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43 (금)
강남자산가들의 분양시장에서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
강남자산가들의 분양시장에서 펼치는 ‘그들만의 리그’
  • 최상훈기자
  • 승인 2019.06.03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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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한 채를 잡아라”

 


강남 자산가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에 모처럼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이 쏟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분양은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해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이후 강남 3구 아파트 시세 상승세가 꺾인 상황에서 나온 매물인 까닭이다. 여기에 강북의 ‘노른자 분양’ 매물도 메리트로 부상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 자산가는 막강(?)한 현금을 무기로 투자현장을 찾고 있는 분위기다. 

 

현재 강남 3구에서 선보인 물량들은 10억원 이상을 가진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모두 주택형 9억원 초과로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하다. 게다다 계약금이 분양가의 20%다. 중도금 연체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유리한 조건을 갖춘 자산가들은 발품 팔기에 한창이다. 강남 분양시장에서 ‘로또 분양’이 사라진 만큼 ‘옥석 가리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향후 자산가치가 상승할 확률이 높은 ‘똘똘한 한 채’를 잡기 위해서라면 높은 분양가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저가 매수라면 ‘얼마든지’

실제 지난달 분양에 나섰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그랑자이’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 5000만원 시대를 여는 모습을 보였다. 방배그랑자이의 평균분양가는 3.3㎡당 4687만원으로 평균 경쟁률 8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앞서 지난 4월 청약을 진행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경우 평균분양가가 3.3㎡당 평균 4569만원이었는데 62가구 모집에 996명이 신청하며 평균 경쟁률 16대 1을 기록했다. 이밖에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3.3㎡당 평균 분양가가 2600만원으로 결정됐다.
강남 자산가들이 분양시장에 적극적인 이유는 또 있다. 부동산시장의 변화가 그것이다. 예컨대 과거 부동산의 대박 재테크 수단으로 인기가 높았던 토지는 현금화가 어렵고 과거처럼 대규모 지역 개발의 수혜를 기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높은 임대수익률로 인기가 높았던 상가도 경기 부침에 영향을 크게 받아 메리트가 줄어든 실정이다.
이들 자산가가 주목하고 있는 곳들은 하나같이 입지 면에서 모두 호재를 안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개발 호재의 영향권에 들어 있고 교통 호재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곳이다. 이런 곳들을 찾아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는 입주 시점에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몫하고 있다.
강남 자산가들은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음에도 분양에 나서고 있는데 그 이유로는 현재 강남 3구의 신규 분양 아파트가 현금부자들이 바라는 ‘똘똘한 한 채’의 조건과 부합하고 있다는 게 꼽힌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청약 경쟁 속에서도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강남구와 서초구의 물량이 재건축 일반분양이라는 것도 이들로 하여금 투자에 나서게 하는 요인이다.
한 부동산투자 전문가는 “분양시장에서는 현금부자가 집을 ‘주워 먹다’는 의미의 ‘줍줍’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면서 “실수요자가 배제되고 현금부자가 집을 사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최근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강남권 내에서도 위치·교통·학군·편의시설 등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압구정과 반포 등에서 초고분양가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계약 물량이면 어때”

뿐만 아니다. 강남 자산가들의 매수는 미계약 물량의 추가모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아 포기하는 물량 등 자금사정에 따른 미계약 물량으로 추가 모집 절차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리면 바로 현장을 찾는 모습이다. 그만큼 저가매수를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있어서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지역 특히 강남권 분양 단지들은 계약금이나 중도금 문제로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하더라도 결국 완판이 되는 모양새다. 정부 규제로 강남권 정비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희소성이 부각됨에 따른 것이다.
특히 미계약분 경쟁이 치열하다. 이는 최소 10억원 이상 현금이 있어야 청약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자산가들이 몰리는 까닭이다.  
이런 가운데 강남 자산가들이 또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바로 분양권 시장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실제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가 모여 있는 개포 지구 아파트 분양권은 억대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는 중이다. 
일례로 개포동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 전용면적 59㎡ 분양권은 13억9339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분양가인 11억1700만원보다 1억7600만원이 더 오른 것이다. 래미안 블레스티지 59㎡ 분양권 역시 당초 분양가인 8억1800만원 보다 3억원 넘게 오른 11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강남권에서는 한동안 거래가 없었던 분양권 거래가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4월 고가 아파트가 몰린 강남구와 송파구에서는 각각 9건과 11건이 거래됐다.
업계에서는 자산가들이 분양권에 대한 저가 매수에 나섰다는 이유를 여기서 찾고 있다. 기존 거래가보다 저렴해졌다고는 하더라도 여전히 높은 가격대인 상황에서 이를 살 수 있는 것은 대출 등이 필요 없는 현금부자들일 것이라는 얘기다.
현금부자들이 서울 선호 지역 새 아파트에 대해 이처럼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이라도 구매하려고 하는 것은 ‘희소성’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은 공급 부족과 함께 새 아파트에 대한 선호 현상이 계속되고 있어 강남권 등 인기지역에 대한 관심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실수요자들에게는 분양권 역시 장벽이 높다는 것도 강남 자산가들이 분양권시장에 투자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서울 강남과 같은 인기 지역의 아파트의 경우 높아진 대출문턱 등이 여전히 장벽으로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자금 동원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들에게 이 같은 매물은 ‘그림의 떡’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산가들에게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다. 대출 규제로 자금 여력에 못 버틴 미계약분과 분양권 매물이 발생하면 가점이 낮고 자금력이 좋은 자산가들이 차지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 기인하고 있다.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가 최근 급증한 미계약분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 규제 칼날을 댔다. 실거주자 중심의 청약제도가 변질돼 부동산 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 카드를 꺼낸 것이다. 그 이면에는 신규 청약단지에서 발생한 미계약 물량을 현금부자나 다주택자가 차지하는 이른바 ‘줍줍’ 현상을 막겠다는 이유가 자리를 하고 있다.


규제 칼날 댔지만 ‘글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예비당첨자 비율을 전체 공급물량의 80%에서 500%(5배수)로 확대한다. 서울 25개 자치구와 과천, 분당, 광명, 하남 등 경기 일부 지역, 대구수성, 세종(예정지역) 등 투기과열지구가 대상이다.
예비당첨자 확대는 별도의 법령개정 없이 아파트투유의 청약시스템 개편 즉시 시행한다. 시점은 20일로 해당 지역에서 이날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단지는 기존보다 확대된 예비당첨자 비율을 적용한다.
국토부는 예비당첨자가 대폭 확대되면 최초 당첨자가 계약을 포기할 경우 당첨되지 못한 1·2순위 내 후순위 신청자가 기회를 갖게 돼 계약률이 높아지고 무순위 청약 물량도 최소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실효성 여부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실효성은 의문이라는 지적이 팽배한 상황이다. 무순위 청약이나 예비당첨자 비율 확대도 서민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부동산투자 전문가는 “정부가 대출규제로 돈줄을 옥죄고 있는 만큼 자신의 차례가 돌아와도 돈이 없는 서민들은 결국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입장”이라면서 “강남 3구의 주요 신축 아파트 분양권 실거래가는 부동산 거래가 침체되는 상황에서도 우상향을 보이고 있어 자산가들만의 리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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