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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프리미엄, 환차익 챙겨볼까”
“동시에 프리미엄, 환차익 챙겨볼까”
  • 한계희기자
  • 승인 2019.05.08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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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팅하는 자산가들…1% 더 챙긴다

 


작년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여파로 터키채권은 다른 위험자산들과 마찬가지로 잠시 주춤했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는 강남의 고액 자산가들 사이 물밑에서 투자 열풍이 불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일부 자산가들은 환차익을 노리고 터키채권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권사 프라이빗 뱅킹(PB)센터에 투자 방법과 전망을 묻는 자산가가 늘고 있고 이 중 일부는 실제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4곳의 증권사에서만 판매되고 있는 터키채권을  리치  에서 자세히 알아봤다.


“터키 채권에 대한 위험성 우려가 존재하고 있지만 오히려 자산가 중에서는 이를 더 사겠다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데 대부분이 고위험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강남 자산가들을 상대하는 관계자는 이들 자산가가 터키 금융시장이 향후 개선될 것이라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작년 말부터 투자에 나선 자산가들은 아직 상환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한다.


“환차익을 노린다”
 
실제 자산가들 중에는 ‘역발상 투자’ 기회를 모색하는 투자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아직 규모가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돈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이들이 작년 4분기 이후 터키채권 투자에 나서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투자에 나서고 있는 큰손들은 올해 리라 가치가 ‘V자’로 회복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PB센터를 통해 터키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는 의사를 PB센터에 전달하고 조용히 확보해준 매물을 사들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터키채권에 투자하는 큰손들은 작년에 미국 금리 인상 등의 요인으로 신흥국 금융시장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간 자금이 유턴해 올해는 신흥국이 수혜를 볼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라며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비해 과도하게 싸진 터키 리라가 급격히 회복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터키채권은 리스크가 어느 정도 있는 만큼 금리도 높다. 작년 위기를 겪었던 터키채권의 수익률은 4분기 이후 수십 퍼센트를 호가했다. 가격이 크게 떨어진 후가격 반등을 노린 매수세가 강해진 탓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이후 투자에 나선 자산가들은 만족 할 만한 수준의 수익률을 챙겼다. 한 투자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중개한 터키 채권의 작년 3분기 말 이후 수익률은 41%에 달한다. 게다가 리라 가치가 꾸준히 오르면 추가 수익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터키 국채 매입을 문의하는 투자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PB들을 통해 터키 채권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조짐은 지금이 ‘역발상 투자’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는 투자자들의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물론 그 이면에는 터키 금융시장의 상황이 향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에 급락한 리라화 가치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를 하고 있다.
큰손들의 ‘투자문의’ 증가세

터키채권에 자산가들의 시선이 모이는 이유는 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바로 주요 금융기관의 낙관론이 그것으로 이것이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데 한몫 거들었다는 얘기다. 낙관론은 크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투자가치가 남아있다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위험보다 하락 폭이 과도했다는 진단이다.
이 같은 낙관론은 현재 시점에서 터키의 국가 부도 가능성은 낮아 보이고 터키 위기는 향후 미국-터키간 정치 역학관계 및 터키 대내정세 변화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큰손들이 터키채권에 투자하는 이유는 일단 채권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에서 출발한다. 환차익에 따른 수익률을 챙길 수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터키채권은 EIB가 발행해 차주가 건전하다고 해도 환손실은 어쩔 수 없다는 게 그것이다.
일례로 작년 터키 채권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가 중개했다. 이 때 대부분 AAA등급의 유럽투자은행(EIB), 유럽개발부흥은행(EBRD)에서 발행한 리라화 표시채권에 투자됐다.
소수 금액만 B+등급으로 하향 조정된 터키 국채에 투자된 것으로 추정됐는데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채권평가 수익률도 악화됐다.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이미 터키 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보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채권금리 상승에 저가 매력이 높아졌으나 가격의 추가 하락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안정성을 중시한다면 터키는 단기부채 비율이 높고 외교 마찰도 있어 당장 투자하기보다 관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터키 리라화가 차츰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터키 국채 투자는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채무불이행에 따른 국가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리라화 약세는 물론 경기 침체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리라 가치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다가 안정세로 접어든 것은 작년 4분기부터다. 올해 들어서는 5.2리라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앞서 리라 가치가 폭락한 것은 터키가 미국과 갈등을 빚은 것에서 시작됐다.
작년 8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 구금에 대한 항의로 터키에 대한 경제 재제에 나서면서 급락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0일 터키의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50%, 20%의 관세를 부과, 기존보다 두 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리라 환율은 작년 8월 13일 6.9938리라를 기록했다. 8월 7일 5.2287리라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33.75% 상승(리라 가치 하락)한 셈이다. 작년 8월 13일 기준으로 장중 달러당 7.13리라로 2017년 말(달러당 3.79리라) 대비 88%나 급락했다.
당시 터키채권은 1~2년 만기 단기 채권이 주로 팔렸는데 2017년까지만 해도 금리가 10% 수준이었으나 작년에는 20%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터키 국가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불나방 투자’는 지양해야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고액 자산가들이 터키채권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투자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터키의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는 게 그 이유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리테일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성향이 강하다”며 “고위험 성향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불나방 투자’가 촉발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터키는 높은 대외 의존도가 높아 미국과의 관세 전쟁과 함께 향후 이익 증가가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 터키의 주된 경제적 문제는 GDP의 53%에 달하는 대외부채 규모와 특히 높은 달러화 기업부채 규모로 급격히 확대된 경상수지 적자 폭으로 볼 때 리라화는 더 평가절하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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