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아시아나항공’을 품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아시아나항공’을 품다
  • 이욱호 기자
  • 승인 2019.11.2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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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사업의 꿈 이룬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할 것이다.” 우리나라 2위의 국적 항공사 아시아나항공이 새로운 주인이 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의 포부다. 7개월 가까이 이어진 인수전 끝에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후 정 회장은 육상과 해상, 그리고 항공 분야의 이동 수단을 모두 아우르는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입찰에 참여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대산업개발이 선정됐다. 현대산업개발은 그간 건설과 면세점 사업을 영위해 왔다. 하지만 이제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완료되면 단숨에 재계 17위로 뛰어오른다. 게다가 건설에서 면세, 호텔, 항공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종합그룹으로서 입지도 다질 수 있다.

‘통 큰 베팅’으로 재계 17위로 ‘껑충’

정 회장의 목표도 모빌리티 그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의 목표에 대한 의지는 강했다. 본 입찰을 앞두고 실무진들에게 “그룹 재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회사니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리고 아시아나항공 인수금액을 2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써냈다.
업계에서는 이 금액은 강력한 경쟁사였던 애경보다 1조원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같은 회사를 경쟁사보다 1조원이나 비싸게 인수한 셈이지만 이처럼 그가 ‘통 큰 베팅’을 한 것은 인수에 대한 간절함이 그만큼 컸다는 의미다.
사실 정 회장의 입장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상당히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지주사 전환 이후 1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고 있던 중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육상과 해상, 항공 분야의 이동 수단을 모두 아우르는 회사를 만들고자 했던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기에도 적격이었다.
실제 그는 지난해 5월 지주사 출범 이후 새롭고 안정적인 미래 사업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건설업을 확장하기보다 호텔, 면세점 등 유통영역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었지만 미래 신사업 발굴과 사업 다각화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던 것이다.
정 회장이 이처럼 신규 사업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간 탁월한 경영성과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05년 4월 현대산업개발 회장 자리에 오른 그는 오직 국내 주택사업에 집중하면서 현대산업개발을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내실을 갖춘 우량회사 중 하나로 성장시켰다.
이 시기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해외건설 플랜트 사업이나 대형 토목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지만 정 회장은 단순 도급사업뿐 아니라 자체개발사업 비중도 늘려 외형보다는 수익성에 주목하면서 사업 다각화에도 힘썼던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항공산업이 HDC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HDC그룹은 항공산업 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항만사업도 많이 하고 있어 육상이나 해상 그리고 항공 이런 것들을 앞으로 좀 더 연구해볼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첨단 이동 수단을 뜻하는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항공뿐만 아니라 모든 이동 수단 관련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셈이다.
그가 이처럼 모빌리티 그룹을 추구하는 것은 국내 면세, 레저사업이나 물류사업, 항만사업 등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무관하지만은 않다. 재계에서도 HDC그룹이 항공운송업의 부대사업으로 꼽히는 리조트·면세점 사업 등을 가진 만큼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모빌리티 그룹을 청사진으로 제시한 것이 과거 선친과 함께 몸담았던 모빌리티 사업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당시 부자(父子)가 못다 한 자동차에 대한 꿈을 항공을 통해 이루려 하는 행보라는 얘기다.
이 같은 관측은 정 회장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다섯째 동생인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아들이라는 것에서 출발하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 포니 신화의 주역 중 한 명으로 ‘포니 신화’를 일으킨 ‘포니정’으로 통하며 현대자동차를 반석에 올려놓았던 인물이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현대자동차를 떠나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현대자동차를 떠난 것에 대해 자주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 이유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정 명예회장과 정 회장은 지난 1999년 3월 정주영 창업주가 장자인 정몽구 회장에게 자동차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하자 현대산업개발에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정 회장은 2005년 정 명예회장 타계 후 선친의 별칭을 딴 ‘포니정 재단’을 만들고 활발히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높인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HDC그룹이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경영 정상화에 적잖은 부담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9조원이 넘고 있고 해보지 않은 비즈니스에 투자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현재 항공업계에서 겪고 있는 안전 문제와 경쟁력 강화 등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신형항공기와 서비스 분야에 대해 지속 투자할 것이고 초우량 항공사로서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더욱 높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몽규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집중하면서 본 계약이 원활히 성사되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임직원들과 긍정적 시너지를 이뤄냄으로써 주주와 사회에 기여하고 한국의 미래경쟁력도 강화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프로필
▲1962년 1월 14일생
- 용산고등학교
-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 옥스퍼드대학교 대학원 철학, 정치학, 경제학 석사

▲ 주요 경력
- 주식회사 현대자동차 입사(1988년 11월)
- 울산현대 호랑이 축구단 구단주(1994년 1월~1996년 12월)
- 주식회사 현대자동차 회장(1996년 1월~1999년 3월)
- 전북현대 다이노스 축구단 구단주(1997년 1월~1999년 3월)
- 제5대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회장(1997년 2월~1999년 1월)
- 전국경제인연합회 한영경협위원장(1998년 7월)
- 현대산업개발 회장(1999년 3월~2018년 4월)
- 부산 아이파크 축구단 구단주(2000년 1월~현재)
- 제9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2011년 1월~2013년 1월)
- 아시아축구연맹 AFC 특별위원회 위원(2011년 4월~2013년 3월)
-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2013년 1월~2016년 6월)
- 동아시아축구연맹 회장(2013년 2월~2014년 3월)
- FIFA클럽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2013년 8월~현재)
- 동아시아축구연맹 EAFF 부회장(2014년 3월~2018년 2월)
- 아시아축구연맹 AFC 집행위원회 위원(2015년 5월~현재)
- 2017피파20세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2016년 3월)
- 리우올림픽 선수단 단장(2016년 3월~현재)
- 제53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장(2016년 7월~현재)
- 아시아축구연맹 AFC 부회장(2016년 9월~2019년 4월)
- 대한체육회 부회장(2017년 1월~현재)
- 국제축구연맹 FIFA 평의회 위원(2017년 5월~2019년 4월)
- 동아시아축구연맹 EAFF 회장(2018년 3월~현재)
- HDC 회장(2018년 5월~현재)
- 전국경제인연합회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 위원장(2018년 11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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