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15:26 (화)
“임상과 연구는 중요한 두 축이다”
“임상과 연구는 중요한 두 축이다”
  • 김은희기자
  • 승인 2019.05.06 00: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긍년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국내 임상분야에서 선도적 위치를 굳건히 하고 있는 곳이 바로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는 최근 훌륭한 기초 연구 성과를 거두면서 업계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특히 미세침습 척추 수술과 고난도·고위험 척추 수술의 안전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신경외과의 지휘봉을 잡고 전체를 컨트롤하고 있는 김긍년 교수(신경외과과장)가 있다.  리치  에서는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면서 국민들의 ‘척추건강’을 위해 불철주야 최선을 다하고 있는 김 교수를 직접 만나 스토리를 들었다.  

 


“임상과 연구는 대학병원에서 중요한 두 축이다. 임상과 연구를 잘 조화롭게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과로 거듭나는 길이다.”
김긍년 교수의 일성이다. 지난 1989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이후 줄곧 척추연구에 몰입하며 살았다. 학생들을 지도하며 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돌보면서 ‘건강한 척추 지키기’를 위해 고민하고 또 노력했다.
때문일까. 의료업계에서 ‘김긍년’이란 이름 석 자의 무게감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기초연구회 회장(2010~11년), 대한신경손상학회 보험상임이사(2011~12년),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학술이사(2014~15년),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윤리이사(2016~17년) 등을 역임한 이력은 그의 존재감을 방증하고 있다.


“퇴행성 척추 질환, 늦추는 게 중요”

“현재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에서는 뇌 분야(뇌혈관, 종양, 정위기능, 소아)와 척추 분야로 나누어져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간 4000여 차례 이상의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1957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신경외과가 독립된 과로 출발한 곳이다. 이후 1980년대에 뇌혈관, 정위기능, 척추, 소아 신경외과로 세분화하여 전문화된 진료 영역을 구축하면서 발전해 왔다. 특히 작년 초에 2세대 오암(O-ARM)을 첫 도입해 척추수술의 정확성 높이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척추 질환의 대부분은 퇴행성 질환이다. 목, 허리 디스크, 협착증 이 세 가지가 척추에 가장 많이 생기는 질환이다. 노화가 원인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퇴행성 척추 질환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노화가 최대한 늦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척추질환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김 교수는 올바른 자세와 척추 주위의 근력을 단련시키기 위한 올바른 운동이 예방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척추 질환의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병의 정도와 증상인데 신경에 이상이 없는 정도의 척추 질환은 대부분 보존적 치료로 호전된다는 설명이다.
“다리나 발목에 마비가 없는 허리 디스크나 협착증, 팔, 손의 마비가 없는 목디스크, 보행에 지장이 없는 경추 협착증은 대부분 보존적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통증이 주요 증상인 경우는 보존적 치료로 호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척추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는 경우 환자 스스로 진단을 내리지 말고 척추 전문의와 꼭 상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경학적 이상이 있는 척추 질환은 수술적인 치료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 척추건강을 바로 알 수 있는 진단법은 없을까. 김 교수는 자세와 통증의 유무를 보면 건강한 척추를 가진지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의 편안하게 서있는 모습을 옆에서 봤을 때 머리가 골반과 일직선상에 있다면 일단 좋은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머리가 골반 보다 앞으로 나와 있다면 목과 허리에 통증이 있거나 무리가 될 수 있는 자세라는 것이다.
그는 목이나 허리의 통증이 있으면서 팔이나 다리 통증이 있다면 디스크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어떠한 통증이라도 4주 이상 지속된다면 꼭 병원을 방문해서 원인을 밝혀봐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목디스크 환자 분들이 목, 어께, 팔에 통증이 있다. 어께 통증이 있을 경우 어깨 관절의 문제와 구별해야 하는데 관절에 문제가 있을 때는 어깨를 움직이는 동작, 팔을 들거나 돌릴 때 주로 통증이 발생하고 디스크에 의한 신경 통증의 경우는 팔이나 어깨를 움직이지 않을 때도 통증이 있다. 오히려 목을 움직일 때 통증이 호전되거나 악화되는 특징이 있다.”
김 교수는 목디스크의 치료에는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통증이 주 증상이고 팔의 마비나 보행에 지장이 없다면 물리치료, 약물치료를 먼저 해보고 호전이 없다면 주사치료 또는 시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로 70% 정도의 환자는 호전을 보인다는 게 그의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보존적 치료에 호전이 없거나 주증상이 팔이나 손의 마비가 동반된 경우나 보행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조기에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고. 


“몸속 뼈와 장기 훤히 본다”

