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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로운 혼합으로 인상 깊은 유적 탄생
조화로운 혼합으로 인상 깊은 유적 탄생
  • 이덕희 칼럼리스트
  • 승인 2019.09.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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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루스(Belarus)

 

벨라루스는 유럽 동부의 폴란드와 러시아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내륙 나라다. 역사적으로 폴란드, 러시아, 독일의 지배를 받다가 구소련의 해체와 함께 1991년 독립했으며 정식 명칭은 벨라루스 공화국(Republic of Belarus)이다. 이번에는 벨라루스에 있는 세 곳의 세계 문화 유산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벨라루스의 기후는 대륙성 기후이나 편서풍의 영향으로 심한 한랭의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지리적 위치상 늘 지배권이 바뀌는 바람에 문화가 뒤섞여 유적지가 복합적인 특성을 띤다.

중요 교역로의 교차점 ‘미르 성’

미르 성(Mir Castle Complex)은 15세기 말에 고딕 양식으로 건축됐고 얼마 뒤에는 르네상스 양식으로, 그 다음에는 바로크 양식으로 확장 재건축 됐다. 미르 성이 있는 이 지역은 유럽의 지리적 중심지에 위치한 비옥한 땅으로 가장 중요한 교역로의 교차점인 동시에 유럽 및 세계적 차원의 다양한 종교 문화적 전통을 가진 세력들 간의 다툼이 된 진원지이기도 했다.
미르 성은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에 일리니치(Ilyinichi) 가문이 건축한 성이다. 1569년 라치빌 가문에게 양도된 후 17세기 초에 이탈리아식 정원과 여러 개의 연못을 포함한 르네상스 양식의 숙박 시설이 추가됐다. 
나폴레옹 시대에 심하게 훼손되어 폐허 상태로 방치됐다가 19세기 후반에 스비야토폴크 미르스키 공작이 이 미르 성 단지를 매입해 호수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했다. 제 2차 세계 대전 동안에는 포로수용소로 유대인 강제 거주 지구로 쓰였다가 1982년에야 본격적으로 복원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미르 성은 연속적인 문화적 영향이 조화롭게 혼합되어 역사적이며 인상 깊은 유적을 남겨 놓았고 중부 유럽 성의 뛰어난 본보기가 됐다. 이에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네스비쉬의 라지비우가의 복합 공간

네스비쉬의 라지비우가의 건축·주거·문화 복합 공간(Architectural, Residential and Cultural Complex of the Radziwill Family at Nesvizh)은  서양 전통 건축을 기반으로 새로운 건축 개념을 접목하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중부 유럽에서 새로운 건축학파가 확립되는 계기가 됐다. 이 공간은 주거용 성, 성체 축일 교회와 묘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구조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건물은 16세기에 지어진 4개의 보루와 4개의 외벽으로 구성된 직사각형 요새 안에 세워져 있고 수로로 둘러싸여 있다.
이 통합된 서양 전통 건축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을 접목하는 요람이 됐다. 또한 16세기부터 17세기 중부 유럽 건축사의 유형학 건축 발전에서 중요한 단계를 보여주는데 특히 성체 축일 교회의 교차식 돔형 지붕에서 두드러진다.
이 복합 공간은 중부 및 동부 유럽의 사상을 전파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이들의 양식의 독특함을 인정받아 200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천문학자 스트루베가 만든 ‘측지학 아크’

스트루베 측지 아크(Struve Geodetic Arc)는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1815년에 개최한 빈 회의 결과에 따라 유럽 내에 국경을 확립할 것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지도 제작의 필요성이 생겨 러시아의 황제 알렉산드르 1세의 지시로  천문학자 빌헬름 스트루베가 만든 측지학 아크를 말한다.
스트루베는 근무하던 대학의 천문대를 통해 경도(자오선)를 지나가는 아크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후 아크들은 그의 동료들과 1816년부터 1851년 사이에 세운 최초의 34개 거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거점은 다양한 형태로 표시됐는데 바위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기도 하고 간혹 납으로 채우기도 했으며 거점과 아크를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기념물을 세우기도 했다. 스트루베 측지 아크는 서로 다른 국가의 과학자들이 과학적인 협력의 형태로 인류가 서로 가치를 교류한 경우이고 동시에 기술 집합체의 훌륭한 사례가 되고 있다.
이들 아크의 측정 작업 결과는 지구의 모양과 크기에 대한 인간의 궁금증을 해소시켰다. 이러한 가치에 힘입어 이들 측지 아크들은 모두 2005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벨라루스라는 국명은 백러시아(White Russia)를 의미하며 옛 부터 백색 의상을 좋아하는 ‘깨끗한 민족’이라는 데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다. 이 지역은 동슬라브계에 속하며 백색 피부를 가진 미녀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복합적이고 조화로운 건축 양식

이 나라는 주변국에 의해 늘 지배자가 바뀌었고 그중에서 러시아의 영향이 가장 컸다. 문화는 한 곳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새로운 복합 형태를 보여준다.
벨라루스는 유난히 그러한 영향을 받아 건축 양식이 아주 복합적이고 조화롭게 혼합되어 인상 깊은 유적을 많이 남겼다. 이러한 융합의 오랜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서 잘 간직었으면 하는 게 필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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