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강남에서 부는 ‘추납 재테크’를 아시나요?
강남에서 부는 ‘추납 재테크’를 아시나요?
  • 이욱호 기자
  • 승인 2020.03.0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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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연금 “더 내고 더 받자”

 

서울 강남에서 전업주부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 고액 추후납부(추납)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5000만원 이상의 추납 10명 중 4명(38.4%)이 서울 거주자였던 것만 보아도 그 추납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서울 거주자 중 대부분이 강남3구에 몰려있다는 사실이다. 추납신청자 중 강남구 14.7%, 서초구 9.9%, 송파구 14.1% 등으로 나타났다.  리치  에서 자세히 취재해 봤다.

 

 사례 1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김민정(56·여·가명)씨는 결혼을 하면서 10년의 직장생활을 접었다. 20대 초반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부은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예상액은 월 50만 원 정도였다. 이에 김씨는 얼마 전 예외기간의 보험료 약 2000만원을 추납했다. 그녀는 추납으로 인해  만 62세가 되면 받게 될 예상 연금액은 월 90만 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사례 2  서울 송파구에 살고 있는 이상미(50·여·가명)씨는 최근 추납제도를 활용해 무려 241개월, 1억150만원에 달하는 금액을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990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가입기간은 불과 8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 추납으로 인해 그는 노후연금이 월 35만원에서 118만원으로 증가했다.
 사례 3  지난 1995년 국민연금에 가입해 가입기간이 불과 2개월 밖에 되지 않은 박정란(60·여·가명·서울 서초구)씨는 얼마 전 1995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86개월에 달하는 기간에 해당하는 보험료 약 2600만원을 납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이 추납으로 인해 노후연금이 0원에서 월45만7000원으로 올랐다.

국민연금도 ‘재테크’

이처럼 강남 자산가들은 안정적인 노후 대비와 재테크 차원에서 국민연금의 추납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분위기다. 추납을 하면 전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노후에 받는 연금액수도 증가해 더 든든하게 노후를 대비할 수 있어서다.
게다가 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불안한 노후의 보완 장치 중 하나로 활용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러한 목적으로 소위 부자동네로 불리는 강남지역 전업주부들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임의가입제도를 통해 국민연금에 많이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추납은 전업주부(경력단절 여성 등)나 기초수급자, 행방불명자 등이 과거 보험료를 한꺼번에 낼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사실 1999년 4월부터 시행된 추납은 실직이나 이직, 사업실패, 건강악화 등의 이유로 보험료 납부를 면제받은 납부예외자만 추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11월 30일부터 경력단절 전업주부 등 무소득 배우자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문을 넓혔다. 또 추납 보험료는 일시에 전액을 납부하거나 금액이 큰 경우 최대 60개월까지 분납이 가능해졌다.  
자산가들이 노리는 목적은 안정적인 노후 대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수익률 챙기기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금융회사에 가입하는 개인연금과 달리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액을 올려주기 때문에 실질 수익률이 높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민연금 평균 수익비는 최저 1.6에서 최고 2.9로 나타났다. 이는 가입자가 낸 보험료에 비해 적어도 1.6배 이상 더 많은 연금으로 돌려받는다는 의미다.
사실 추납은 연금을 받을 시기가 가까워진 50~60대를 중심으로 노후준비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진선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공단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3구’ 주민들이 5000만원 이상 고액을 추후납부하려는 신청이 많았다.

‘추납’ 38.7% 강남3구에 몰렸다

서울의 고액 추납자 191명 중 강남 3구에 38.7% 몰려 있다. 강남구가 28명(14.7%), 송파구 27명(14.1%), 서초구 19명(9.9%)이다. 이밖에 금천구 0.5%, 강북구 1%, 성북구·구로구가 각각 1.6%이다. 다만 중랑구에는 한 명도 없다. 17개 시·도 중 서울을 제외하면 경기 23.7%, 경남 4.8%, 대구·부산 각각 4.4%, 세종 0.4%, 제주 1%다.
추납신청자 중에는 60세 이상이 약 50%로 절반을 차지했고 여기에 50대까지 합하면 그 비율이 90%까지 올라갔다. 이는 고소득자 또는 고액 자산가들이 추납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령별 국민연금 추후납부 신청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추납신청자 연령은 지난해 기준 50~60대가 10만6458명으로 전체 8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노후준비 필요성이 높아지는 국민연금 가입 연령 상한(59세)이나 임의계속가입 기간(60세 이후)이 임박해 추납 신청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10년 이상 장기간 보험료를 추납한 사람은 지난 2014년 1778건에서 2018년 1만3984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20년 이상 보험료를 추납 신청한 사람도 2019년 8월까지 193명을 웃돌았다. 최대 추납금액도 같은 기간 69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고소득자 또는 고자산가가 추납제도를 활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상희 의원은 “보험료는 추후납부를 신청한 ‘날’의 본인이 신청한 가입종별 기준소득월액에 해당하는 ‘연금보험료’에 추후 납부하고자 하는 기간의 ‘월수’를 곱하여 산정되고 있다”며 “이렇게 장기간에 대한 추납 신청이 늘어나게 되면 극단적인 경우 오랜 노후준비 기간 없이 추납제도만으로도 연금 수급권을 확보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연금, 늦게 받을수록 유리(?)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국민연금 받는 시기를 늦춰서 연금액을 높이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 내는 ‘임의계속’ 제도와 늦게 받는 ‘연기연금’이 그것이다.
특히 연금수령 최소 가입기간 10년을 채우고도 연금액을 늘리기 위해 60세 이후에도 보험료를 내는 ‘임의계속 가입자’가  2016년 6만6000여명에서 20만명 이상(지난해 말 기준)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면  ‘임의계속’과 ‘연기연금’ 제도 중 어느 것이 더 유리할까.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소하 의원(정의당)이 계산해 본 결과에 따르면 늦게 받는 것이 좋다. 
가령 62세에 가입 기간 10년, 평균 월 소득이 100만원인 사람이라면 보험료를 1년 더 낼 경우 수익비, 즉 받게 되는 연금 총액은 그동안 냈던 보험료의 3.1배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대신에 연금을 1년 늦게 받겠다고 할 경우 수익비가 3.3배로 올라갔다. 1년간 보험료를 내지 않고 수령시기만 늦췄기 때문에 ‘연기연금’이 ‘임의계속’보다 수익성이 좋은 셈이다.
한편 추납제도를 운영하는 선진국들로는 오스트리아, 벨기에, 불가리아, 프랑스, 독일, 체코, 그리스, 헝가리,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몰타,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스위스 등이 꼽힌다. 다만 이들 나라 중 벨기에·프랑스·독일 등은 추납 신청에 제한을 두고 있다.
예컨대 프랑스는 교도소 수감기간, 장애인 돌봄 기간, 대학 교육기간에 납부하지 못한 보험료를 추납할 수 있는데 해당 기간이 끝난 지 10년 안에 해야 한다. 직업훈련기간도 추납할 수 있는데 2년 이내에만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한 재테크 전문가는 “지난 2018년부터 반환일시금의 청구기한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어 반환일시금은 보험료 납부기간이 10년에 미달한 경우 납부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지급 받는다”면서 “저금리 장기화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불안정한 노후의 보완장치 중 하나로 활용하려는 현상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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