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15:26 (화)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9.08.01 12: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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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에 대한 고려 필요하다”

 

“한국은행도 하반기에 경제가 개선돼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 2.5%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수출과 설비투자의 여건과 반도체 경기가 안 좋아 언제 회복되는가에 대해 많은 우려들이 있다.” 고승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의 하반기 경제에 대한 진단이다. 그는 과도한 신용공급이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통화정책 수립에 있어 금융안정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치  에서 자세히 들어봤다.

 

고승범 위원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통위 내에서 중도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로 통한다. 일례로 그는 지난 2017년 11월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금융 불균형 누적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금리를 인상하자는 다수 의견에 동참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7월 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공식석상에서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며 금통위 내 비둘기(통화완화 선호)와 각을 세운 것이다. 이날 그의 발언은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저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가능성 등 금융안정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데 맞춰졌다.

“과도한 가계부채 관리 미리 해야”

고 위원은 “금융안정 상황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면서 “가계부채 관리 등 금융안정 상황에 신경 쓰면서 최근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 통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금융안정과 함께 최근 실물경제 상황을 신중히 고려해 통화정책 기조를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그는 이처럼 금융안정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면서도 현재 실물경제에 대한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 위원은 중국 수출과 반도체 상황이 좋지 않고 언제 회복될 것인지 우려가 있어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하는 믿음이 약화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는 한국은행의 지금까지 전망에는 하반기 경기가 나아진다는 전제가 있었는데 수출·설비투자·소비 등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꼽았다.  
그는 “물가가 물가안정 목표에 비해 상당히 낮아 경기 물가상황에 대해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현재 실물 경제 상황을 보면 수출이나 반도체 시장 회복 등 실물경제 상황이 생각보다 회복이 느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능한 한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 고민해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융발전으로 여겨졌던 과도한 신용공급은 경제성장에도 부정적일 수 있고 금융안정도 해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실례로 2000년대 초 미국 닷컴버블 붕괴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저금리 기조를 유지를 들면서 당시 저금리 정책은 신용팽창으로 이어졌고 결국 2000년대 중반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의 붐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은 과도한 신용공급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위험에 대해서도 경고를 했다.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더라도 그간 세계가 겪은 많은 금융위기가 신용확대 때문에 촉발됐음을 알 수 있다고 강변했다.
그는 “부채가 성격상 우리 몸에 비만과 굉장히 비슷한데 성인병 발병 전 꾸준히 비만 관리를 해야 하는 것처럼 가계부채 관리도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해야 한다”며 “1500조원대 가계부채의 경우 금융안정 관련 걱정하던 게 올해 들어 완화된 측면이 있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 증가는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이날 간담회에서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고 위원이 통화정책에서의 금융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28건에 이르는 논문과 서적을 참고해 발표했다는 점이다. 그는 이 연구 자료들을 근거로 민간신용 증가로 대표되는 금융발전으로 과도한 부채가 야기됐고 때문에 과거 금융위기가 반복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례로 그는 세계경제포럼(WEF)이 2010년 보고서에서 GDP대비 가계신용은 75%, 기업신용은 80%, 정부부문신용은 90%를 임계치로 제시했다고 소개하며 국제통화기금(IMF)은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65% 이상일 경우 은행위기 발생확률이 크게 높아진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가계부채 증가가 지나칠 경우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은행위기 가능성을 높이면서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고 위원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1500조원을 넘어서면서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떠오른 가계 빚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5% 정도로 크게 줄었지만 가계 빚에 대해 완전히 안심해도 되는 상황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그의 지적은 이 같은 우려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고승범 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부채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낮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신용이 200%에 육박해 GDP대비 매크로레버리지(정부·기업·가계 빚의 합) 비율이 230%를 넘어섰다”면서 “통화정책 수립 때도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현재 국제결제은행(BIS) 등을 중심으로 통화정책 수립 시 금융불균형(저금리로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이 쏠리는 현상)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면서 “이 비율이 너무 높은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고 이 같은 비율을 얼마나 낮춰야 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프로필
▲1962년생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아메리칸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

▲주요 경력
-제28회 행정고시 합격(1985년)
-재무부 국제금융국 국제기구과 사무관(1986년)
-재무부 국제금융국 국제금융과 사무관(1989년)
-재정경제원 경제정책국 종합정책과 사무관, 서기관(1995년)
-아시아개발은행 (ADB)(1998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 시장조사과 과장(2001년)
-대통령비서실(2002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2국 비은행감독과장(2003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 은행감독과장(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 감독정책과장(2004년)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 혁신행정과장(2007년)
-금융감독위원회 기획행정실 실장(2004년 8월)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2008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 국장(2010년 5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국장(2012년 2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2013년 5월~2015년 11월)
-금융위원회 상임위원(2015년 1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2016년 4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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