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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예수의 와인’ 부샤르 뻬레 에 피스(Bouchard Pere & Fils)
‘아기 예수의 와인’ 부샤르 뻬레 에 피스(Bouchard Pere & Fils)
  • 고재윤교수
  • 승인 2019.12.26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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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부드럽고 ‘여운’은 매력적

 

“무더운 여름 날씨로 짜증이 나겠지” 하는 우려는 사라졌다. 부르고뉴 7월의 날씨는 여름답지 않게 서늘한 기온과 보슬비로 가슴을 움츠리게 했다. 10번 이상 부르고뉴 와인투어를 갔지만 주로 마을에 있는 와이너리를 방문했다. 본 중심부에 있는 부샤 빼레 에 피스(Bouchard Pere & Fils)는 본 시내를 오며 가며 봤지만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웅장한 건물의 분위기가 발걸음을 재촉하고 잘 꾸며진 실내도 부르고뉴 내에서 최고의 와이너리라는 것을 실감하게 해준다.

 

부샤 빼레 에 피스는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메종 루이 자도(Maison Louis Jadot), 루이 라투르(Louis Latour)와 함께 3대 네고시앙으로 명성을 크게 얻고 있다. 부르고뉴에서 12개 그랑 크뤼, 74개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을 포함해 코트 도르 중심부에 130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해 부르고뉴에서는 가장 많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또한 부르고뉴 전체의 포도밭, 즉 마콩네(Maconnais), 코트 샬로네아즈(Cote Chalonnaise) 그리고 보졸레(Beaujolais) 지역에서 생산되는 피노누아, 샤르도네 포도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한다. 이후 샤블리 지역의 윌리엄 페브르(William Fevre)를 인수하면서 부르고뉴 최고의 네고시앙으로 명성을 높였다.

만찬주로 명성 얻어

2004년 9월 정명훈 피아니스트가 음악을 맡았던 오페라 ‘카르멘’의 VIP 리셉션에서 프랑스 부르고뉴를 대표하는 와인 ‘부샤 페레 피스’가 만찬주로 나오면서 정명훈의 와인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2009년 11월 17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정몽구 회장이 주최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 겸 만찬에 재계 총수들이 마셨던 ‘부샤 페레 피스’ 와인으로 정몽구 와인으로 명성을 얻었다.
부샤 뻬레 피스는 1731년 직물사업을 하던 미셸 부샤(Michel Bouchard)와 그의 아들 조셉 부샤(Joseph Bouchard)이 함께 설립했다. 설립 당시에 구입한 건물은 부르고뉴 중심지인 본(Beaune)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적인 건물로 부르봉(Bourbon) 공국이 통치했던 집정하우스이며 그 당시의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1598년 부르공 공국에 앙리 4세가 프랑스 왕으로 즉위했으니 약 42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1789년 5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수도원과 몇몇 영주들이 소유한 포도밭이 여러 소유주에게 각각 분배했다.
1791년 안토니 필리버드 부샤(Antoine Philibert Joseph Bouchard)는 프랑스 혁명 당시 압류된 귀족, 수도원의 포도밭 중에 본 지역 최고의 포도밭 32헥타르를 입찰해 사들였고 이후 포도밭도 계속 사들이면서 확장했다.
1820년 본에 있는 성 ‘샤토 뒤 본(Chateau de Beaune)을 매입하고 확장했으며 지금의 본사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 1995년 부샤 가족은 이 와이너리를 조셉 헨리오트(Joseph Henriot)에게 판매해 3세기 동안 9세대가 가족 경영하던 전통이 끝났다. 
12월이 오면 크리스마스의 예수 탄생 스토리를 빼놓을 수 없다. 메리 크리스마스에 가족들과 함께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하면서 부샤르 뻬레 에 피스가 생산하는 빈 드 랑팡 제쥐(Vigne de L’Enfant Jesus)와인을 마신다.
프랑스에서는 이 와인을 ‘아기 예수의 와인’이라고 하며 레이블에 아기 예수가 그려져 있다. 프랑스 왕 루이 13세의 오스트리아 출신 왕비 안 도트리슈(Anne d’Autriche)는 불임이었다. 결혼한 지 23년이 지나도록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르고뉴에 있는 카르멜파 수도회의 수녀 마르게리트(Marguerite,1619∼1648)가 놀라운 예언을 했다. 왕비가 곧 임신해 왕자를 출산한다는 것이었다. 이때 왕비가 37세였는데 당시로써는 임신이 쉽지 않은 나이였다. 아무도 수녀의 말을 믿지 않았지만 왕비는 기적처럼 임신했고 아들을 낳았다. 그가 바로 태양왕 루이 14세이다.
프랑스 황실에서 그 수녀가 속한 수도원에 포도밭을 선사했다. 원래 이 포도밭은 자갈이 많아 레 그레브(Les Greves)를 불렀으나 수녀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아기 예수의 포도밭’이라는 이름 ‘빈 드 랑팡 제쥐’로 변경했다.
4ha 남짓의 이 포도밭은 오늘날 부샤르 뻬레 에 피스의 보석이다. 비록 그랑 크뤼 포도밭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태양의 왕 루이 14세의 전설이 녹아 있어 양조장을 대표하는 포도밭이다.
피노 누아 100%로 양조한 이 와인은 질감이 마치 아기의 우유 피부와 같이 너무나 곱고 매끈해 한번 마셔보면 ‘아기 예수의 와인’이란 이름이 너무 잘 어울린다.
빈 드 랑팡 제쥐의 떼루아는 독특한 기후대를 갖고 토양은 석회암, 점토, 모래와 자갈로 구성되어 있으며 포도는 엄선한 포도송이를 골라 손 수확하고 오크 발효조를 사용하며 숙성은 프렌치 오크통에서 13개월 동안 하지만 빈티지에 따라 뉴 오크통 사용을 20~60%를 사용한다.
자줏빛의 붉은색을 띠고 아로마는 과일, 체리, 블랙 라즈베리, 다크 초콜릿, 미네랄, 스파이스가 올라오며 마셔보면 라운드하면서 우아하고, 깊고 짙은 과일, 향신료, 미네랄이 복합적으로 느껴지면서 부드러운 맛이 뛰어나고, 여운이 매우 매력적이다.
필자가 지난해 7월에 부샤르 뻬레 에 피스를 방문했을 때 마케팅 담당자가 ‘샤토 뒤 본’지하 저장고를 안내하면서 “100만병이 훨씬 넘는 올드 빈티지 와인이 저장돼 있고 그중에 19세기 와인도 5만병 정도가 있다”고 했다.

세련된 산도가 음식과 어울려

지하 저장고는 마치 보물창고처럼 신비로움이 가득 차 있었다. 1층의 조용한 와인 시음실에서 8종류의 와인이 준비되어 있었다. 꼬르통 샤를마뉴 2013 와인이 인상적이었다. 화이트 와인 몽라쉐와 더불어 부르고뉴에서 가장 훌륭한 화이트 와인으로 평가한다. 꼬르통의 총 면적의 60%인 6.9ha를 소유하고 있다.
아로마는 구운 빵, 감귤, 청 사과, 미네랄 향이 매력적이다. 응집되고 잘 익은 과실의 맛이 광물질과 균형을 갖추고 어울리며 세련된 산도가 전체적으로 원기 왕성한 맛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 음식과 조화는 생선회, 스시, 해물찜, 찜 닭요리 등과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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