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15:26 (화)
“리세션에 대한 공포는 과도하다”
“리세션에 대한 공포는 과도하다”
  • 김은희기자
  • 승인 2019.05.06 0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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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하는 한편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종전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4월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이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1%포인트 낮춘 2.5%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리치  에서는 한국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과 고심을
이 총재를 통해 엿봤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빚 총량은 매우 높은 수준이다. 증가세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리 인하를 검토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한 것은 시장 전망에 부합한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시장의 관심은 ‘소수의견이 존재 하는가’였지만 금통위는 ‘만장일치’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이는 하반기 경제가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 기인한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재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내릴 수도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올 성장률 2.5%로 하향

이 총재는 일부에서 가계빚 증가세가 안정되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보다 내리는 것을 고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리세션(경기후퇴)에 대한 공포는 과도하다”며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맞춰 통화당국의 통화정책도 금리 인하를 하는 방향으로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도식적인 생각이고 예상했던 성장 흐름이 이어진다면 현재로서는 금리 인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장·단기 채권금리 역전(10년물 채권 금리가 3년물 채권 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나 0%대로 떨어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일시적’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이날 기준금리 동결보다 시선을 끈 것은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월 2.9%로 처음 제시된 이후 7월과 10월, 올해 1월 그리고 이달까지 4차례에 걸쳐 각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0.4%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1분기 수출과 투자의 흐름을 점검해보니 당초 예상보다 실적치가 낮은 것으로 파악돼 이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단호한 어조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 1분기 경기 성장 흐름이 예상보다 부진한 데에 따른 것이라는 얘기다.
이 총재는 다만 앞으로 재정지출 확대와 수출·투자의 부진 완화 등으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특히 성장률 흐름은 상반기에 2.3%를 기록하겠으나 하반기에 2.7%로 높아질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내리며 경기 인식을 수정한 것은 작년 말부터 지속된 수출과 투자 흐름이 뚜렷하게 나빠진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예컨대 부문별 전망치를 보면 설비투자의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상품수출도 1월 3.1% 전망에서 2.7%로 내려갔다. 민간소비도 2.6%에서 2.5%로 소폭 줄었으며 경상수지 흑자도 690억 달러 전망에서 665달러로 감소했다. 또 취업자수 증가 수는 14만명으로 유지됐으나 작년 4월 전망치인 29만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이날 주목을 끈 것은 또 있다. 최근 일부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할 적기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한 한국은행의 입장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의 주요 골자는 현재가 예를 들어 지금의 1000원을 1원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면서 “화폐단위 변경 관련 기대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하고 지금은 우리 경제 활력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선을 그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이번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을 낮췄다. 정부가 6~7조원 수준의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는데 이번 경제전망에 추경이 반영됐는지.

 

A. 이번에 연간 성장률을 조금 낮춘 것은 1/4분기 중에 수출과 투자의 흐름을 점검해 보니 그것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것으로 파악을 해서 이것을 반영한데 주로 기인한 것이다. 앞으로는 정부가 추경을 포함해서 재정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또 1/4분기 중에 부진했던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조금 더 완화될 것으로 보여 향후에는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추경 논의가 되고 있지만 추경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4월 전망에는 이 추경을 반영하지 않았다.

 

Q. 지금 성장전망도 하향했고 물가전망이 지금 1.1%로 하향됐는데 이러면 저성장 저물가라는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이전보다 커졌다는 분석이 있다. 향후 이 같은 요인에 따른 디플레이션 리스크의 현실화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A. 결론적으로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보고 있다. 최근 물가가 큰 폭으로 낮아진 원인과 앞으로의 여건 등을 감안해 보면 일부에서 우려하듯이 그런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본다. 우리가 공급 측 요인이라든가 정부정책의 효과를 제거하고 그런 영향을 빼놓고 경기상황과 관련이 높은 그런 물가지표를 따로 놓고 분석을 해보면 그러한 물가는 1%대 중후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으로도 보면 임금상승세가 이어질 것이고 공급측면의 물가하방압력이 그간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했는데 그러한 압력도 완화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대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Q. 직접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상황이 아니라는 의견을 말씀해 주셨는데 그 의견을 여전히 견지중이신지.

