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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형사소송 변호사 강민구의 생활법률
부동산·형사소송 변호사 강민구의 생활법률
  • 강민구
  • 승인 2019.12.26 1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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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차권등기명령으로 대항력 유지 가능하다”

 

A양은 임대기간이 끝났는데 집주인 B씨가 세를 놔서 보증금을 주겠다고 버티면서 돌려주지 않는다. A양은 직장 문제로 당장 이사를 가야 하는데 이사 가게 되면 주민등록이 이전되어 대항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러한 경우 주소를 옮기면서도 임차권의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임차권등기명령’ 제도다. 임차권등기는 마치 근저당이나 전세권처럼 건물등기부에 임차권을 등기할 수 있는 제도인데 대세적인 효력은 있으나 임의경매를 신청할 권한까지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러한 임차권등기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협의 하에 할 수도 있는데 반대의 특약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차권등기절차에 협력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621조 1항). 그리고 부동산임대차를 등기한 때에는 그때부터 제3자에 대해 효력이 생기므로 점유와 주민등록이전 등의 요건을 상실한다고 해도 무방하게 된다.

간단하게 법원에 신청 가능

그런데 만약 임대차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집주인이 보증금도 내주지 않고 임차권등기에도 협력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위 민법 조항에 의거하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이에 주택임대차의 경우에는 특별히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간단하게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가 마련됐는데 이것이 바로 ‘임차권등기명령제도’다.
법원에서 세입자가 신청할 경우 집주인의 협력 없이도 일방적, 강제적으로 등기를 명령하는 것이다. 즉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을 반환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차주택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서에는 ① 신청의 취지 및 이유 ② 임대차의 목적인 주택(임대차의 목적이 주택의 일부분인 경우에는 해당 부분의 도면을 첨부한다) ③ 임차권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임차인이 제3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따른 대항력을 취득하였거나 제3조의2 제2항에 따른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사실) ④ 그 밖에 대법원규칙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어야 한다. 또한 신청의 이유와 임차권등기의 원인이 된 사실을 소명(疎明)하여야 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에 대하여 임차인은 항고할 수 있다.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한다.
다만 임차인이 임차권등기 이전에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은 그대로 유지되며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아니한다.
임차권등기명령의 집행에 따른 임차권등기가 끝난 주택(임대차의 목적이 주택의 일부분인 경우에는 해당 부분으로 한정)을 그 이후에 임차한 임차인은 우선변제를 받을 권리가 없다. 또한 임차인은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과 그에 따른 임차권등기와 관련하여 든 비용을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임대료로 볼 수 있으려면(?)

 A씨는 1985년 임야 9만4000여㎡를 매입한 후 B씨에게 토지 관리를 위임했고 B씨는 1985년부터 문제의 토지 위에 고추농사와 쌀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문제는 A씨가 2009년에 이르러 토지개발을 위해 B씨에게 나가달라고 요청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B씨는 A씨에게 매년 임대료 명목으로 쌀 4가마를 매면 보내왔으며 이를 통해 A씨가 임대료 수익을 얻었음으로 A씨와 자신 사이에는 ‘묵시적인 임대차계약’이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B씨가 A씨에게 매년 보낸 쌀 4가마는 땅에 대한 임대료로 볼 수 있을까.
대부분의 경우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건물을 임대하는 이유는 임차인에게서 임대료 수익을 얻기 위해서 일 것이다. 이때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지급하는 임대료는 반드시 금전일 필요는 없다.
이와 관련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쌀이나 고추 같은 농산물을 받은 것을 두고 임대인이 임대료 수익을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이번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B씨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이어진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다른 판결을 내놓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로부터 매년 받은 쌀 4∼10가마는 그 양이 일정치 못하고 땅주인과 농작물 지급에 관해 의논한 적이 없기에 땅주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지급한 것일 뿐 토지 사용료라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는 A씨가 임대료 수익으로 쌀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어 A씨와 B씨 사이에 임대차관계가 존재할 수 없다고 보아 땅주인인 A씨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결국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경우에는 차임 명목으로 농작물을 준다는 약정을 하거나 정기적으로 같은 양의 농작물을 지급해야 나중에 묵시적 임대차계약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프로필
▲학력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제31회 사법시험합격(사법연수원 21기)
-미국 듀크대학교 로스쿨 Visiting Scholar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LL.M)졸업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 경력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1993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1995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2000년)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2003년)
-K&P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2003년)
-법무법인 이지스 대표변호사(2010년)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2017년)
-전자문서, 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현재)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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