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4:18 (금)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김은정 기자
  • 승인 2019.08.01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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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 뒷받침 위해 선제 대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낮췄다.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2%로 기존 2.5%에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7월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성장과 물가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리치  에서는 한국은행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과 고심을 이 총재를 통해 들었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깨고 선제적인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최근 불안정한 대외여건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 발 빠르게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온통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쏠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처럼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 3년1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미국 통화정책방향 결과를 확인하기 전에 기준금리를 낮춘 것은 그간 한국은행의 행보에 비춰봤을 때 다소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은 경기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우려 반영했다”

이 총재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성장 등 거시경제 평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며 일본의 무역규제 조치가 이번 기준금리 인하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한국과 일본 간의 교역규모, 산업기업 간의 연계성 등을 고려하면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되거나 확대될 경우 수출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배경에 대해 “한국은행이 경제상황에 따라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여력을 가지고 있다”며 “성장세와 물가상승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약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수출과 설비투자의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것을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실물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설비와 건설투자의 조정이 지속됐고 세계교역 증가세 둔화와 반도체경기 조정의 영향으로 수출은 부진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총재는 “상반기 중 수출과 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부진했고 앞으로의 여건도 낙관하기 어려운 점을 반영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교역규모와 산업·기업 간의 연계성을 두루 감안해 보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현실화됐을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중 무역협상과 같은 대외여건의 불확실성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방향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예컨대 중국·일본 등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투자와 수출 부진을 겪으며 글로벌 성장세가 약화됐고 미·중 무역 갈등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얘기라고 할 수 있다.
“연내 금리 한차례 더 내릴까”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2.2%로 대폭 낮췄다. 2019~2020년 잠재성장률도 기존 2.8~2.9%에서 2.5~2.6%로 0.3%포인트 줄였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추가경정의 효과를 일부 반영해 수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자칫하면 2%대 성장 달성도 쉽지 않다는 위기감이 베어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 총재는 “우리 잠재성장률 수준을 2.5∼2.6%로 본다면 올해 성장률 전망인 2.2%도 잠재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국내경제는 소비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으나 수출과 설비 투자 부진이 심화되며 성장세가 둔화된 것으로 판단되고 회복도 애초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다만 추가적인 금리 인하의 시점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려면 금리 인하의 효과나 재정정책의 집행 규모 등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이는 그간  “지금은 금리인하를 검토할 때가 아니다”는 그의 생각이 180도 달라진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의 금융안정 노력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한국은행도 이런 상황 변화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면서 “가급적 시장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실물경제와 금융안정을 같이 균형 있게 고려하겠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Q. 이번에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일본의 반도체 수출규제가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앞으로 수출규제가 현실화 했을 경우 한국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는지.

A. 우리의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약한 것으로 봐서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를 내렸다. 성장 등 거시경제를 전망할 때 어느 정도는 일본의 수출규제의 영향을 부분적으로나마 반영되어 있다. 한국과 일본 간의 교역규모라든가 산업, 기업 간의 연계성 등을 감안해 보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현실화되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더 확대되고 한다면 수출과 더 나아가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는 없다.

Q. 지난 6월 통화정책 여력이 별로 없다고 했는데 미국이 제로금리까지 내린다고 해도 한국은 1.25%보다 더 낮은 기준금리는 부담스럽다는 의미인지.

A.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경우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이 선진국보다는 분명히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이런 점에서 볼 때 정책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이번에 기준금리가 1.5%로 낮아졌기 때문에 그만큼 정책여력도 축소됐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 한 번의 금리인하로 기준금리가 당장 실효하한에 근접하게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현재 한국은행이 어느 정도의 정책여력은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 추정한 여러 가지 실효하한도 염두에 두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가겠다.

Q. 일본의 경제제제와 달러화 강세, 국내경제의 펀더멘털 우려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지금 1180원대까지 다시 오르면서 원화 약세가 심화하는 모습인데 금리인하로 원화약세가 더 심화하고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A. 환율의 경우 금리 외 여러 가지 요인이 많은 영향을 준다. 특히 최근에 변동성이 컸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미·중 무역협상의 전개가 상당히 불확실했던 점과 미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바뀐 점 등으로 대외교역의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변동성이 높게 나타났던 것은 사실이다. 금리인하가 갑작스럽게 예고 없이 이루어진 게 아니고 시장에는 어느 정도 선반영되어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Q. 현재 25bp 인하한 1.50% 이런 기준금리가 생각하시는 실효하한 기준금리에 근접을 한 것인지, 또 향후 그러면 추가적인 완화가 그런 실효하한 금리에 의해서 제한이 되는 것인지.

A 실효하한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실효하한을 추정하느냐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자본유출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해서 볼 것인지 아니면 유동성함정 등 어느 측면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실효하한이 다를 수가 있고 추정방법이 다를 수가 있다. 때문에 이것은 절대적인 게 될 수 없다. 단지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 참고를 하는 정도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추출된 것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정책을 하다보면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과감하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렇지만 실효하한은 참고를 하고 있다.

