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리치
  • 승인 2019.05.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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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할 주력 산업 안보인다”

 

“모든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기업의 역할도 정부의 역할도 크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제 22차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을 위해 피지 난디를 방문한 그는 지난달 1일 풀만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주장을 피력했다.

 

“예산은 이미 확장적인데 여기에 추경이 더해지면 성장률을 높이는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국회 정치일정으로 인해 (추경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럴 때 정부는 기존 예산이 지출 계획대로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총재는 정부가 단기 대응책이 아닌 생산성을 높이는 등 산업구조와 경제 체질 개선 등 중장기 정책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편성한 6조7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만큼 본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데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정 효율 높여야 한다”

신속한 집행이 되지 않는다면 추경 효과는 당초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의 주원인이 투자 부진임을 감안할 때 추경이 조기에 집행돼야 올해 성장 목표치 달성에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이다.
“추경을 포함한 올해 예산은 단기적인 측면이다. 앞으로는 생산성을 제고하고 구조개혁을 뒷받침함으로써 잠재성장률을 높이는데 역점 두고 재정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총재는 의회 일정으로 인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정부가 우선 기존 예산의 지출 계획이 예정대로 그리고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결국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인 재정 역할을 펼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번에 한국에 와서 9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권고했는데 그에 못 미치니까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미 올해 정부 예산은 총지출 증가율이 9.5%로 확장적 수준이다.”
이 총재는 해외 연구기관들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8%까지 낮춘 데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것이고 합리적으로 예측한 전망치 범위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의 이러한 반박은 1분기 마이너스(-0.3%) 성장률 발표가 나온 이후 몇몇 기관이 전망치를 크게 낮춘 것에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노무라금융투자는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1.8%로 낮춘 바 있다.


“금리 인하, 검토 안한다”

현재 이 총재는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입장이다. 그는 반도체 경기와 중국 경기 호전에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이처럼 보고 있는 것은 미·중 무역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고 중국 당국의 경기개선 의지가 있어서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이례적인 요인 때문이다.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금리동결 기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3%라는 기대보다 나쁜 결과를 기록한 뒤에도 그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오히려 물가상승률도 하반기에 1%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는 성장세가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검토할 때가 아니라고 했지만 장단기 금리가 역전될 정도로 시장은 앞서나가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때문에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지 않는다고 일축한 것이다. 이는 경기, 물가, 금융상황 안정을 감안한 것이다.
“1분기 중국 성장률이 낮아지지 않은 것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대응 정책 영향이 컸다. 중국 경제가 과도하게 우려했던 것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수출국가인 중국의 경제에 대한 이 총재의 전망이다. 중국 경제가 좋은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다만 그는 무역 분쟁 등 주요 불확실성이 걷힐 때까지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지켜보자고 판단하고 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글로벌 여건이 개선되면서 2분기에는 경기가 나아질 것이다. 2분기 경제 지표가 나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
그는 2분기 경제 지표에 대해서는 반등 여지가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는 올해 한국경제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에 대해 부인한 것이다. 오히려 이 총재는 최근 급등한 원/달러 환율과 관련 달러화 강세 기조와 계절적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면서 한국경제 기초여건(펀더멘털)은 문제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들어 상당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달러당 1110~1140원의 좁은 범위에서 움직이다가 4월 들어 달러 강세와 외국인 투자자 배당금 송금 등의 이유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52주 신고점을 돌파하는 등 강(强)달러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리 경제 펀더멘털 우려는 감지할 수 없으며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과 외화차입 가산금리 등 외환 건전성 지표는 상당히 안정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4월 들어 달러화 강세를 비롯해 외국인 투자자의 배당금 송금 등 계절적 요인이 있었다. 여기에 1분기 성장률 지표가 마이너스로 나오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더해졌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한 배경을 설명한 이 총재는 환율 상승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과거보다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가격경쟁력이 중요했던 것은 수출이 저가품목 위주였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고품질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전체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전체 수출 증가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유일한 방안은 생산성 향상”

“우리 경제의 반도체산업 의존도가 높다. 또한 최근에 반도체가 경기를 이끌고 온 것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주력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성장 주도산업이 나타나지 않아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 특정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대외 변화에 대한 취약성도 높아진다.”
이 총재의 진단이다. 그는 구조조정, 체질개선 노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모든 기업의 투자를 높일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진 것에 대해 주력산업의 구조조정 부진 탓이라고 지목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개편 없이는 조선, 철강, 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의 부활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해당 산업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부진하면 경제 자체가 타격을 크게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필요하면서도 한 쪽에 쏠렸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은 중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하며 정부 역시 기업이 투자를 촉진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끝으로 “앞으로는 글로벌 여건이 점차 개선되면서 국내 경기의 성장세가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정부의 재정지출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부진했던 수출·투자도 차츰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행의 중점 연구과제의 경우 2017년 인구 고령화, 지난해에는 노동시장 고용구조에 대해 연구를 진행했고 마지막으로 올해 생산성 향상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다”면서 “우리경제에 가장 큰 과제는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것으로 유일한 방안은 생산성 향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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