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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들은 저금리·저성장에 ‘탈출구 모색’
자산가들은 저금리·저성장에 ‘탈출구 모색’
  • 이욱호 기자
  • 승인 2019.11.21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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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α수익’ 찾아 해외로 나간다

 

강남자산가들의 재테크 전략 변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재테크 정보에 밝고 인적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해외 주식 및 채권에 투자했고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비자, 스타벅스, 엔비디아 등 미국 우량주나 항서제약, 귀주모태주 등 중국 대형주가 효자 종목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 중국 주식, 달러채권 등 글로벌 자산 투자에 나서는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리치 에서 자세히 부자들의 행보를 쫒아봤다.
사업가이자 자산가인 강수상(55·가명)씨는 최근 글로벌 투자를 눈여겨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담아뒀던 10억원 가량을 빼내 미국이나 중국 주식, 달러채권 등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려는 생각에서다. 그는 기대수익률은 낮추고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가운데 부동산에 방점을 찍는다는 전략을 세워둔 상태다.

30억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민병수(61·가명)씨는 얼마 전 예적금에 담아뒀던 15억원을 빼냈다. 연 1%대 은행예금에 넣자니 손해 보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는 찾지 못한 상태다. 다만 이제 현금성 자산으로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글로벌 리츠(REITs) 투자에 적극 나설 생각을 하고 있다.


투자 효과로 수익 극대화

강남 자산가들이 강씨나 민씨처럼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저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자산관리 양극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데 있다. 국내 투자 환경이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할 여건도 되지 않으니 마땅한 방법도 없다는 것이다.
반면 해외 투자 여건은 꽤 괜찮은 편이다. 글로벌 리츠의 경우 올해 수익률이 두 자릿수를 나타내고 있다. 해외 선진국 채권도 연 평균 5~6%씩 수익이 나고 있다. 여기에 비교적 안전하면서 평균 투자기간도 짧아 급할 때 유동화하기도 좋아 자산가들의 선호도가 높다.
실제 자산가들을 컨설팅해주고 있는 투자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이들은 국내 주식이나 부동산에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에서 자산을 찾아 미국이나 중국의 주식 또는 달러채권 등 글로벌 자산에 투자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현상이 요즈음 강남 부자들의 투자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해외 주식이나 채권 투자는 대세라고 할 수 있다. 종목의 주가가 많이 오르기는 했어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돈을 넣는 투자자도 있다. 이는 아직 추세가 꺾이지 않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강남자산가들의 투자전략은 최근 삼성증권이 예탁자산 1억원 이상 자사 고액자산가 26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액자산가들 상당수가 하반기 투자전략으로 해외투자를 현재보다 더 늘릴 예정이고 불확실성 확대로 달러채권 등에 대한 선호 추세는 더욱 강화했다. 응답자의 58.7%가 하반기에 해외투자를 현재보다 늘릴 예정이며 이들의 64.1%는 하반기에 불확실성 확대로 달러채권을 포함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추세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가들은 글로벌 전체 자산 중 가장 유망한 투자자산에 대해서는 달러채권 등 해외채권형 상품의 선호도 40% 이상을 보였다. 또 달러자산 중 달러금리형 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58.3%로 더욱 증가했다. 더욱이 올해의 유망자산을 묻는 질문에 17.1%의 응답을 기록했던 미국주식이 하반기에는 30.9%로 껑충 뛰어 올랐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자산가들은 향후 1년간 채권형·해외주식형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의 비중을 부동산보다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이들 자산가는 금융자산의 연 수익률 5~6%이 부동산 연수익률 3~4%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골이 깊으니 산이 높을 것”

자산가들이 이처럼 국내에서 국외로 눈을 돌리는 주된 이유는 저성장, 저금리 흐름이 굳어질 것을 대비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기초해 국내에서 해외로 자산을 구조조정 중에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에게 따르면 이들 자산가는 향후 1년간 비중을 늘릴 투자처로 채권형펀드와 해외주식형펀드, 해외부동산펀드 등을 꼽고 있다. 또 투자 지역으로는 북미와 동남아를 눈여겨보고 있다.
일부 자산가는 특히 해외 투자를 위한 현지 탐방과 일대일 상담을 적극적으로 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금리가 워낙 낮은 데다 증시나 부동산 등 투자시장이 오랫동안 침체돼 경제가 거의 멈췄다고 보고 해외에서 고수익 투자를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자산가들이 발걸음을 빨리하며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산가들은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성장이 점차 둔화하는 국내 경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 경기를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금 부담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이 신설되는 등 과세가 강화되면서 재산을 제대로 지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는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로 인해 자산가들은 예금금리를 웃도는 ‘알파’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얻을 고배당·리츠 상품과 해외 금융 투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국내 증시까지 휘청여 장기간 묻어두기에는 불안감을 느끼는 자산가들은 포트폴리오의 20% 정도를 해외 주식이나 펀드로 바꾸고 있으며 달러를 보유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사실 1%대 초중반인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5% 안팎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거두는 데 관심이 높다. 때문에 이들의 자산 전략의 목표는 저금리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고배당펀드나 국내외 리츠, 해외 주식·채권을 포트폴리오에 적극적으로 담고 투자에 나서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고객 자산가들은 안정적으로 예금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거둘 수 있는 리츠·배당주 펀드에 관심이 많다.
특히 연 수익률 5~6% 수준의 사모 부동산펀드나 매월 지급되면서 배당 수익률도 3~5%대로 높은 편인 미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일부 자산가들은 꾸준히 달러 채권이나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을 보유하려고 한다. 미·중 무역 분쟁 등 국내외 불확실성으로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높다는 이유에서다.
해외 부동산 투자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부동산은 종합부동산세 등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 데다 투자한 국가의 세제 혜택을 활용하면 세금 부담이 낮아져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공격적 투자가 답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임대 물건을 고를 때도 공실률이 높아진 서울 대신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일본 도쿄의 오피스·상가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투자 위험이 낮은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을 선호하는 편이다. 일부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는 자산가의 경우에는 동남아시아에 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다.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이 주요 투자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투자 전문가는 “해외 부동산 투자 시 주요 리스크로는 현지 법과 제도 불확실성, 투자 이후에 출구 과정으로서 매각 시 손실 가능성 등을 꼽을 수 있다”며 “안전성과 해당 물건의 환금성, 자산의 달러화 여부, 꾸준한 수익성 확보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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