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21 17:53 (목)
와인 왕국의 진면모 ‘듬뿍’
와인 왕국의 진면모 ‘듬뿍’
  • 고재윤교수
  • 승인 2019.08.04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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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 와인

 

지난 7월 말에 프랑스 보르도 와인투어를 다녀왔다. 부르고뉴, 보르도, 쥐라, 사부아에서 와인투어를 하면서 프랑스는 와인 왕국의 진모를 그대로 나타냈다. 필자는 3년 전에 프랑스 보르도의 와인투어를 다녀왔고 이전에 여러 차례 프랑스 보르도 와인투어를 했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공사 중, 휴장, 예약마감 등으로 빈번히 사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을 지나가면서 방문을 할 수가 없었다. 오랫동안 염원했던 사토 오브리옹을 방문하면서 프랑스 보르도 5대 샤토를 모두 방문하는 영광을 갖게 됐다.

 

보르도 시내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10시 예약에 맞춰 그라브(Grave)지역까지 승용차로 1시간가량 달려 샤토 오브리옹에 도착했다. 보르도의 날씨답지 않게 1주일 내내 초가을 날씨를 보였다. 입구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 사이로 약 7분간 걸어가니 샤토 오브리옹이 모습이 눈앞에 놓였다.

황실에 제공되며 명성 얻어

프랑스 보르도 와인의 역사는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장 먼저 와인양조가 시작되고 발전한 곳이 그라브 지구로 그라브의 지명은 프랑스어로 자갈이라는 의미다. 이 지역은 가론느 강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작은 돌이 섞인 자갈 토양에서 유래됐다.
샤토 오브리옹의 역사는 14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최초의 문서는 1423년에 작성됐고  1509년 이곳의 소유권은 당시 와인업계의 부의 상징인 장 세귀르(Jean Segur)에게 넘어갔다.
1520년대, 이 포도원은 세귀르 가문에서 프랑수아 1세 국왕과 관계가 깊었고 보르도 시장을 역임했던 필립드 샤보(Philippe de Chabot)가문이 인수했는데 이때의 샤토의 브랜드 명을 아미랄 브리옹(Amiral de Brion)로 사용했다.
그 후 리부른(현재 포므롤과 생테밀리옹 일대)시장을 역임한 피에르 드 벨롱(Pierre de Bellon)이 인수했고 1525년 4월 그의 딸 잔느(Janne)가 장 드 퐁탁(Jean de Pontac)에게 시집갈 때 지참급으로 가져가 잠시 샤토 퐁탁(Chateau Pontac)이라고 했다.
1533년 쟝 드 퐁탁(Jean de Pontac)이 샤토 오브리옹을 건설하고 와인을 체계화했다. 1550년에 그가 쌓은 성을 와인 레이블에 사용했다. 1660년 샤토 오브리옹의 와인인 황실에 제공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1749년 푸멜(Fumel)가문, 1801년 타레란드(Talleyrand)가문, 1836년 라리유(Larrieu)가문 등을 거쳐 1934년 미국의 금융가 클라렌스 딜런(Clarence Dillon)이 인수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다글라스 딜런(Douglas Dillon)의 외손자인 찰스 룩셈부르크 왕자(H.R.H. Prince Charles of Luxembour)가 경영하고 있다.
1977년 보르도에서 가장 능력 있는 양조가 델마(Delmas)는 샤토 오브리옹에 특화된 포도 품종을 찾고 좋은 종자를 생산하기 위해 ‘NRA(National Agricultural Research Institute)’와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한 결과 자갈과 점토의 토양에 적합한 포도 품종을 찾는데 성공해 약 550그루의 포도나무를 새로 재배해 차별화했다.
현재 110헥타르에서 포도나무 수령이 40년 정도로 최고의 와인을 만드는데 손색이 없다. 1855년 나폴레옹 3세가 파리 세계박람회를 개최했을 당시 보르도 와인에 등급을 부여해 전 세계적으로 프랑스 와인을 소개하고 프랑스 와인의 품질을 알려 수출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했다.

절제되고 화려한 바디감 ‘인상적’

그 당시에 프랑스 레드와인이 유명하므로 화이트 와인은 제외했고 메독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을 출품대상에 넣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인근의 그라브 페삭-레오냥(Pessac-Leognan)지역에 있는 샤토 오브리옹 와인을 포함하도록 했다.
그 이유는 17세기 무명의 와인을 독자적으로 레이블을 만들고 최초로 ‘샤토’의 명칭을 사용하면서 영국 런던의 사교계에 파고들었고 영국의 정치인들 사이에 세계 최고의 와인으로 인정받아 브랜드 명성이 자자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이 주불 대사로 있을 당시 와인에 심취했고 프랑스 보르도 와인 중에 샤토 오브리옹을 극찬했기 때문에 파리 세계박람회 출품을 위한 등급분류에서도 차마 제외시킬 수가 없었다고 한다.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한 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된 프랑스 배상문제 회의가 1주일 동안 진행되는 동안 각국의 외교관 식탁에 샤토 오브리옹 와인이 제공되면서 프랑스를 구했다는 일화도 있다.
또한 ‘알려지지 않은 일기’를 쓴 영국의 여행가 샤뮤엘 피프스, ‘로빈슨 크루소’의 작가 다니엘 디포, ‘걸리버 여행기’를 쓴 조나단 스위프트, 영국의 계관시인이며 비평문학의 아버지 존 드라이덴 등이 즐겨 마신 와인으로도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한국을 국빈 방문한 프랑스 대통령 자크 시라크가 김대중 대통령에게 선물로 가져오면서 ‘평화를 기원하는 와인’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유명한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그의 명저인 ‘보르도 와인’(2003년 판)에서 “이 위대한 1등급 와인은 전 세계에서 가장 우아하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풍기는 와인”으로 극찬했으며 “1980년대 초반 이후에 샤토 오브리옹 와인만큼 품질이 지속적이거나 뛰어난 1등급 와인은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고 하면서 최고의 찬사를 보냈다.
필자는 2009년산 빈티지 와인을 시음했다. 포도품종은 메를로 46%, 카베르네 소비뇽 40%, 카베르네 프랑 14%을 프랑스 뉴 오크통에서 18~22개월간 숙성해 블렌딩한 와인으로 맑게 빛나는 아름다운 루비 빛에 우아하고 잘 성숙한 느낌의 와인으로 절제되고 화려하며 풍부한 바디감, 부드러우면서 집중도와 농축미가 느껴지는 와인이었다.
아로마는 검은 딸기, 블랙 커런트, 시나몬, 체리, 송로버섯 향, 그리고 약간 흙냄새와 같은 특별한 풍미가 일품이며 균형감이 뛰어나다. 음식과 조화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 구운 오리 가슴살, 숯불 갈비구이, 야생버섯이 가미된 닭고기 요리와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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