작년 2월, 세브란스병원은 의료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몸속 뼈의 생김새나 장기 위치 등을 3차원(3D) 영상으로 보여주는 2세대 촬영장비 오암(O-ARM)과 내비게이션을 도입한 게 그것이다. 3D 영상으로 수술 부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 중증 척추환자들의 예후가 훨씬 좋아질 수 있다는데 이들 장비를 도입한 주인공이 바로 ‘김긍년 교수팀’이다.
“오암(O-ARM)이라는 장비는 방사선 장비로 수술 중 시행할 수 있는 CT장비라고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은 운전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수술 중에 이 두 장비를 이용해서 복잡하고 위험한 수술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시간으로 일반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으면서 수술 병변과 수술 기구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수술을 할 수 있다.”
일례로 위험한 목뼈에 나사로 고정하기 위해 기존에는 의사의 해부학 지식과 수술 전 촬영한 영상, 일반 X-ray를 보면서 어렵게 나사를 삽입했는데 이 장비를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위험한 구조물을 직접 보면서 보다 쉽고 안전하게 삽입할 수 있다고.
미래에는 척추 수술에서도 로봇과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수술이 보편화 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러한 장비를 이용한 수술은 미래 수술을 위한 준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는 게 김 교수의 얘기다.
실제 2세대 오암과 내비게이션은 1세대에 비해 3D 촬영 범위가 2배 정도 넓으며 방사선 조사량은 CT의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고 한다. 몸속을 촬영해 3D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로 의료진이 환자를 수술할 때 수술도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수술 부위의 미세한 변화도 감지하는 게 핵심 기능이라는 것이다.
“척수 손상은 아직까지 적절한 치료법이 없고 손상 받은 신경은 잘 회복되지 않고 평생 마비를 가지고 지내야하는 매우 불행한 병이다. 현재까지의 치료법은 손상이 진행하지 않도록 적절한 약물, 수술적 치료를 하고 나머지 보존된 신경 기능으로 재활 치료를 하는 정도다.”
사실 김 교수는 이전부터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 척수손상의 줄기세포 임상연구다. 현재 사용하는 줄기 세포를 개량하는 작업과 어떤 환자에서 줄기 세포 치료가 효과가 있는지 밝히는 연구를 하고 있고 2~3년 내로 2차 임상 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줄기 세포 치료가 손상된 신경을 재생 시킬 수 있다는 여러 실험적 결과가 보고되면서 환자에 직접 적용하는 임상 시험이 시작됐고 세브란스 신경외과에서도 1차 임상시험을 했다.
그 결과 일부 환자(전체 환자 중 약20%)에서는 신경 기능이 호전되는 결과를 보여 치료적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확립된 치료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먼 치료법으로 판단된다고 한다.


‘희귀고서’ 기증자로서 또 다른 주목 받아

2018년 10월. 김 교수는 의사가 아닌 고서기증자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고 김춘동 교수(전 고려대학교 한문학과 명예교수)가 소장해오던 고문헌 150여 종과 760여 점을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한 것이다. 기증본들은 오늘날 백과사전 형식의 문헌으로 일상·문화·학문·역사·자연 등 광범위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 조선 후기 문화사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김춘동 전 명예교수는 위당 정인보, 육당 최남선 등과 함께 역사서·문학서를 번역하기도 했으며 저서로 ‘운정산고(云丁散藁)’를 남겼다. 그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지식인으로서 국권을 상실한 시대에도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노력한 학자로 유명한 인물이기도 하다. 
“제 조부께서 한학자이시면서 고려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할아버지께서 평생 연구하시고 모으신 고서적이 저희 집에 있었는데 불행히 자손 중에 그 자료를 이용할 전공을 가진 사람이 없어 중요성과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제가 보관 정도만하고 있었다.”
병자호란 때 척화를 주장한 청음 김상헌(1570~1652년)의 후손인 김 교수는 세월이 지나면서 서적이 점차 낡게 되고 보관에 어려움이 있어 기증할 곳을 알아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과에서 평가해 보니 상당히 가치 있는 서적들이 포함되어 있어 기증하게 되면 할아버지의 성함으로 문고를 만들어서 영구히 보존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흔쾌히 기증을 하게 됐다고.
실제 기증본에는 문집 및 문학작품이 대다수다. 선조인 김상헌의 ‘청음선생집(淸陰先生集)’을 비롯해 ▲매천집(梅泉集) ▲농암집(農巖集) ▲금계집(錦溪集) ▲급우재집(及愚齋集)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연감류함(淵鑑類函)과 사문류취(事文類聚)와 같은 사전류와 사례편람(四禮便覽)이나 제례통고(祭禮通考) 같은 예학서, 안동김씨세보(安東金氏世譜)’와 만성보(萬姓譜) 같은 족보류도 있다. 무엇보다 기증본 중에서도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은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는 희귀자료인 ‘송간이록(松澗貳錄)’이다. 현재 국·한문 혼용 2책만이 전해지고 있었으나 이번 기증을 통해 53책으로 구성된 필사본이 공개됐다.
김긍년 교수는 “(저도) 허리 통증이 있어서 고생한 적이 있는데 가급적 시간이 될 때 걷는 운동을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스트레칭과 같은 맨손 체조를 하고 있다”며 “평소 가벼운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척추 건강관리에 중요한 점이라고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우리 사회도 점점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고령화 사회에서 삶의 질은 척추 건강에 따라 상당히 영향을 받는다”면서 “척추 건강의 중요한 두 요소는 자세와 근력으로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평소에 가벼운 운동이라도 척추 관련 근육을 유지하는 꾸준한 운동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프로필
▲ 학력사항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사(1989년)
-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석사(1994년)
-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박사(2002년)

▲ 교육 및 연구 경력
- 강남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전공의(1990~1994년) 
- 연세의대 신경외과 강사(1997~1999년) 
-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임상전임강사(1999년)
- 건양대학병원 신경외과 조교수(2000~2002년)
- 연세대학교 신경외과 조교수(2002~2006년)
- 미국 마이아미대학 연수(2003~2005년) 
- 연세의대 신경외과 부교수(2006년~현재) 
- 연세의대 신경외과 교수(2012년~현재)
- 연세의대 신경외과 과장(2016년~현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