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8 10:55 (수)
‘에라주리즈(Errazuriz)’ 와인
‘에라주리즈(Errazuriz)’ 와인
  • 고재윤교수
  • 승인 2019.05.31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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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과학적 제조법 ‘으뜸’

 


최근 우리나라에 가성비가 좋은 칠레와인이 많이 수입되어 식탁에서 행복한 식사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 칠레와인은 유럽의 구세계 와인과 비교해도 품질 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 칠레는 동서의 길이가 177km, 남북의 길이는 4350km로 안데스 산맥을 끼고 4계절 동안 만년설을 볼 수가 있다. 이곳에서 만난 칠레 와인을 소개한다.


몇 년 전에 무더운 여름을 피해 칠레로 향했다. 약 2일에 걸쳐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이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였다. 아침 10시에 비행기에서 내리자 피로가 몰려오고 수면도 부족한 상태에서 승용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30분이 걸려 도착한 곳이 에라주리즈 와이너리로 아름다운 풍광, 현대적인 건물이 피로감을 싹 씻어줬다.


고급화 이끈 ‘에라주리즈’

칠레 와인의 역사는 생각 외로 길다. 16세기에 가톨릭 종교 신앙을 가진 스페인 사람들이 칠레에 정착하면서 예수님의 선교는 물론 성혈인 와인 양조를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는 경제적인 여건도 좋지 않고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이 좋은 포도를 선호해 와인 생산은 품질보다 생산량 위주였다.
칠레는 1970년대 공산주의가 들어서면서 경제가 악화됐으나 1990년대에 민주국가 체계를 갖추면서 안정적인 경제성이 지속됐다. 이때부터 칠레는 와인의 고급화에 눈을 뜨게 됐고 국제포도품종인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시라, 피노누아, 샤르도네 등을 도입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칠레 와인의 고급화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하나가 ‘에라주리즈(Errazuriz)’ 와이너리다. 에라주리즈 가문은 대통령 4명과 대주교 2명을 배출한 칠레 명문가로 유명하다.
‘에라주리즈’ 와이너리를 설립한 돈 막시미아노 에라주리즈(Don Maximiano Errazuriz·1832~1890)는 정치가이자 외교관이었고 성공한 기업가였다. 전기가 발명되기 전 가스회사를 설립해 수도 산티아고에 가로등을 설치하면서 부를 쌓았으며 칠레가 재정적으로 어려울 때는 개인 재산을 국가에 헌납한 애국심이 많은 명사였다.
1870년 돈 막시미아노는 저급와인을 생산하는 칠레에 명품 와인을 생산해 국제적으로 칠레와인의 명성을 찾고자 ‘에라주리즈’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그 당시 대부분 와이너리는 수도인 산티아고 주변인 마이포 밸리(Maipo Valley)에 집중됐지만 그는 말을 타고 직접 떼루아 좋은 지역을 찾아 나섰다.
산티아고에서 북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아콩카과 밸리(Aconcagua Valley)는 추운지방이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포도재배지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돈 막시미아노는 아콩카과 밸리의 천혜의 떼루아를 확인하고 포도밭을 매입하고 양조장을 건축하면서 많은 투자를 했다.
아콩카과 밸리는 안데스산맥에서 가장 높은 아콩카과 정상에서 흘러내리는 만년설의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이다. 아콩카과강은 상류, 중류, 하류 지역에 따라 토양, 기후, 습도, 온도 등이 다양해 포도를 특성에 따라 재배할 수 있는 천혜의 지역이다. 돈 막시미아노는 와이너리에 일하는 노동자를 위해 집, 학교, 교회를 짓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
웅장한 정문을 들어서면 한눈에 아름다운 정원이 보이고 그 위로 안데스 산맥이 보이며 산맥 자락에 포도밭이 장관이다. 초창기에 건축한 건물은 박물관 겸 와인 저장고, 사무실, 레스토랑으로 사용하고 몇 년 전에 새롭게 건축한 와이너리는 현대식 미술관 같은 위풍을 자랑한다.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양조방법을 도입해 와인을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다.  


복합적 과실향 아로마 ‘인상적’

‘에라주리즈’ 와이너리의 변화와 도전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든 사람은 돈 막시미아노의 5대손인 에두아르도 채드윅(Eduardo Chadwick) 회장이다. 2004년 채드윅 회장은 칠레와인의 품질을 인정받기 위해 과감하게 독일 베를린으로 가서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을 개최했다.
‘베를린 와인 테이스팅’에 ‘에라주리즈’ 와인을 포함해 전 세계 명품 와인 16종을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해 순위를 가리는 행사를 했다. 심사위원도 모두 유럽에서 유명한 와인 전문가로 구성했다.
심사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모두 믿지 않았다. ‘에라주리즈’ 와인이 샤토 라피트(Chateau Lafite)와 샤토 마고(Chateau Margaux) 등 프랑스 명품와인을 제치고 나란히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채드윅 회장은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전 세계 16개국 주요 도시에서 와인 테이스팅을 개최하면서 칠레 와인의 품질을 인정받았다. 서울에서도 2008년과 2013년 블라인드 테이스팅이 있었는데 2013년 ‘서울 테이스팅’에 필자도 참석해 와인심사를 했다.
심사결과 프랑스 명품와인과 함께 출품한 ‘에라주리즈’의 ‘돈 막시미아노’ 와인이 1위에 올라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에라주라즈’ 와이너리 로비에 가면 ‘서울 와인테이스팅’ 결과순위를 액자로 만들어 걸어 놓았다.
필자는 수석 양조가와 함께 5종류의 와인도 테이스팅하고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음식과 와인 페어링에 대한 설명에 많은 흥미를 가졌다. 그중 설립자 이름을 딴 ‘돈 막시미아노’ 와인이 가장 인상 깊었다.
최근에 ‘돈 막시미아노 2015년’을 테이스팅했다. 화산재 토양에서 자란 카베르네 소비뇽 67%, 카르미네르(Carmenere) 15%, 말백 8%, 페티 베르도(Petit Verdot) 7%, 카베르네 프랑 3%를 블랜딩 해 22개월 동안 프렌치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루비 빛 컬러에 복합적인 과실향 아로마가 인상적이며 무게감이 있고 섬세한 맛이 타닌, 산도와 어울려 깔끔함 질감을 주며 블랙베리, 초콜릿, 스파이시, 연필심 향이 난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양갈비 구이,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사슴고기요리 등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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