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최두길 야긴건축 대표
최두길 야긴건축 대표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9.08.01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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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적 공간 구성이 최우선”

 

지역 사회와 유기적으로 결합될 수 있는 교회 건축을 지향하는 건축회사가 있다. 바로 교회 건축설계의 명가로 정평이 나 있는 ‘야긴건축’이 그곳이다. 지난 1994년 설립된 이 회사는 그간 획일화된 한국교회 형태를 개선하고 각 교회마다의 독창성을 부여하면서 종교시설에 새로운 상징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공간에 지속성장 가능한 교회의 비전이 담긴다고 보는 야긴건축은 교회의 미래 지향성과 예언자적 정체성에 걸맞게 교회 공간도 현대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리치  에서는 야긴건축 최두길 대표를 직접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었다.

 

“설계의 혁신은 외형적 변화에 있다. 권위 지상적이며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은 형태에서 인간적 척도에 의한 단아하면서 경제적이고 기능적인 공간 구성이 최우선적 철학이다.”
대형교회부터 소형교회까지 300여 곳을 설계한 최두길 대표는 과거 교회의 경우 뾰족 종탑이나 뾰족 지붕, 스테인 그래스, 벽돌 등으로 외관이 획일화돼 왔는데 그런 외관은 교회가 시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과거지향적 모습으로 보여 왔다고 지적한다. 교회는 시대를 선도하고 예언자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곳이어야 함에도 오히려 변화의 대상이 되어 버렸고 교회는 부담스러운 곳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사랑방과 같은 역할 수행하도록 건축돼야”
 
“교회는 그 지역의 문화센터적인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교회 성도만의 공간으로 건축되어서는 더 이상 지속성장할 수 없다. 교회는 그 지역과 유기적으로 연합되어지며 시설을 상호 공유하고 지역주민의 구심체적 근린센터와 같은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도록 건축돼야 한다.”
최 대표가 생각하는 교회의 모습이자 역할이다. 때문에 그는 교회의 카페에서는 지역주민의 소통의 기능이 되어야 하며 소예배실을 지역 사회의 행사마당으로 기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키즈랜드, 지역아동센터, 독서실, 공부방, 컴퓨터 인터넷방 등은 청소년의 공간으로 공유되어야 하며 교회 마당은 지역 공공 주차장으로 개방 되어야 하고 마을의 장터나 바자회장과 같은 공공 공간이어야 한다고.   
그는 그간 교회와 같은 종교시설은 대단히 보수적인 전통적 형식에 의존해왔는데 이것은 교회가 시대를 선도해야 하는 선지자적 역할을 후퇴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예컨대 건축의 외관이 시대에 뒤처진 이미지로 보이고 마치 변화에 둔감한 모습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교회의 새 방향은 시대정신을 표현해 내고 구현해내는 시도가 필요하다. 기존의 매너리즘적인 형식을 탈피하고 혁신적이어야 한다. 새 밀레니엄 시대를 예고하는 세계교회의 모형을 주제로 한 (2000년 로마교회)의 국제설계에서 제안된 교회 외관과 기능은 혁신 그 자체였다.”
최 대표는 지금까지의 인간이 거주하는 공간의 개념이 지구 중력에 순응하는 정형적 공간이었다면 이제는 불규칙적인 공간 배열과 정형적 공간 구성을 탈피해 비의적인 공간구성의 도입과 같은 탈정형화에 적극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뉴욕한인장로교회를 소개했다. 이 교회의 형태도 찌그러진 격납고 같은 형태로 설계됐는데 2000년 로마교회의 당선된 안도 외벽의 벽체가 휘어진 상태로 기울어져 표현된 안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모더니즘이 인간의 합리성에 의한 효율과 이성을 추구했으나 현대사회는 오히려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전쟁과 기근과 폭력과 지구 재앙과 환경파괴, 테러리즘 등의 비인간적 시대상은 더 이상 인간이 이 세상의 중심적 주체가 될 수 없음을 증거하고 있다.”
그는 건축의 형태가 합리적이고 정형적이고 이성주의적인 것이 반드시 선이 아님을 시대상에서 읽을 수 있었고 그것에 대한 반 정형적 패러다임을 추구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오히려 그럼으로써 시대적 비인간성을 극복하려는 역설적 시도일 수도 있는데 교회의 형식은 틀에 얽매인 것이 아니고 뭇별을 넘어서 상상력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나가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교회는 목회 비전을 지원하는 공간”
   
