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각국 부채 세계경제 위협한다”
“각국 부채 세계경제 위협한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9.07.01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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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멘 라인하트 美 하버드대 교수의 세계경제

 

“연일 계속되는 새로운 충격 때문에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고 향후 전망도 점점 나빠지게 될 것이다.” 국제금융 분야의 석학인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지난 6월 3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제컨퍼런스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등 선진국을 비롯해 중국 등 신흥국도 공공 부채 규모가 너무 커 세계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가 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등 보호무역주의가 자칫 대공황을 불러올 수 있으며 신 냉전체제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치  에서 자세히 알아봤다.

 

“최근 각국 가계·기업·공공부문에 존재하는 막대한 규모의 ‘숨겨진 부채’와 시장에서 기업·투자자의 과도한 위험추구 선호 행동이 글로벌 위험으로 퍼져 있고 세계교역 감소 추세까지 심각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번엔 다르다>라는 책을 통해 ‘금융위기는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과거와 유사한 양상으로 되풀이된다’고 주장했던 라인하트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금융위기 재발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세계경제에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더불어 정책당국과 시장 참가자들은 이번에는 위기가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해온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가운데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주요 선진국들의 정책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금융위기 재발 위험이 과소평가”

라인하트 교수는 이미 과도한 공공부채와 저금리 정책 등으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 경제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신흥국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는 과도한 부채 문제 등을 지목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부채가 커지고 있다. 여러 저소득 국가들이 중국의 대규모 국외대출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신흥국 전반으로 위험이 확산될 수 있다. 다시 한 번 금융위기가 오면 그 타격은 이전보다 더 클 것이다.”
라인하트 교수는 선진국과 신흥국이 가까운 미래에 직면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짚으며 중국의 대규모 국외대출이 신흥국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흥국의 경기대응과 환율정책을 둘러싼 중국 중앙은행의 딜레마, 신흥국의 과다부채 문제, 중국의 숨겨진 부채(hidden debt) 등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또 여러 신흥경제는 중국발 부채 외에 이보다 더 큰 규모의 ‘달러 부채’를 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의 달러화 강세에 따라 신흥국의 달러표시 부채가 증가하면서 ‘해외채무발 금융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미국은 만성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 계속 부채가 누적되면 쌍둥이 적자(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수지 적자) 상황으로 갈 것이다. 현재의 낮은 미 금리(2.5%)가 유지되거나 더 낮아지면 경제위기가 왔을 때 과거처럼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위기를 벗어나는 등의 재정 대응 여력이 없어진다.”
라인하트 교수의 분석이다. 미국은 물론 중국, 일본 등도 부채가 갈수록 늘고 있고 아시아나 남미 등 신흥국 부채가 경제 뇌관이 되고 있으며 중국이 세계 저소득 국가에 대규모 대출을 많이 했는데 이런 국가들의 채무불이행이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0년 간 세계 무역성장률은 평균 5.9%에 달했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영국의 브렉시트 등의 영향으로 글로벌 무역이 위축되고 있다.”
라인하트 교수는 현재의 미중 무역분쟁이 기술 분쟁으로 이어졌고 지정학적 안보 문제로 비화하면서 자칫 신 냉전체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930년대 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면서 평범한 경기침체가 대공황으로 발전했는데 G2의 무역분쟁 등 세계적인 보호무역 성행이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라인하트 교수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무역 분쟁과 무관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더 이상은 아니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충격의 빈도와 강도를 고려하면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고 볼 수 있고 자연히 금융시장 위축의 강도도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배경으로 세계경제가 확장국면을 끝내고 하강국면에 들어설 경우 ‘이미 매우 낮은’ 정책금리 하에서 경기둔화 대응에 필요한 정책수단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라는 것을 꼽았다. 또 투자자 등 시장참가자들이 여전히 저금리에 도취된 채로 위험추구 선호 행동을 보이면서 부채 버블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선을 앞둔 트럼프 미 대통령이 미중 무역분쟁의 실마리를 풀어야 하는 부담이 있겠지만 안보문제로 비화한 이상 예전 상태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다. 이럴 경우 세계 교역은 더욱 위축될 것이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그는 전보다 비관하게 됐다고 봤다. 무역 불균형보다 거시적이고 정치경제적인 의제가 주안점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충돌 초기에는 양측이 일정한 거래를 하고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재는 양측의 대화가 국가 안보나 기술과 같은 영역으로 번진 터라 더 이상 해결을 확신할 수 없다는 게 그의 견해다.
라인하트 교수는 현대판 ‘트리핀 딜레마’(Modern-day Triffin Dillemma)가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리핀 딜레마는 달러가 국제 경제에 원활히 쓰이기 위해 풀리려면 미국의 적자가 늘어나야 되고 반대로 미국 무역 흑자가 심화되면 달러가 덜 풀려 국제 경제가 원활해지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말한다.

“선진국도 안전지대 아니다”

“한국은 공공 부채 수준이 약 40%로 다른 나라에 비해 낮지만 가계부채나 기업부채 등 높은 민간 부채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스페인이나 아일랜드 등의 사례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공공 부채가 30% 이하였지만 당시 민간 부채가 높았고 민간 부채가 나중에는 결국 국가 부채가 됐다.”
라인하트 교수의 우려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은 관세 문제만이 아니라 비관세 장벽 문제와도 맞닥뜨리고 있는데 일례로 무역분쟁으로 중국이 경상수지 적자로 전환한다면 중국이 한국 관광 규제에 나설 수 있는 등 다른 문제들을 유발할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지속되면 양국과 깊은 무역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경제 역시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며 무역 분쟁이 심화할 경우 관세 부과 여력이 충분치 않은 중국이 관광과 같은 비무역 분야까지 장벽을 세우게 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는 당연히 한국에도 나쁜 소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미 연방준비위원회(연준)가 대형 악재가 터지지 않는 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또한 달러에 대항해 중국 위안화가 기축통화가 되기에는 유동성이 낮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라인하트 교수는 “세계화로 인한 성장은 2008년 금융위기 전부터 하강에 접어들었고 브렉시트와 미국의 각종 산업에 대한 관세 부과는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세계화와 자유시장 질서가 전과 같은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전세계적으로 ‘탈세계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누구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1955년생으로 국제금융 및 금융안정, 거시경제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현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몸담고 있으며 이전 IMF 부국장 역임하는 등 국제금융 및 금융안정 분야의 석학으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10년 천재 경제학자로 불리는 케네스 로고프와 함께 출간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라는 저서로 주목받은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사람들은 경기 호황 때마다 ‘이번엔 다르다’라고 착각하지만 결국 위기는 반복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실제 저서에서는 과거 800년 간 66개국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금융위기를 분석해 반복되는 금융위기의 대체적인 원인은 부채에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그의 대표 논문으로는 <Growth in a Time of Debt’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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