Q. 현재 한·일간 무역 갈등이 한국경제 특히 GDP 측면에서 향후 3~6개월 정도 어떻게 영향을 줄지 수치화된 분석이 있는지.

A. 일본의 수출규제가 현실화되면 분명히 우리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고 그런데 그것이 진짜 실제 현장에서 어떤 강도로 집행이 될지, 그 다음에 이런 제한조치가 앞으로 어떻게 진전될지, 더 확대될지 아니면 어느 정도 진정이 될지, 그런 상황을 예단할 수 없기 때문에 수치화해서 그 영향을 말할 수는 없다.

Q. 만약 한·일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고 일본 측의 수출제한조치나 무역의 보복대응, 이런 쪽이 가시화될 경우 한국은행이 취할 수 있는 접근법 중에는 통화정책상의 접근법이 포함되는지.

A. 어떻든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한국과 일본과의 경제적인 연관성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때문에 상시 모니터링하고 여러 가지 필요한 상황에 대한 그런 대비는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한국은행이 취할만한 노력이 있다면 그런 점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비토록 하겠다.

Q. 현재 저물가가 통화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상당하다고 했는데 이번 금리인하가 성장과 물가에 어느 정도 진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는지.

A. 우선 이론적으로 보아도 금리를 낮추게 되면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높이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사실상 경제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또 지금 경기둔화라든가 물가 하방압력의 큰 원인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는 다를 수가 있다. 그래서 우리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둔화라든가 물가하방압력은 공급측 요인, 공급충격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 인하의 효과가 과거에 비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비해서 보면 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하는 그런 평가를 할 수 있겠다.

Q. 최근 서울 주택가격이 다시 상승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향후 집값 움직임 어떻게 예측하고 있는지. 

A. 최근 서울 일부 지역에서 아파트 가격이 반등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물론 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같이 작용을 했겠지만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택가격에 대한 전망이 쉽지는 않지만 지금 현재 실물경기의 회복세가 좀 미약한 점과 주택가격 안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한점 등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금리인하가 금융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앞으로 통화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이러한 상황의 변화를 지켜볼 것이다.

Q. 연내 추가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좀 높아질 것 같은데 이런 시장의 기대가 과도하다고 보는지.

A. 이번에는 경기회복을 좀 더 뒷받침할 필요성이 종전보다 커졌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했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경기상황과 거기에 대한 금통위의 견해 또 앞으로의 통화정책방향에 관해서는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조금 더 자주 할 수도 있고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 그런데 최근 한두 달 간의 상황은 예상 외로 경제여건이 빠르게 변화한 측면이 있다. 낙관시 되던 미·중 무역협상이 갑자기 반전되면서 비관적인 전망을 쭉 하다가 또 극적으로 재개 합의에 이르는 과정,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예상보다 빨리 큰 폭으로 바뀌는 점,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최근의 한두 달 간에 일어난 대외여건의 변화가 워낙 빠르다보니까 시장과 충분히 교감할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금통위의 견해라든가 그런 것을 미리미리 알릴 필요가 있을 때는 적극적으로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Q. 이번에 2.2% 전망하신 게 추경을 반영한 수치인지, 추경을 반영한다면 성장률에는 예를 들어 0.1%포인트나 어느 정도나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가 있는지.

A. 추경은 지난 4월하고 또 상황이 달라졌다. 4월 경제 전망할 때 추경은 그 자체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불확실하다고 봐서 4월 경제전망에는 반영을 하지 않았다. 이제 하반기가 시작이 됐다. 그렇게 되면 추경의 집행시기라든가 이런 것이 지난 4월 발표 당시에 했던 것하고 차이가 있을 것이다.  조사국에서 그 사이에 변화가 생겼던 점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Q. 잠재성장률을 지금 2%대 중반으로 끌어내렸는데 잠재성장률 하향조정이 통화정책에는 어떻게 미칠지.

A. 잠재성장률을 저희가 공개적으로 발표했지만 잠재성장률이 지금 우리가 발표한 이 수준에 있을 거라고 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해왔던 것이다. 전혀 몰랐던 숫자가 아니고 어느 정도 생각해왔던 숫자이기 때문에 이 발표를 통화정책과 연관시킬 필요는 없다고 본다.

Q.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겠다고 말씀했는데 지금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해서 연내 금리인하, 한 번 더 금리인하를 반영하는 가격이 너무 앞서갔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인지.

A. 2회 반영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그것을 에둘러 부정하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는데 전혀 그것을 염두에 두고 답변한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가 본 경제상황과 경제전망 하에서는 우리 경기회복을 뒷받침할 필요가 커졌다고 해서 한 것이다. 앞으로 추가 인하 여부 같은 것은 오늘 정책의 효과라고 할까. 반응도 좀 보고, 무엇보다도 우리 통화정책,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만한 대외변수들의 영향, 또 거기에 금융안정까지 같이 보면서 가장 적합한 판단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시장과의 인식의 갭은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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