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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우려 과도하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디플레이션 우려 과도하다’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김은희 기자
  • 승인 2019.12.26 1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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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완만히 높아질 것”

 

“우리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저물가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지난달 17일 한국은행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밝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진단이다. 그는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를 크게 밑돈 데 대해 수요와 공급, 정책 요인이 모두 물가의 오름세를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2020년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하면서 물가 상승세도 현저히 약화했다. 두 차례의 금리 인하는 거시경제 관점에서 경기회복과 물가 하방압력 완화에 중점을 두었고 경기를 살리고 물가하락 속도를 조절할 필요성이 커져서 금리를 인하한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유례없는 저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공급 요인과 정부의 복지 강화 등 정책적 요인에 상당히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또 수요와 공급 측면 물가압력 약화 뿐 아니라 IT기술 발전에 따른 생산·유통비용 절감 등 경제구조 차원의 변화도 최근 저물가 상황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리 인하 불가피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18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4%로 2018년  1.5%에 비해 크게 낮아져 물가안정목표인 2%를 밑돌고 있다. 그마저도 8월 이후부터는 사실상 ‘마이너스’로 돌아선 상황이다.
이 총재는 이 같은 상황이 초래된 원인으로 경제성장 둔화, 석유와 농축수산물의 가격 하락, 의료·교육 분야 복지정책의 확대 등을 지목했다. 여기에 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도 인정했다. 다만 거시적으로 경기와 물가 사정을 감안할 때 금리인하 결정은 필요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주요국에서 경기와 물가 간 상관관계가 약화됐다는 연구결과가 꾸준히 제시되고 있다. 미시물가 자료를 이용해 기업의 가격조정행태를 분석해 본 결과 가격조정빈도가 줄었는데 이는 한국에서도 경기와 물가 간 관계의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나 물가 부문에서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있는 것에 대해 구조적 변화 이유로 IT 기술 발전에 따른 4차 산업혁명과 고령화로 대표되는 인구구조 변화, 공유경제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낮은 금리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경기적·일시적 요인 외에도 우리 경제가 다양한 측면에서 저물가를 야기하는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노동시장에서는 인구고령화와 자동화 진전 등이 임금상승을 제약해 물가 상승압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경제구조 변화는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와 효과가 과거와 달라졌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저물가를 통화정책만으로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통화정책 완화 정도는 경기와 금융안정 상황, 정부 정책, 예상되는 효과와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그는 물가와 경기의 상관관계가 과거와 달리 많이 약해져 있어 물가목표 달성에 불확실성이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도 현행 물가관리 목표(소비자물가 상승률 2%)를 대체할 통화정책 지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물가가 예전만큼 따라 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암시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성장세가 예상보다 크게 둔화됐고 물가상승세도 약화됐기 때문에 경기 회복을 촉진하고 물가가 더 떨어지는 압력을 완화시킬 필요성이 상당히 컸다. 당시 상황에 비춰보면 경기와 물가에 더 중점을 둬야 했다.”
이 총재는 이 같은 경제구조의 변화는 통화정책의 파급경로와 효과가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졌을 가능성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물가안정을 중요한 목표로 하는 중앙은행의 입장에서는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고 토로했다.

“상승률 1% 내외 전망된다”

“정부가 주택시장 상황을 평가하면서 저금리를 지목했다. 완화적 금융 여건으로 인해 차입비용이 낮아진 것이 주택 수요를 높이는 하나의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올해 두 차례 이뤄진 금리 인하가 주택 수요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는 정부의 12.16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리나라 가계 빚은 주택담보대출 동향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데 이번 대책에는 담보대출 규제 강화 조치 등 주택 수요에 영향을 주는 조치들이 담겼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과제 중의 하나로 늘 언급되는 것으로 가계부채의 과다가 지목되고 있다. 또한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폈지만 여전히 가계부채가 소득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취약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481조원에 달하며 이 중 절반이 넘는 830조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그가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초 저공비행을 거듭하는 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책임과 부동산가격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부담 사이에서 고민한 것은 이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인플레이션 하락에 따라 일반인의 단기 기대인플레이션도 큰 폭 낮아졌다. 저인플레이션이 오래 지속되는 데 따른 우려는 우리도 걱정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기조적 물가흐름은 수요·공급측 영향을 제외하고 1%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내년 이후 점차 물가가 오를 것이다.”
이 총재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디플레이션 우려는 일축했다. 낮은 물가상승률은 수요압력 약화뿐만 아니라 공급 및 정책 요인에도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는데 물가수준의 하락이 상품 및 서비스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지속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디플레이션의 일반적인 정의에서 볼 때 현재로서는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물가 여건을 살펴보면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압력이 미약하지만 공급 측면에서의 물가 하방압력은 점차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2020년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금년보다 높아져 1%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장기 물가안정목표치인 2%에 이르는 속도는 상당히 완만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물가가 목표수준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이유로 경기나 일시적 요인 뿐 아니라 우리 경제가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을 꼽았다.
이 같은 전망 이면에는 미중 무역 분쟁이 어느 정도 완화되고 반도체 경기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예상이 자리를 잡고 있다. 예컨대 미중 무역 분쟁의 1단계 합의와 반도체 경기 반등으로 2020년부터는 물가가 다소 오를 것이며 2020년에는 1.0%, 2021년에는 1.3%로 여전히 목표치보다 낮지만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완화기조 유지”

“앞으로의 통화정책은 완화기조를 유지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계획이다. 추가 완화는 물가 움직임만 보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경기상황, 금융안정 상황, 정책, 추가조정 시 예상되는 효과와 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다.”
이 총재는 완화 기조를 이어가되 통화정책의 시계를 단기가 아닌 중기적 관점에 놓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주요국의 논의 내용을 참고하며 물가안정목표제의 유효성을 점검하고 효율적 운영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물가안정목표제란 기준금리와 통화량을 통제하는 중앙은행이 일정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목표로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제도를 말하는 것으로 과도한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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