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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경로 불확실성 한층 커졌다”
“성장경로 불확실성 한층 커졌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9.07.01 14: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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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에 빗장 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해 나가야 하겠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6월 12일 한국은행 창립 69주년 기념사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이같이 밝히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운용 전략을 수립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치  에서 좀 더 자세히 알아봤다.

 

이 총재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입을 연 것은 3년 만이다. 최근까지 그는 “금리 인하는 없다”고 공언해왔다. 실제 그는 지난 4월 1일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라거나 5월 31일 “금리 인하로 대응할 상황은 아직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5월 31일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나온 데 대해 “소수의견은 말 그대로 소수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단호한 입장의 배경에는 하반기 수출과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에 기인한다.
그런데 이날 발언은 그간의 기조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사실 한국은행이 금리를 마지막으로 인하한 시점은 지난 2016년 6월(연 1.25%)이었다. 그 뒤로 2017년 11월과 지난해 11월 한 차례씩 금리를 올리기만 했다. 이후 4차례 열린 올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있는 중이다.

금리인하 카드 ‘만지작(?)’

“앞으로 국내 경제는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 부진이 완화되겠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졌다.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 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얘기 중 ‘상황 변화에 따른 적절한 대응’이란 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에 없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상황이 더 나빠질 경우 즉 경기회복이 더딜 경우 금리를 내려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총재의 기조 변화 배경에 대해 시장에서는 침체된 한국 경제 상황의 침체를 지목하고 있다. 내수 회복세가 미미한 가운데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수출 부진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 우리 경제의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들이 상존하고 있다. 가계부채는 최근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총량 수준이 매우 높고 위험요인이 남아있는 점을 고려할 때 이에 대한 경계감을 아직 늦출 수 없다.”
이 총재는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하면서 세계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반도체 경기의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소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경기의 회복 지연과 미중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대외 환경이 크게 달라졌으며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는 얘기다.
그는 특정 산업 중심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로서는 이 같은 불확실성 요인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따라 성장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 총재의 ‘경제성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진단에 대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라고 분석하는 목소리가 많다. 결국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고 상황을 지켜보면서 금리 인하도 검토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의 흐름 안타깝다”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가 언제 어느 정도 회복되느냐가 올해 경제 흐름을 좌우할 수 있는 큰 요인이다. 미중 무역분쟁이 우리 경제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 같고 반도체 경기도 당초 예상보다는 회복시기가 지연될 수 있어 걱정이며 이런 대외 요인이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이 총재는 올해 경제흐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4월까지만 해도 미중 무역분쟁을 아주 낙관적으로 봤는데 5월 들어 미중 관계가 틀어지면서 어려운 쪽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그의 판단이 달라진 가장 큰 배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금리동결의 전제였던 하반기 경기 회복의 전망이 어긋나고 있다는 의미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 주력산업인 반도체 경기가 언제 얼마나 회복이 되는지가 우리 경제 흐름에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국내경제는 정부지출이 확대되고 수출과 투자의 부진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한층 커진 것으로 판단된다.”
이 총재가 판단을 달리한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반도체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수출의 가장 큰 축인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 지표의 부진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반도체 경기 회복세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지난 5월 기준으로 반도체 수출은 전년대비 33% 급감했다. 
사실 이 총재는 지난 5월 31일까지만 해도 지금의 반도체 경기가 나쁘지만 앞으로 살아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었다. 이날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 때만 해도 그는 수출이 아직은 부진한 모습이지만 물량으로 보면 반도체 같은 경우 수출 물량의 증가폭이 확대되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며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던 이 총재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한국은행이 당장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는 시장 전문가들도 많다. 이들 전문가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가 보다 명확해지는 4분기는 되어야 금리 인하 여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컨대 미중 무역 갈등의 전개 상황과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의 재정정책의 효과 등을 확인한 이후 본격적인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심화한 미중 무역 갈등이 오는 4분기쯤 우리 경제지표에 반영될 것이라는 분석도 깔려 있다.

세계 흐름은 금리인하가 대세

시장 전문가들의 이 같은 전망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과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같지만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일례로 노무라증권은 한국은행이 8월과 11월, 두 차례 금리 인하를 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바클레이즈는 한국은행 금리 인하 시점을 3분기로, 시티그룹과 소시에테제네랄(SG)은 4분기로 예상했다.
관건은 미 연준의 결정이다. 만일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선택할 경우 한국은행은 시차를 두고 금리 인하를 따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까닭이다.  
여기에 해외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선제대응하고 있는 흐름도 무시하지 못하는 요인이다. 호주 중앙은행은 지난 6월 4일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같은 달 6일 인도 중앙은행은 올해 들어 세 번째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앞서 지난 5월에는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 등이 금리를 하향 조정했다.
문제는 이들 중앙은행의 금리인하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와 호주는 오는 8월에도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점쳐지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 인민은행도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대비하면서 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신성장동력 발굴,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활성화, 노동시장 유연성과 안정성 제고, 규제 합리화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며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변화하지 않는다면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라고 당부했다.
이어 “대내외 경제여건이 이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정책당국은 성장모멘텀이 이어질 수 있도록 거시경제를 운영해야한다”면서 “경기대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정책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통화정책의 파급경로가 과거 전통적 경제이론과 달라진 만큼 정책체계 개선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며 “IT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지급수단이 나타나고 비금융기관의 지급서비스 시장 참여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지급결제 환경에 대한 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창립 제69주년 기념식 개최


한국은행이 6월 12일 한국은행 창립 제69주년을 맞아 서울 남대문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기념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등 한국은행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시작된 기념식에서는 임직원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특별포상 수여식도 진행됐다.  
이 총재는 창립기념사를 통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등 대외 요인의 불확실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그 전개 추이와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대내외 여건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별 정책운용 전략을 수립해 적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계부채, 자본유출입 등 금융안정 리스크 요인도 함께 고려해 나가겠다”면서 “경기대응을 위한 거시경제정책은 정책 여력과 효과를 신중히 판단해 내실 있게 추진해야 할 것이고 우리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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