 

A. 이번에 성장, 여러 가지 전망, 물가, 그리고 금융안정 상황 이런 것을 다시 한 번 짚어봤다. 그래도 이러한 입장에는 아직은 변화가 없다는 점을 말씀을 드린다.
우선 1/4분기 중에 수출과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점을 반영해서 금년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낮췄지만 앞으로는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지금 현재로서는 금리인하를 검토 할 상황은 아니라고 하는 종전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을 다시 말씀드린다.

 

Q. 물량기준 수출 같은 경우 2~3월에 감소가 지속되는 모습을 나타냈는데 향후 물량기준이든 금액기준이든 수출의 회복가능성, 특히 반도체 부문의 회복가능성에 대해서 어떻게 보고 계신지.

A. 1/4분기 물량기준으로도 수출의 증가세가 크게 낮아졌다. 그렇지만 하반기로 가면서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본다. 물론 하반기 이후에 회복이 되어도 연간 전체로 보면 물량기준으로 수출증가율이 작년보다는 조금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반도체다. 그런데 실제 3월중 데이터를 보면 3월중에는 반도체의 수출물량 회복속도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우리도 반도체 경기가 전망대로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고 반도체 경기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Q.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와 거시건전성 정책 등 효과도 언급해 줬는데 그렇다면 경계는 계속 해야겠지만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은 현 단계에서는 많이 줄었다 이렇게 봐도 될지.

A. 금융안정 상황에 대한 평가로 가장 대표적인 우리 가계부채를 1차적으로 평가 해보면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최근 수 개월간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고 그것이 주택경기라든가 정부의 강력한 억제정책의 결과에 상당히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규모가 GDP 기준으로 보면 GDP의 100%쯤 되고 가처분소득으로 보나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OECD 내 여타국의 평균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다.
그래서 지금 가계부채가 명목소득을 넘어서는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은 빨리 개선되어야 되겠고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소득을 웃도는 증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서는 계속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

 

Q. 최근에 나타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의 다소 상반된 흐름에 대한 견해는.

 

A.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큰 폭으로 유입되면서 코스피가 상당 폭 상승했다. 이렇게 외국인 투자자금이 큰 폭으로 들어온 것에 대해 미·중 무역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과 완화기조로 돌아선 미 연준의 영향, 중국 경제지표의 개선 등 이런 것이 종합적으로 작용을 해서 투자심리가 좋아진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채권시장도 월별로 기복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경기둔화에 베팅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다.
외국인의 투자행태는 글로벌 금융·경제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이기 때문에 최근의 일시적인 움직임에서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아니고 앞으로 이런 외국인 자금의 흐름을 면밀히 지켜보겠다.

 

Q. 최근에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 명대의 증가를 기록을 했는데 숫자는 조금 회복되는 느낌이지만 아직도 고용을 보는 시각이 좀 불안한 것 같은데 어떻게 보고 계신지.

 

A.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 명을 넘어서는 증가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으로 보면 고용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역을 보면 우리나라의 주력 제조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라든가 조선 부문의 고용상황은 해당 산업의 구조조정과 그 산업의 업황이 부진한데 따른 영향으로 인해 아무래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연령별로 보아도 여러 가지 취약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고 있다.

 

Q. 지난 3월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이제 얘기할 때가 됐다고 말씀하셨는데 아직까지도 관련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 기회에 입장을 조금 더 확실히 밝혀 주실 수 있는지.

 

A. 지금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지금 우리는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점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기대효과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작용도 많기 때문에 그야말로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한국은행 입장에서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렇게 엄중한 경제현실을 고려할 때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보다 우리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이 훨씬 많고 중요한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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