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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와 숙성의 우아한 ‘맛과 향’
발효와 숙성의 우아한 ‘맛과 향’
  • 리치
  • 승인 2019.07.0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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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론 리카솔리(Barone Ricasoli)

 

이탈리아 토스카니의 시에나에서 1시간 30분 정도 산세가 좋은 산길을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이 키안티였다. 무더운 여름 날씨를 피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산장 같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이탈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양조장이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와인양조장인 바론 리카솔리(Barone Ricasoli)와이너리에 도착하니 브롤리오 성을 다녀오라는 제안을 받았다. 이 성을 관람해야 키안티를 이해할 수 있고 바론 리카솔리 와인의 역사를 알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브롤리오 성으로 진입하는 가로수를 따라 300m 걸어서 올라가는 옆에는 수백년 된 거목들과 안내원이 우리 일행을 반겨주었다. 브롤리오 성은 아름다운 가이올레 마을의 가장 중심지로 키안티 클라시코의 중앙에 있으며 이 지역 특성에 맞게 포도품종 산지오베제를 개량한 와인의 성지다.

리카솔리 가문 전통에 따라 생산

높은 성 위에서 한눈에 보이는 키얀티의 광대한 포도밭 풍경은 인상적이었다. 브롤리오 성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장이면서 키안티 와인을 탄생시킨 곳이다. 1141년 리카솔리 가문은 피렌체(Florence) 공국으로부터 브롤리오 성(Castello Brolio)의 성주로 임명되고 주변의 토지를 소유권을 인정받았고 이곳에서 처음 와인을 생산했다.
그 뒤 플로렌스(Florence)와 시에나(Siena)의 긴 전쟁이 끝난 후 1167년부터 리카솔리 가문이 소유하게 됐다. 그 당시 리카솔리 가문은 플로렌스, 시에나, 키안티 등을 소유할 만큼 권력과 부를 누렸다.
1600년대 고문서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영국 런던에 첫 와인 수출을 했고 이후 1900년대 초에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에 수출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1800년대에 바론 베티노 리카솔리(Baron Bettino Ricasoli)는 로마네스크(Romanesque)양식의 건물을 현재의 아름다운 신고딕 양식으로 추가해 재건축했다. 바론 리카솔리(1809~1880)는 1859년 토스카나 임시정부를 맡으면서 이탈리아 통일에 이바지했으며 1861년 수상을 역임했다.
그는 특히 와인에 많은 관심을 갖고 포도밭을 확장하고 포도품종을 개량하면서 오늘날 ‘키얀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의 블렌딩을 탄생시켜 키안티에서는 리카솔리 가문의 전통에 따라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웅장한 성은 적을 막기 위해 주거, 양조 시설, 성당 등도 있었지만 바론 리카솔리의 박물관이 인상적이었다.
1800년대 바론 베티노 리카솔리는 쉽게 과숙되지 않는 산지오베제 포도품종의 문제 해결을 위해 프랑스 보르도 양조기법을 도입해 산지오베제의 부족한 부분을 카나이오로(Canaiolo), 말바시아(Malvasia) 등을 블렌딩해 ‘키얀티 클라시코’를 생산하고 ‘수퍼 투스칸(Super Tuscan)’의 효시가 됐다.
1960년대부터는 저품질 이미지 탈피를 위해 볏짚 바구니로 포장된 키안티 병을 프랑스 보르도 병 스타일로 교체했으며 포도품종에 관한 DOC 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보르도의 국제 포도품종들로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지만 바론 리카솔리는 이탈리아 키안티 와인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산지오베제를 고집했다.
역사적인 양조장도 위기를 맞게 됐는데 1993년 재정 악화로 호주의 유명한 와인 회사인 토마스 하디스로 넘어갔다. 다시 미국의 다국적 기업 컨스텔레이션 그룹(Constellation Group)에 합병됐다가 시그램 회사가 위탁 운영했다.
브롤리오 성을 둘러보고 난 후에 20여 분 걸어서 1993년에 원 소유주였던 32대 프란체스코 리카솔리(Francesco Ricasoli)가 시그램 회사로부터 인수한 후에 현대식 양조 시설과 포도밭 개량에 많은 투자한 와이너리 건물로 왔다.
1층에는 와인 시음실과 와인 숍이 있었고 지하에는 와인 양조실과 숙성실이 있었다. 이탈리아 투스카나의 전통적인 양조방법을 고수하면서 스테인리스 발효통, 프렌치 오크통을 사용해 발효와 숙성을 매우 신중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프란체스코 리카솔리는 인수 당시 1200헥타르 규모의 부지에 24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연간 900만병을 생산하던 와인을 200만병 정도로 줄이고 와인 품질에 차별화하면서 키안티 와인의 최고봉이 됐다.
또한 바론 리카솔리 와이너리는 산지오베제의 포도품종에 대해 연구투자를 하면서 클러날 셀렉션 프로젝트(Clonal Selection Projector)를 지속했고 브롤리오 성에 있는 산지오베제의 유전학적인 보존을 통해 이탈리아 농림부에 등록시켰다.
현재 키안티 클라시코의 시조로 역할을 다하고자 지속 가능한 와이너리를 위해 포도밭 보호에 앞장을 서고 있다. 2002년에 바론 리카솔리 와인은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가이드 잡지인 ‘Gambero Rosso’에 ‘Best Winery of the Year’로 선정됐으며 2001년산 Castello di Brolio로 ‘Gambero Rosso’로부터 10번째 ‘글라스 3개’를 받았다.

우아하고 귀부인 같고

필자는 5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그중에 슈퍼 투스칸의 ‘카스텔로 디 브롤리오 2015(Castello di Brolio 2015)’에 감동했다. 최고의 포도밭에서 최고의 이탈리아 토착 포도 품종 산지오베제(Sangiovese) 90%에 프랑스 보르도의 카베르네 소비뇽 5%, 쁘띠 베르도(Petit Verdot) 5%를 블렌딩한 최고급 와인이었다.
2013년 빈티지 와인은 2015년 와인 스펙테이터 92점, 로버트 파커가 92점, 제임스 석클링이 95점을 주었다. 해발 250~450m의 남서쪽에 있는 포도밭에서 한 줄기당 1kg의 미만으로 달린 잘 익은 포도를 선별해 손 수확하며 스테인리스 발효통에서 24-27℃에서 16일간 발효, 침용을 거쳐 20%의 프렌치 뉴 오크통에서 21개월 동안 숙성한 후에 병입하기 때문에 우아하면서 귀부인 같은 느낌을 주었다.
깊은 루비 붉은색. 우아하면서 베리 꽃향기, 블렉베리, 체리, 잘 익은 붉은 과일, 감초, 바닐라, 초콜릿의 복합적인 아로마가 매력적이었다. 마시면 부드럽고 벨벳 같은 타닌이 풍부하고 산도와 어울려 풍부하고 완벽한 균형감을 주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양고기, 쇠고기 스테이크, 파스타, 불고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브롤리오 리세르바 2015(Brolio Riserva 2015)는 산지오베제 80%, 메를로 15%, 카베르네 소비뇽 5%를 블렌딩한 것으로 스테인리스 발효통에서 24~27℃에서 16일간 발효, 침용을 거쳐 프렌치 오크통에서 18개월 동안 숙성한 후에 병입한 것으로 루비 레드 컬러에 야생 붉은 과일, 블랙 체리의 뚜렷한 향이 있고 스파이시하고 향기로운 발사믹의 맛이 타닌, 산도와 함께 매우 조화롭고 우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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