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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산분리 완화 토론회 “원칙 훼손땐 사금고화”
은산분리 완화 토론회 “원칙 훼손땐 사금고화”
  • 리치
  • 승인 2018.09.0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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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은행·산업자본 분리 원칙의 예외적 완화로 돌아서겠다고 밝히기 전에 추혜선 의원과 경실련·참여연대가 토론회를 열었다. 경제력 집중이 심한 우리나라에서 은산분리 규제는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집약된 자리였다. 완화정책 반대 논리의 종합판을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점에서 주요 내용을 리치에서 정리해 본다.

 

 

추혜선 의원(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가 8월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마련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는 주제부터가 ‘천만계좌의 예금, 재벌 금고로 들어가나’였다.
정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이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에 예외적 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이 규제의 역사적 맥락과 정책적 함의를 살펴보겠다는 취지였다.
추혜선 의원은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재벌의 입김이 센 현실로 볼 때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풀고 장차 소유 규제를 없애면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라며 “은산분리 분리규제는 금융혁신을 위축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전한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원칙”이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계열사 CP·회사채 돌려막았던 사례

첫 번째 발제에 나선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예로들며 재벌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입증하는 방식으로 논지를 전개했다.
박 교수는 “재벌 계열사 동반 부실화의 연결고리 역할을 금융계열사가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 설명에 따르면 당시 동양그룹은 높은 부채비율, 건설 관련 저수익형 사업구조 하에서  수익성이 악화되고 열악한 재무상태 탓에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CP(기업어음)로 자금을 조달하여 계열사의 주식과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의 지원에 나섰다.
결국 CP 발행이 급증했고, 기 발행 CP 상환을 위해 추가로 CP를 발행해야 하는 악순환이 이어졌고 이 상황에서 동양자산운용은 자사 펀드 40여 개에 동양그룹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법이 허용하는 상한선까지 사들였다는 것이다. 여기다 동양증권이 다른 증권사를 거래 중간에 끼우는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 그룹 계열사의 CP와 채권 판매를 지속한 결과 2013년 9월 현재 개인투자자 5만 명이 1조7000억원어치를 보유하게 되기 이르렀다.
박 교수는 동양그룹 사태를 두고 “금산복합 출자구조를 지닌 금융회사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 은산분리 중요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비금융 계열사 부실 전이 위험

박 교수는 ▲비금융 계열사 부실이 계열 금융기관 부실로 전이될 위험 ▲수탁자인 고객의 이해와 총수일가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 ▲재벌 계열사 동반 부실화의 매개 역할을 금융계열사가 수행해온 점 등을 꼽았다.
나아가 그는 “행위 규제와 감독만으로는 (동양그룹 사태와 같은)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특전금전신탁을 통한 계열사 지원 목적의 CP 취득 금지 규제가 이미 2005년 11월30일 도입되었으나 작동되지 않았던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권 채무 기준으로만 주채무계열 지정을 하던 감독·제도상 한계점이 발생한 것을 지적하면서 아울러 그는 동양그룹 사태는 감독 기관이 무력화될 가능성, 비대칭정보 문제로 인한 감독 및 규제의 한계, 사후 약방문 식 정책대응의 반복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박 교수는 “동양증권이 증권사가 아니라 은행이었다면, 동양그룹 사태는 특정 재벌의 몰락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 금융 및 경제위기를 야기했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은산분리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수탁자인 고객의 이해보다 총수일가 이해가 우선적으로 선택되는 사금고화 우려가 가장 대표적이라고 상기시켰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카카오뱅크가 자본확충에 성공적이었던 것에 반해 케이뱅크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은산분리 규제 때문이 아니라, 가계신용대출시장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케이뱅크의 존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빅데이터·블록체인과 은산분리 무관”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기업대출 금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만 완화한다는 원칙 등으로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보완장치를 제시하며 ▲4차 산업혁명 활성화 ▲고용 촉진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 ▲재벌 대기업 사내유보금 활용 유도 등을 이유로 은산분리를 완화하겠다고 주장한다고 요약했다.
이에 대해 전성인 교수는 “정부가 내세운 보완장치는 충분하지 않으며, 언필칭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목적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4차 산업혁명 활성화 논리에 대해선 빅데이터 활용·블록체인 기술 등과 은산분리 완화는 무관하고 기존 은행의 IT 투자 촉진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전 교수는 최근 은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에 불을 당긴 케이뱅크 사례를 비판적으로 살피는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가 인터넷전문은행 규제 완화를 통한 고용 촉진 효과를 앞세우지만 300명 미만의 케이뱅크 고용인원·비대면 거래 활성화로 고용을 촉진하겠다는 발상은 허구적이라고 주장했다.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1년 실적은 오히려 그 반대 현상이 노출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따라서 전성인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진정 추진해야 할 정책방향은 특혜와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은산분리 완화 시도는 중지하는 것이 맞다고 촉구했다.


“규제완화 전제로 제도도입한 게 원죄”

토론에 나선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기술(Fintech) 혁신을 위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 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고 여전히 ‘사금고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도 “은행”이므로 정보통신기술 보다는 여신 관리 등 위험 관리 업무가 더 중요하다“면서 은행 경영 경험이 없는 대주주 출신 인사가 은행장 등 임원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은행 경영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도 꼽았다.
백주선 민주화를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이슈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강화 방향에 맞춰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미국, 일본, EU 등의 경우, 대체로 은산분리규제를 유지하고 있고,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해서 특별한 규제 완화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2003년 신용카드 사태, 2008년 키코사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3년 동양증권 사태 등 대규모 금융소비자피해가 반복되었는데도 금융감독당국은 그 예방이나 사후 수습에 미진했던 전례를 볼 때 현재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는 점도 거론했다.
백 변호사는 “특별한 제도 개선도 없이 금융소비자피해구제에 필요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집단소송제도 도입 등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도 꼬집었다.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인터넷전문은행 증자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은산분리규제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을 전제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무리한 정책집행에 책임을 제기했다.
조 조사관은 “(지난 정부 시절)금융감독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의 편의성·혁신성을 강조하면서,  은행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은행업 인가 심사기준의 중요 사항 중의 하나인 자본금·자금조달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에 소홀한 측면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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