“개신교적인 교회들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성경은 답을 하고 있다. 히브리서는 구약과 신약을 섞어 놓은 책이다. 구약의 성막에 대해 설명하는 구절이 있다. 성막의 공간적인 위계. 기능. 기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으며 그런 것들은 개혁 때까지만 유효하다고 기록되어 있다.”
개혁은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시어 그분께서 하신 사역의 총체성으로 그 분의 사역은 예배의 사역, 교육의 사역, 치유의 사역, 친교의 사역, 봉사의 사역 등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때문에 현대교회는 예수님의 사역을 가장 잘 기능적으로 조직화시켜 배치해 효율성이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하고 목회자의 목회가 잘 열매 맺을 수 있도록 공간이나 기능을 조직화 하는 것이 성경적 건축일 것이라고.
“한국교회는 본당 위주로 건축 되어 왔다. 본당의 비율이 약 47%를 점유하고 있으며 교육공간 27%, 문화공간 5%, 사무행정기능 7%, 기타 공유 공간 14%를 구성하고 있다. 이 비율은 교회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없는 공간구조다.”
그는 본당의 규모가 지나치게 커서 나머지 교육의 기능, 친교의 기능, 지역사회가 공유하는 기능은 기대할 수 없으며 교회는 신자들만의 공간으로 되어 있고 지역주민과 소통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 교회가 성장하려면 본당의 비율의 30%로 줄이고 교육공간 30%, 문화 및 친교의 기능 25%로 균등한 공간구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건축 설계를 할 때 연면적 대비 본당 비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최 대표는 미국의 성장하는 교회의 경우 본당의 비율이 30% 이하이며 문화공간, 체육공간, 도서관, 카페, 예식홀, 공연장, 놀이방 등과 같은 문화기능이 30% 이하로 확대되어 건축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경우 1980년대 산업 성장기에 건축된 공간적 비율이 개선되지 않은 채 2000년대를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이어져 와서 시대의 요구와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본당위주의 건축은 역설적으로 건축이 교회 성장을 후퇴시키는 모순을 가지고 있으므로 개선해야 할 우선적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교회 건축의 과정은 대단히 힘들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고 있다. 이것은 정보의 부재에서 비롯되며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교회는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해 왔다. 또한 그 정보들이 왜곡된 것도 많고 이해 당사자에 따라 주관적인 내용들이나 정보의 실제 적용에서도 정확성이 떨어지고 있다.”
올 초 20년간의 집적된 자료와 경험을 토대로 스마트 교회건축 앱을 제작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가능하게 한 최 대표. 그는 이 앱에 대해 교회 건축의 단계별로 필요한 정보를 집약시켰는데 설계, 입찰, 시공, 감리, 각종 서류 양식 등 교회 건축 전반에 걸쳐 적용시킬 수 있게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간의 수많은 경험은 현장에서 겪은 여러 시행착오적 내용과 성공적 내용들을 잘 분석하고 선별된 내용들이라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순종하고 수용하는 관용적 리더십 요구”  

최 대표는 교회에는 많은 의견이 상존해 있으며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 주장하고 자기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이것을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가 건축 과정을 쉽지 않게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면서 교회 구성원은 자기 생각과 조금 다르더라도 순종하고 수용하는 관용적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교회 중직자나 건축위원회의 구성원들이 협력하며 선을 이루는 정신이 필요하며 설계자는 이런 다양한 의견을 상처받지 않고 잘 화합시켜 진행시켜야 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양보와 용납과 배려의 정신이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며 건축의 과정이 예수님의 몸 된 교회를 세워 나가는 것이라면 이 덕목은 거부할 수 없는 정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고 보람이 있던 교회는 영등포교회이다. 이 교회는 재개발 과정으로 건축 된 교회인데 지역이 낙후되어 새롭게 도시가 개발돼서 100년의 역사를 가진 교회이나 다시 건축됐다. 기본 안을 잘 계획해서 건축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없앤 교회이기도 하다.”
교회의 다양한 요구 사항을 많은 시간을 갖고 대화하고 보완하고 협의해서 상호 이견이 없게 건축됐는데 이것은 교회와 설계자가 소통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건축이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급하게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이루어진 건축은 반드시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최 대표가 영등포교회를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로 꼽은 이유는 이 교회가 철저하게 문화센터로 계획된 교회라는데 있다. 다양한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과 청소년을 위한 공간,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 아동들을 위한 공간이 균등하게 잘 배분된 교회로서 아파트 단지 내에서 근린 센터로서 기능을 하고 있어서다.
“한국교회가 다시 성장하고 부흥하려면 교회의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교회의 주인은 예수님이며 헌금한 성도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교회의 시설과 프로그램과 공간은 철저히 지역사회에 개방해야 하고 불신자가 부담 없이 올 수 있는 곳, 초신자가 행복하게 교회 나올 수 있는 곳으로 혁신되어야 한다.”
그는 교회 시설은 일주일 내내 막아놓고 교회 마당은 지역주민이 결코 주차할 수 없고 이런 교회는 지역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제2의 종교개혁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세상과 연합되어 지는 것이며 그것은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나눔이라고 말한다. 
루터의 근대 종교 개혁이 로마 교황청을 향한 개혁이었다면 지금의 개혁은 교회가 세상 속에서 깨어지는 것이며 그것이 교회다움일 것이라고. 건축해서 교회 구성원끼리만 사용하는 것에서 그 지역에 공유 공간과 공공공간으로 내어 놓을 때 교회는 성장할 것이라는 게 한국교회에 대한 그의 애정 어린 조언이다.
최두길 대표는 “리치는 풍요의 뜻이고 충만의 뜻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의 삶이 늘 풍요와 충만으로 차 있다면 결핍과 빈곤이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며 “그런데 무엇으로 충만해질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고 영원하지 못할 사라질 것들로 충만하다면 그것이 사라질 때 허망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어 “영원한 완전성의 충만이신 예수님으로 충만하시길 바라며 오히려 고난과 좌절과 실패가 작용해서 승리가 되는 그 역설을 아시는 독자님들 되시길 바란다”면서 시도하는 도전하는 일 자체가 이미 성공임을 알게 하는 리치의 큰 발전을 기대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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