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9.07.30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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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의 위험 맞서려면 협력 필요”

 

“한국과 일본은 양국 갈등을 악화시키기보다는 발상을 전환해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으로 협력해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경제학자인 후카가와 유키코 일본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교수의 일성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모든 언론과의 인터뷰는 거절하였고 7월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 초청 강연에서만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양국 갈등의 경우 한국이 일본과 경제 문제에서
‘치킨 게임’을 반복하지 않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치  에서 자세히 알아봤다.
 

 

“현재 한국과 일본은 실제적이고 거대한 공통의 위험보다 양국 간 문제에 지나치게 매몰되고 있다. 현재의 상황이 정치적 해석, 양국 간의 문화와 인식의 격차, 미디어와 SNS를 통한 과장 등으로 인해 확대되고 왜곡된 측면이 있다.”
일본 재무성과 경제산업성에서 자문 활동을 한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일본 내에서 ‘한국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추천해 화제를 모은 책인 ‘팩트풀니스’를 소개하면서 10가지 인간의 본능을 이용해 한일 갈등을 진단했다.

“양국 언론이 사태 악화시켰다”

“한국은 과거 유교사회에서의 도덕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법적인 측면에서 이 사안을 바라보고 있다. 한일 양국은 전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양국 언론이 세상은 둘로 나뉜다는 ‘간극 본능’과 세계는 점점 나빠진다는 ‘부정 본능’ 등을 자극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한일 갈등은 사실 자기만의 스토리를 쓰는 양국 언론에 의해 왜곡된 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시행한 것은 수출규제(일본 정부에서는 수출관리로 표현) 강화 조치인데 한국은 이를 수출 제한 혹은 금지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고 기사를 쏟아낸 양국 언론이 이번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날을 세웠다. 
“일본 내 혐한 기류를 조장하는 것은 60대 후반 70대 베이비붐 세대 고령 언론인이다. 일본이 전성기였던 시절에 성장한 이들은 여전히 일본이 선두에 서고 나머지 아시아 국가들이 따라가야 한다는 ‘기러기 편대 비행론’을 주창하고 있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한국과 일본 간 갈등이 왜곡되고 과장된 측면이 있으며 양국 정부와 언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데 안타까움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 분쟁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안타깝게도 지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은 ‘어느 편인지’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직면한 문제 중 하나를 제시했다.
예컨대 중국의 한국 반도체공장은 일본으로부터 원재료를 수입할 가능성이 높은데 일본에서는 이를 관리하려 할 것이고 일본 정부의 입장은 선명한데 비해 한국 정부의 입장은 모호해 보인다는 평가가 그것이다.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

“한국이 대일 무역적자가 클 때는 수입처를 다각화하려고 하다가 관련 산업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일본 수입을 늘리는 주기가 반복됐다. 경제학자로서 왜 무역적자를 강하게 비판하는지 의아했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한국 정부가 대기업을 공격하다가 경제가 어려워질 때는 다시 대기업을 지원하는 주기가 반복됐는데 일본과 경제 관계에서도 이런 주기가 되풀이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일본(또는 일본계 자본)이 신용대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신뢰 수준이 높은 일본에서는 은행이 정부의 지시를 받아 대출을 막는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은 법치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보이콧을 겨냥해도서도 국가 차원의 일과 민간·외교의 일은 구분을 지어야 하며 한국에서는 맹목적인 애국심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강화 조치의 중심에는 ‘신뢰 관계 상실’이 있다. 한국과 일본의 경제는 상호 보완적인 만큼 한·일이 신뢰를 회복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간다면 양국 모두에 이로울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신뢰’를 강조했다. 일본 사회에서는 신뢰를 잃으면 관계 단절을 의미하며 한국은 일본이 얼마나 신뢰를 중시하는지 모르고 있다고 주장하는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그 실례로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신뢰가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등의 ‘전략 물자’ 현지화 시도도 20년간 모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해결책으로 한국이 미국 등에 ‘일본이 보복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대신 일본과 직접 솔직하게 대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일본 정책결정자들이 ‘신뢰를 잃었다’고 보면 완전 관계가 끊어진다는 의미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일본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 한국이 정확하게 원하는 건 무엇인지, 어디까지 양보할 수 있는지, 양보할 수 없는 쟁점(레드라인)은 무엇인지 등을 알려달라는 것이다. 양자 간 대화가 없으면 정치적 협상도 불가능하다.”
다자간 접근 방식과 대화를 제시하는 그는 예전에는 세계 총생산(GDP) 성장을 국가 간 교역 성장이 이끌었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교역 증가가 GDP에 기여하지 않는 구조적인 변화가 나타났기에 여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지금 한국에는 일본과 양자 무역 갈등보다 세계 교역이 위축되는 시대에 맞서기 위한 다자간 갈등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의 WTO는 체제 자체의 위기에 직면했다. 대외 교역의 비중이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한국은 미·중 무역 분쟁의 악화와 WTO 체제의 위협, 글로벌 교역 악화, 4차 산업 혁명 등 글로벌 경제의 위기를 맞아 일본과 대립하기보다는 협력해 국제 사회에서 WTO 체제를 지지해야 한다.”
그는 이같이 경고하면서 WTO가 와해하면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경제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데이터 시대,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넘어가고 있지만 WTO에는 관련 규정이 없는 현재 상황에 한국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후카가와 유키코 교수는 “한국은 현재 고령화의 위기, 세계 경제 차원의 문제, 4차 산업 등 미래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다양한 4차 산업을 내수 시장에서 실험해 볼 수 있는 시기를 잘 활용하고 이 과정에서 일본과 때로는 선의의 경쟁을, 때로는 협력하면서 미래를 향해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본은 쓰나미와 지진 등 재난에 노출돼 있어 늘 과거를 잊고 미래에 대비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있다“면서 ”경제 통합, 고령화 소득 창출 등 한국과 일본이 공통된 문제에서 서로 이해도를 높이면 다른 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필
▲1958년생
-와세다대학교 정치경제학 
-예일대학교 국제경제 석사 

▲주요 경력
-일본무역진흥공사 연구원
-아오야마가쿠인대학. 도쿄대 교수
-내각부 재정경제자문위원회 위원
-한국산업연구원 객원연구원
-와세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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