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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로 진검승부 개발 强드라이브”
“미래차로 진검승부 개발 强드라이브”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9.09.02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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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곳곳에 스킨십 강화하는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올해 현대자동차그룹의 사실상 총수로서 본격 진두지휘에 나선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는 물론 중국과 미국 등 세계시장을 누비며 시장의 지지를 얻기 위한 국내외 투자자들과 스킨십도 강화하고 있어서다. 그러면서 추진 중인 글로벌 경영전략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게다가 그룹의 미래차 부문 개발 및 선행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고 연구개발(R&D)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리치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를 따라가 봤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중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전략을 다각적으로 점검하면서 중국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아울러 중국 네이멍구지역 사막화 방지를 위한 현지 생태복원 봉사활동에 참여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12년 동안 중국 네이멍구 지역의 사막화를 막기 위한 ‘현대그린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1차 사업(2008년~2013년)에서는 자치구 아파카치 차칸노르 지역의 소금 사막 1500만평을 초지로 개선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는 정란치 보샤오테노르와 하기노르 지역 1200만평의 생태를 복원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현대차그룹의 대표적 CSR 활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중국 현지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의 대표 사례로 거론되고 있고 3년 연속 중국 사회과학원이 평가하는 중국 대표 공익 브랜드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국시장 부진 탈출전략 세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사막을 초지로 만드는 ‘사장작업’에 동참했다는 점이다. 사장작업은 허옇게 드러난 호수 바닥에 마른 나뭇가지를 심어 모래가 날아가는 것을 막는 일로 그는 현지 직원들로 이뤄진 봉사단과 함께 구슬땀을 흘렸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중국 자동차업계에서 입지가 줄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양하고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지난해 존경받는 외자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현지에서 ‘착한 기업’ 이미지를 각인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중국 사회과학원이 발표한 ‘기업사회책임발전지수’에서 현대차는 91.6점을 받아 삼성에 이어 외자 기업 2위로 선정됐다. 또 현대차의 점수는 한국 기업 평균 점수(70.7점)를 훨씬 웃도는 점수로 중국 자동차업계에서 3년 연속 1위에 올라 있다. 이는 중국 현지에서도 현대차의 책임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높이 사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정 수석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부터 해외 영토 확장과 글로벌 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일례로 그는 중국시장의 부진에 대한 탈출 전략 세우기 위해 7월에 이어 8월에도 베이징을 찾았다. 그리고 중국시장에서 현대차의 부진 원인과 해법, 향후 판매 전략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 수석부회장은 베이징현대 고위 임원들과의 회의를 주재하면서 중국 전기차 수요가 다소 주춤해지고 있는 만큼 치밀하게 ‘코나EV’ 판매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나EV’는 9월 중국에 출시되는 현대차의 첫 순수전기차다.
코나는 중국 내부에서도 관심이 높다. 미국과 유럽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데다 1회 충전으로 500㎞를 주행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때문에 그는 글로벌 경영을 강화함과 동시에 코나의 성공적 판매를 위한 행보를 걸은 것이다.

“동남아는 반드시 가야 하는 시장”

정 수석부회장은 북미시장에서의 진검승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영토 확대에 나서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차량 판매가 많은 세계 2위인 미국 자동차시장 공략에 시동을 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올 상반기 그는 미국에 최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를 선보였다. 그리고 성적표는 우수했다. 지난해 상반기 32만6048대를 팔았던 현대차는 올 상반기에만 현지에서 팰리세이드 등 모두 33만4373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8325대(2.5%)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증가에는 팰리세이드의 선전이 한몫했다.  
그런데 정 수석부회장은 이 같은 성적에 만족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내년 초 출시될 최고급 세단 제네시스의 첫 다목적차량(MPV) GV70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GV70’은 2021년 현지 최고의 MPV에 선정된 상태다. 
또 현대·기아차는 내년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최대 격전지인 북미 시장에서 진검승부를 펼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북미 시장에 출시해 판매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텔루라이드 생산·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소형부터 대형까지 SUV 풀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조지아 공장의 텔루라이드 연간 생산목표를 34% 끌어 올렸다. 생산목표가 당초 6만4000대에서 최근 8만6000대로 변했다. 더불어 올해 국내에서 먼저 출시하는 GV80도 내년 북미 시장에 투입해 프리미엄 대형 SUV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그런가 하면 그는 동남아시아시장에도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중국 대체 시장으로 부상한 동남아시아를 선점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전초기지로 선택하고 현지에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 중에 있는 게 대표적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평소 “동남아는 반드시 가야 하는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그가 그간 동남아 시장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소극적이었던 임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는 말도 들리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처럼 ‘동남아’를 강조한 이유는 이곳이 지난해에만 자동차 판매량이 6%대 증가한 ‘기회의 땅’이라는 점에 기인한다. 현재 동남아시장은 도요타·다이하쓰·혼다·미쓰비시 등 일본차가 점유율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이곳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그 뿐만 아니다. 정 수석부회장은 동남아 영토 확장을 위해 지난 7월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통령궁에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을 예방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메이킹 인도네시아 4.0 로드맵’을 세우고 자동차를 중심으로 5대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현지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들에 각종 혜택을 주고 있는 인물이다. 때문에 그의 이 같은 행보에 세계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동남아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쏘았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정 수석부회장의 행보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의 행보가 경기침체 등 악재 속에서도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어서다. 그만큼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실제 현대차는 해외 약진으로 지난해 상반기 54만919대 수출했던 것을 올 상반기에 10% 급증한 59만4932대로 끌어올렸다. 또한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 30% 증가한 26조9664억 원, 1조2377억 원을 기록했다. 아울러 올해 2분기 순이익도 9193원으로 지난해 2분기에 비해 31% 증가했다.
현재 정 수석부회장은 미래차 시장에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미래차시장에서 기술력과 품질로 승부를 걸겠다는 것이다. 전기자동차(EV) 등 친환경 자동차시장 확대에도 발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이와 맥을 같이한다.

