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10:27 (화)
포르투갈 초카팔라 화이트 와인
포르투갈 초카팔라 화이트 와인
  • 고재윤 교수
  • 승인 2019.10.05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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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서양’ 바람과 ‘쥐라기’ 토양의 만남

 

지난 6월 말에 무더운 여름철의 불볕더위를 피해 포르투갈로 와인투어를 떠났다. 포르투갈의 여름 날씨도 만만치 않았다. 최근에 주정강화와인 포트, 마데이라 와인 대신에 테이블 와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포르투갈의 와인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수도 리스본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진 알렝케르(Alenquer)마을의 초카팔라 와이너리에 아침 10시에 도착했다.

 

언덕위에 펼쳐진 포도밭, 옛 정서가 흠뻑 묻어 있는 주택, 현대식 와이너리를 보면서 자연 속에 생활하는 양조가의 모습이 그려졌다. 하지만 타바레스 다 실바(Tavares da Silva)의 부인 알리스(Alice)를 만나는 순간 농촌에 세련되고 곱게 세월을 보낸 귀부인이 이곳에 농사를 짓고 와인을 양조할까 하는 궁금증이 더해졌다.
주거하는 집에 옛날에 사용한 전통적인 양조 시설도 있고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옛 와이너리는 17세기에 세워진 군사 방어 초소를 개조해 수영장, 접견실,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바이어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도 멋진 점심을 대접받고 매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테이블와인으로 주목…‘인상적’

포르투갈은 고고학적으로 이베리아반도 남부에서 와인을 마신 것이 기원전 7~6세기이고 와인을 양조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5~4세기라고 한다. 고대 로마 통치하에 루시타니아에서 특히 이스트레마두라 및 포르투갈 남부에서 포도나무 재배를 장려하면서 포르투갈 북부까지 포도나무를 심었다.
포르투갈 북부의 알투 도루 와인 산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포르투갈은 서쪽은 대서양, 남쪽은 지중해, 동쪽은 유럽 대륙과 맞닿아 있어 지중해성 기후와 아열대 기후, 온대 기후가 혼재하며 200개 이상의 미세 기후가 존재하면서 다양한 떼루아를 갖고 있다.
포르투갈은 유럽국가 중에 가족 단위로 경영하는 중소 와이너리가 많이 있다. 그 이유는 2004년부터 농촌에 상속세를 폐지해 농업 인구의 유출을 막고 6차 산업을 정착시킨 정부의 노력이 있었다. 초카팔라 와이너리(Quinta de Chocapalha White wine)도 타바레스 다 실바도 가족이 열정을 갖고 운영하고 있다.
타바레스 다 실바(Tavares da Silva)는 포르투갈 해군 고급 장교로 근무할 때 당시 식민지였던 앙고라로 파병되었는데 죄 없는 앙고라의 국민을 죽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군인으로서 회의를 느껴 1987년에 30년간 근무한 해군 장교를 미련 없이 은퇴했다.
그는 아내 알리스(Alice)와 함께 포도 농사에 전념하고 와인을 양조하면서 여생을 보낼 최적의 와인 산지를 찾아다녔다. 2000년 소규모 포도밭을 사들여 양조에 도전했고 첫해 1500병의 와인을 생산하면서 생의 행복감을 맛봤다.
2013년 와인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집 근처 포도밭 언덕에 콘크리트 구조물로 새롭게 양조장을 만들고 그 위를 흙으로 덮어 만든 자연 친화적인 건물은 이 지역의 새로운 명소가 됐고 와인의 명성도 날로 높아졌다. 이 지역은 로마 시대에 포도나무를 재배했고 711년 이베리아 반도에 무어인들이 침략해서 무슬림이 지배된 당시에도 와인 양조를 했다.
타바레스 다 실바는 포도나무를 재배한 역사의 땅을 소중히 하고 와인 품질을 위해 포도 수확 품질에 온갖 정성을 다했다. 타바레스 다 실바는 포도밭 관리만 담당하면서 매일 포도나무를 돌보는 일이 전부였고 부인 알리스는 와인 양조에 전념하면서 와인이 가진 자연의 비밀을 하나 둘 벗겨 나갔다.
두 딸은 아버지를 늘 ‘포도밭의 수호자’로 호칭했는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포도밭을 돌보는 아버지의 열정, 사랑, 고집이 최고의 와인을 만들었다. 또한 최고 품질의 와인을 양조하는 것이 경영철학이기 때문에 포도 작황이 좋지 않으면 양조한 와인은 초카팔라 브랜드를 출시하고 다른 양조장에 팔았다.
실제로 2014년 수확 철에 비가 많이 내려 와인의 품질이 떨어지자 그해 생산된 모든 와인은 벌크와인으로 다른 양조장에 팔기도 했다. 그리고 토착품종(청포도; Arinto, Viosinho, Gouveio, 흑포도 ; Touriga Nacional, Tinta Roriz, Castelao,Touriga Franca, Alicante Bouschet)을 심고 전통적인 양조에 현대적인 양조지식과 기술을 접목했지만 와인의 품질이 기대만큼 좋지 않자 떼루아 연구를 몰두했다.
그 결과 떼루아에 적합한 국제포도품종(청포도; Chardonnay, Sauvignon Blanc, 흑포도; Syrah, Cabernet Sauvignon, Petit Verdot)을 찾아 심었다.
쥐라기 시대부터 형성된 점토석회암 토양, 대서양에서 붙어오는 바닷바람, 아침이슬과 함께 서늘한 기후, 여름에는 30℃가 넘어가는 고온, 겨울에는 8℃로 온화한 기후에 아침저녁의 일교차가 심한 45헥타르 포도밭의 특성을 찾아 구획별 세분화하면서 떼루아에 적합한 포도를 재정리했다.
그리고 포도를 수확할 때는 과숙한 포도를 선별해 손 수확하고 포도밭 별로 수확 시기도 달리하면서 최상의 포도를 양조에 사용했다. 현재는 대학에서 양조학을 공부한 막내딸이 어머니의 양조를 돕고, 회계학을 전공하고 수년간 회계사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돌아온 큰딸은 레이블 디자인과 국내외 마케팅을 담당하면서 와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와인을 양조했다.
신선한 맛에 긴 여운

필자는 12개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여름철이라 로제와인과 리제르바 화이트와인 2016(Chocapalha Reserva 2016)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중에 화이트 와인은 로버트 파커가 90점, 국제 품평회에서 3회 금, 은, 동상을 받았다. 포도품종 샤르도네 85%와 아린토 15%을 블랜딩했고 프랑스 오크배럴에서 18일 동안 저온 발효하고 프랑스 뉴 오크통에서 9개월 숙성한다.
밝고 뛰어난 연초록을 띤 노란색으로 흰꽃, 레몬, 미네랄 향이 매우 인상 깊고 균형감이 뛰어나며 적절한 산도로 신선하고 여운이 긴 고급 와인이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생선회, 생선찜, 야채 요리, 훈제한 닭요리 등에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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