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3444km 긴 국토를 지닌 베트남은 외세의 영향을 빈빈히 받으며 역사 문화적 부침을 거듭했던 나라이자 2차 세계대전 후에 독립과 함께 분단됐다가 북쪽 사회주의 세력이 통일을 이룬 역사적 변동이 숱한 문화유산에 고스란히 남아 있고 천혜의 절경이 방문객의 발길을 끝없이 유혹하는 매력이 있다.
동남아시아의 인도차이나 반도 동부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나라이며 북쪽은 중국과, 서쪽은 라오스와 캄보디아와 접하고 동쪽은 바다를 면하고 있다.
남북으로 긴 해안선은 무려 3444킬로미터에 이르며 지정학적 특성 때문에 외국의 침략과 지배를 자주 받아오다가 1884년 프랑스 식민지가 되어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에 편입되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독립을 선언하였으나 1954년 북베트남의 공산당정권이 들어서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남북으로 갈라졌으며 남북 간 20여 년에 걸친 긴 전쟁을 가져왔다. 1975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국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통해 공산화를 이룬 나라이다. 정식명칭은 베트남 사회주의공화국(Socialist Republic of Vietnam)이다. 유산지가 많이 있지만 그 중 세 곳을 살펴보고자 한다.
옛 황제도시, 유서 서린 고도
첫째, 후에 기념물 복합지구(Complex of Hue Monuments) 는 19세기 초 절정에 이르렀던 사라진 베트남 봉건 제국의 힘을 볼 수 있으며 동부 봉건 수도의 전형을 보여 준다.
후에는 1802년 통일 베트남의 수도로 건설되었으며, 이후 1945년까지 응우옌 왕조의 정치, 문화, 종교의 중심지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완벽하게 방어적인 수도를 설계하고 건설한 사례이며, 나중에는 도시 구조와 건물 설계의 완전성으로 인해 후기 봉건 도시 계획의 표본이 되었다.
후에는 지리적으로 베트남 중심에 있으며 해상 진출이 유리하여 수도로 선정되었다. 수도의 주 성곽은 정사각형 모양이다. 방어벽에는 각 변과 10개의 성문, 성벽에서 돌출된 보루 6개가 있다.
이 복합 단지 중심에는 검은 성벽으로 둘러싸인 금단의 황제 도시가 있다. 성벽 정면에는 왕의 전용 문이 있으며 다른 성벽에는 각각 다른 목적을 가진 문이 있다. 처음에는 성벽 안에 40채 이상의 건물이 있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폐허가 되어 건물 기초만 남아 있다. 199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천혜의 하롱베이
둘째, 하롱베이(Ha Long Bay)는 통킹(Tonkin) 만에 있으며 약 1600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석회암 기둥들로 이루어진 바다 경치는 장관이다. 험준한 자연 조건 때문에 대부분 섬에 사람이 살지 않으며 다른 지역에 비해 인간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롱베이의 지형은 물에 잠긴 카르스트(karst) 경관으로 유명한데, 이 석회암 카르스트 지형은 오랜 세월 동안 바닷물의 조수 간만의 차이로 바닷물이 들고 나기를 거듭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하롱베이의 석회암들은 침식을 통해 원뿔형의 봉우리가 밀집한 펭콩(fengcong)과 고립된 탑 모양의 펭린(fenglin)이라는 카르스트 지형으로 발달했고 이후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변형되었다. 하롱베이의 두드러진 특징은 큰 석회암 섬 안에 호수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규모 석회암 동굴은 또 다른 중요 경관으로 꼽힌다. 이 지역은 복합적 환경 아래 카르스트가 형성된 과정과 지리기후학적 역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독특하면서도 광범위한 자료를 가지고 있다. 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기에 1994년 세계자연유산지로 선정되었다.
호이안 고대 도시
셋째, 호이안 고대 도시(Hoi An Ancient Town)는 15세기에서 19세기에 건설된 동남아시아 무역항으로 아주 잘 보존되어 있는 지역이다. 이 도시의 건물과 도로 계획은 토착 문화에 외국 문화가 영향을 미친 결과로 두 문화가 결합되어 독창적인 문화가 형성되었다.
대부분의 건물은 19세기와 20세기의 전통적인 건축 양식에 따라 지어졌으며 전통적 유형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일렬로 늘어서 있다.
건축물로는 탑이나 절, 회합장소 등 항구 지역사회의 발달과 관련한 종교적 건물을 포함하고 있고 전통적인 생활방식, 종교, 관습, 요리법 등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으며 지금도 해마다 많은 축제가 개최되고 있다.
시대가 지나감에 따라 베트남 해안지역에 다낭을 비롯한 다른 여러 항구들이 부상하기 시작하자 호이안 시대가 종말을 고하게 되었다.
이러한 경제적 침체는 호이안의 초기 모습을 놀라울 정도로 훼손되지 않고 원형 그대로 남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이는 베트남에서 유일하다. 이러한 전통적인 아시아 무역항이 잘 보존된 모범적인 사례이기에 199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
베트남은 54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다. 그 중 인구의 약 87퍼센트가 베트남인(킨족)으로 수천 년 전에 중국 화남지방으로부터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하노이를 중심으로 하는 북쪽 지역은 중국문화의 영향이 짙다.
사람들의 성향도 그러하다. 후에와 다낭이 있는 중앙지역은 고대 도시를 비롯한 옛 수도를 간직한 전혀 다른 지역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옛 사이공이 지금은 호치민시로 변한 남부 지역은 열대 과일이 넘치고 사람들도 더욱 활기가 넘친다. 베트남은 이러한 여러 다양한 모습을 간직한 곳이기에 볼 것도, 먹을 것도 풍성한 매력이 넘치는 나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