미래차 투자 확대 가속화

그는 올해 초 시무식에서 “2025년까지 친환경차(하이브리드·전기차·수소전기차) 제품군을 44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전기차는 23종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미래차 투자 확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 초에 오는 2023년까지 연구개발(R&D)과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 분야에 45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며 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5년간 모빌리티, 전동화, 자율주행 및 커넥티비티 등 미래차 기술 확보에 14조7000억원을 집행한다는 게 그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스타트업 투자는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월 현대자동차그룹이 공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400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상반기 스타트업 투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주도했는데 신규 17개 스타트업에 투자액을 합산하면 1028억원이다. 여기에 기존 스타트업에 대한 상반기 투자 집행 금액을 포함하면 3871억원이 된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차는 하반기 설비투자액을 상반기보다 3배 늘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대차는 하반기 3조5731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기아차 역시 하반기에 상반기 설비투자의 3배 규모인 2조141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처럼 미래차 선점을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공유 경제, 인공지능(AI), 스마트 모빌리티와 같은 미래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미래 자동차 ‘스마트 모빌리티’ 시대에 대비해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9월 10일 열리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모터쇼(IAA)에서 새로 개발한 경주용 전기차를 처음 공개할 계획이다. 전기차 개발은 자동차 산업의 혁신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공개될 전기차에 대한 관심도 높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번 현대차의 경주용 전기차 결과물을 위해 꾸준한 지원과 응원을 했다. 일례로 지난 5월 크로아티아의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 오토모빌리(Rimac Automobili)’에 8000만 유로(1067억원) 규모를 투자하고 상호 협력을 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 자리에서 오는 2020년까지 고성능 전기차와 나아가 고성능 수소 전기차까지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리고 현재 리막과의 협업으로 내연기관에 국한됐던 고성능 라인업을 전기·수소 등 친환경 차에까지 확대하는 기술 확보에 힘쓰고 있다.

고성능 자동차 개발에 역량 집중

정 수석부회장은 현재 글로벌 기술력을 선도할 동력성능 혁신을 통해 친환경차 대중화를 선도하고 사회적 가치도 함께 창출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단순히 ‘잘 달리는 차’를 넘어 모든 고객이 꿈꾸는 고성능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중이다.
업계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소비자들이 이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잘 팔리는 차량에만 집중해왔던 현대차가 고객의 취향을 이해하고 운동성능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다양한 제품군을 완성해 나가고 있다는 분석도 들리고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그룹 역량을 활용해 독자적인 모빌리티(mobility·차량 호출, 차량 공유 등 각종 이동수단) 서비스사업 모델을 구축할 것”이라며 “외부 사업자와 제휴로 제조업과 서비스를 융합한 사업을 발굴해 세계시장을 공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는 스타트업처럼 더 많이 변할 것”이라면서 “우리 문화는 앞으로 더욱 자유로워지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변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로필
▲ 1970년생
▲ 학력
     - 휘문고등학교
     -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 샌프란시스코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 주요경력
     - 현대자동차 구매실장(1999년)
     - 현대자동차 영업지원사업부 부장
     -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 부본부장(2002년)
     - 현대기아자동차 기획총괄본부 부본부장(2003년)
     - 현대모비스 부사장(2003년)
     - 기아자동차 대표이사 사장(2005년 3월~2009년 8월)
     - 대한양궁협회 회장(2005년 5월~현재)
     - 아시아양궁연맹 회장(2005년 11월)
     - 현대자동차 기획 및 영업담당 부회장(2009년 8월)
     - 아시아양궁연맹 회장(2009년 11월~현재)
     -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2018년 11월~현재)
     - 국제수소위원회 공동회장(2019년 1월~현재)
     - 현대모비스 대표이사(2019년 3월~현재)
     - 현대자동차 대표이사(2019년 3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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