 조명해 본다.

“기준 금리를 앞으로 한 두 차례 올리더라도 그것이 곧 긴축은 아니다.”- 국회 인사청문회
“금리 인상 시기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인데 대내외 경제동향과 전망 등 여러 가지를 놓고 고민을 해서 결정하겠다.” - 미 연준 금리 인상 직후  첫 출근길 기자와의 문답
특정한 요인이 급격히 변동한다 해서 통화정책에 변화를 줄 수 없는 것이라고 수 없이 강조한 이주열 한은 총재다운 어록이 재현됐다.


임무 더욱 막중 두 번째 임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4월부터 두 번째 임기에 들면서 독립적 통화정책 기관으로서 이 총재와 한은의 역할이 더욱 막중해졌다.
기준금리 조정을 언제 얼마나 할 것인지, 기준금리 외의 통화정책 수단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지, 정부와 정책공조는 물론 어쩌면 금융권과 합심해서 문제를 풀어가야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어서다.
정부 당국이 가계대출 요건을 강화하는 정책 강도를 끌어올렸고 추가 조치들도 대기 중이어서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형편이다.
여기에 우리 시각 3월21일 미 연준 FOMC가 정책금리를 1.25~1.50%에서 1.50~1.75%로 끌어올림으로써 우리 기준금리 1.50%보다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미 무역 최대 흑자국인 중국에 무역전쟁 선전포고와 함께 구체적인 공세에 들어갔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국제교역이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는 셈이다.


독립기구 이후 첫 총재 연임

이주열 총재 연임은 결국 첫 임기 동안 통화정책을 무난히 집행해 왔고 현재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이 직면한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미 역량 검증이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라고 풀이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진행한 인사청문회는 이 총재 연임에 걸림돌이라기보다는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국회를 설득하고 협조를 미리 구하는 장이나 다름 없었다.
국회 기재위는 3월21일 이 총재가 조사국장과 정책기획국장, 부총재와 총재로 재임하면서 통화정책 분야 전문성과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와 함께 인사청문보고서를 만장일치로 했다.
단 한 가지 기재위는 이 총재에게 한은의 독립적    역할, 그리고 앞으로 구조개혁에 힘써달라는 주문을 덧붙였을 뿐이다.
김성환 전 한은 총재가 1974년 연임한 전례가 있지만 한은이 독립기관으로 1988년 격상된 이래 사실상 첫 연임의 영광과 함께 어느 때 못지않게 막중한 책임과 과제를 안고 가야한다.


미 금리인상 의연한 대응

이주열 총재는 그래도 의연하게 중심을 잡고 가겠다는 뜻으로 확고한 모습이다.
미 연준 금리 인상이 확인된 후 첫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도 외국인의) 대규모 자본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2007년 8월 이후 10년 7개월 만의 금리역전 현상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도 원칙과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총재는 미 연준이 올해 두 세 차례 내년엔 세 차례 인상할 것을 예고하며 내년 인상 강도가 더 커질 것으로 풀이할 법한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시장이 받는 충격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비록 “다소 매파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는데 (이번 결정과 올해 정책방향은) 시장 예상에 부합했기 때문에 미국 금융시장에서 여러 가격변수에 이변이 없었고 국내 금융시장도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담담히 받아들였다.


한 번 이상 ‘인상’ 응수할 듯

5월 한국은행 금리 인상설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오해 살만한 언급은 피하고 통화정책 당국으로서 원칙과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 총재는 “내외금리가 역전된 만큼 늘 하는 얘기지만 경각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라는 말로 운을 뗐다.
이어 금리 인상 시기는 여러 가지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경제 동향에 대한 분석과 향후 전망에 대한 판단을 종합적으로 놓고 고민해서 결정하겠다는 그간의 답변스타일을 되풀이했다.
이 총재는 연내에 금리 인상이 추가로 있을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반드시 어떤 상황과 조건에서 언제쯤 할 것이라고 예단하지 말아달라고 다시 거꾸로 요청하는 역공도 다시 취하기도 했다.  
국회 마지막 인사청문회에서 이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게 아니냐”고 한 야당 의원이 묻자 “완화기준을 끌고가겠다고 해서 금리를 동결하거나 내리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두 번 올려도 긴축은 아니다”

금리 인상 회수가 한 번일지 두 번일지 섣불리 예단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 총재는 “지금 금리도 충분히 완화적이라 한 번, 두 번 올려도 긴축이 아니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완화 정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국내 정책금리를 한 번, 두 번 올리더라도 ‘긴축’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차가 100bp(1%포인트)까지 벌어지더라도 무방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한미 금리 역전의 폭은 어디까지이고 언제까지 역전이 되도 무방하다 하는 것은 예단해서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과거 두 차례 금리역전이 있었는데 2년 정도 갔다. 그때는 그때 상황이 반영이 된 결과이고, 지금은 그때의 경제 여건과 다르기 때문에 몇 퍼센트까지는 가능한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안정 경제 뒷받침 최적 모색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05년 8월부터 2007년 8월까지 25개월 지속됐던 적이 있다.
이 총재의 판단을 종합하면 이번 미국 정책금리 상단이 우리 기준금리보다 25bp 높은 상황에서는 크게 걱정할 것은 없지만 대내외 경제 성장 경로와 금융시장 움직임에 유의해서 국내 금융 안정성과 경기성장을 뒷받침 하는데 충분할 만큼 여유 있게 자금유동성이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으니 지켜봐 달라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먼저 외국인 자본의 대규모 이탈을 비롯한 국내 금융시장 안정성이 흔들릴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래도 “앞으로 연준 통화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있다”고 말하는 등 유심히 살펴야 할 모니터링 요소에 대해선 빠짐 없이 현재 상황과 앞으로 전망에 대해 공개하는 방식으로 일 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길어지면 우리 수출기업들이 타격을 입기 때문에 안심하기 어렵다.
또한 최근 1450조원에 치달은 가계부채는 새로운 통계가 나올 때마다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최근 전세값 하락이 서울까지 확산되면서 전국적인 주택 매매값 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4월에 당장 올리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란 사실을 이 총재가 더욱 잘 알고 있다.


새 금통위 멤버와 합심 예상

이 총재는 대내외 경기 동향과 금융시장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최적 타이밍에 꼭 필요한 정책대응을 거듭 약속하고 있다.
올해 안에 인상하더라도 당장 상반기엔 피할 개연성도 짙다.
일단 정부 주택대출 요건 강화를 비롯한 부동산 연착륙 정책 효과를 확인해야 하고 외국인 자금 유출입 여부, 원달러 환율 움직임,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시키는 전환점이 될지 여부, 미중 대치가 강대강으로 갈 것인지 원만한 타협으로 흐를지 여부 모두를 감안해서 통화정책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편이 지극히 ‘이주열 스러운’ 접근 자세일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총재 임기는 연이어 넘어가지만 오는 5월 함준호 위원이 임기가 끝나 새 멤버를 받아들일 전망이다. 한은 내부적으로 부총재보 자리가 비어있기도 하다.
금융시장 일각에서는 부총재보 등 내부 보강인사를 단행하고 새 금통위원을 맞이한 다음인 오는 6월 한은 창립기념사를 통해 대내외 불안요인이 어느 때보다 고조된 현 상황에서 한은의 정책 방향과 원칙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프로필
▲ 1952년생
▲ 학력
     - 원주 대성고, 연세대 경영학과, 펜실베니아 경제학 졸
▲ 경력
     - 한은 입행(1977년)
 뉴욕사무소 수석조사역, 조사국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금통위원)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한은 총재(현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