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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상징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간정신과 자유민주주의 상징 ‘남아프리카 공화국’
  • 이덕희 칼럼 리스트
  • 승인 2020.05.0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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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압 이겨낸 유적지 ‘눈길’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아프리카 대륙 최남단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나미비아, 보츠와나, 짐바브웨 동쪽으로는 모잠비크, 스와질란드를 국경으로 삼고 있다. 17세기 중엽 네덜란드인들이 이주하기 시작했으나 1815년에 영국에 의해 식민지가 됐고 1916년 5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정식 명칭은 남아프리카공화국(Republic of South Africa)이다. 인종차별정책으로 1974년 국제연합(UN)에서 축출 당하기도 했으나 1994년 넬슨 만델라가 집권 이후 인종차별정책이 철폐됐다. 세 곳의 세계유산지를 살펴봤다.

 

로벤 섬(Robben Island)은 17세기부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감옥, 군사기지, 사회 부적격자를 수용하는 병원으로 사용됐다. 이 섬의 상징적 가치는 암울한 역사를 나타내는 감옥과 수용소에 있다. 이 암울한 역사는 199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 국민들이 비인간적인 인종격리정책을 거부하면서 막을 내리게 됐고 그 섬에 갇혀 있었던 정치범들은 자유를 되찾게 됐다.
 
암울한 역사 나타내는 ‘로벤 섬’

일찍이 이 섬에는 17세기 중반에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 직원들과 자유 시민들이 모여들었고 프랑스 위그노 교도들이 가세했으며 식민지 개척자들이 노예들을 들여왔고 동인도와 동양의 여러 곳에서 추방된 이슬람교도들이 들어오면서 인구가 증가됐다.
이후 영국인들이 네덜란드로부터 주도권을 빼앗아 군인 포로, 정치범, 흑인 범죄자들을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했다. 1846년에 들어가서 섬의 감옥을 폐쇄하고 종합 진료소를 세워 만성질환자, 정신병자, 나환자들을 수용해 본토의 병원에 부담을 덜어 주었다.
1936년에는 군사 목적으로 부두시설을 만들고 연안에 포병대를 갖추었다. 이후 1959년에 교도부가 이 섬을 인종격리정책으로 형을 받은 정치범을 수용하는 감옥으로 만들었으며 감옥의 경비는 매우 삼엄했다.
대부분 그들은 아프리카 민족회의와 범아프리카회의 지도자들이었다. 그중 가장 저명한 인물은 넬슨 만델라였고 약 20년간 감금됐다. 1991년 마지막 정치범이 떠나면서 마침내 1996년 폐쇄되어 현재는 박물관이 됐다. 로벤 섬의 건물들은 이 섬의 어두운 역사를 생생하게 증언해주며 억압을 이겨낸 인간정신과 자유 민주주의의 승리를 상징하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9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질학적 증거 ‘브레드포트 돔’

브레드포트 돔(Vredefort Dome)은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에서 남서쪽 약 120km 지점에 운석 충돌로 형성된 거대한 구덩이, 즉 운석공(astrobleme)이다. 현재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운석공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갖고 있다.
반지름 190km로 가장 크며 가장 깊이 파였다. 이곳은 화구원 아래 운석공에 관해 완전한 지질학적 사실을 알려주는 지구상에서 유일한 예이며 운석공의 기원과 충돌 직후 변화에 대해 연구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 유산은 외부의 개발 위협으로부터 오랜 시간 보호하기 위해 5km 폭의 완충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 단일 사건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 현장이며 보존 상태가 좋고 접근이 가능한 지질학 구역이 포함되어 복잡한 운석공의 광범위한 지질학적 증거를 볼 수 있다. 이에 가치를 인정받아 2005년 세계유산지로 등재됐다.

2000년 생활양식 보여주는
‘리흐터스펠트 문화 및 식물경관’

리흐터스펠트 문화 및 식물경관(Richtersveld Cul-tural and Botanical Landscape)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북서부 사막 산악 지형에 걸쳐 있으며 공동체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문화경관이다.
이곳은 나마(Nama) 유목민들의 이동 방목 생활양식을 보여주며 돗자리로 지붕을 만든 ‘하루 옴(haru om)’이라고 하는 전통적 이동식 가옥을 사용한다. 이는 적어도 20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남아프리카 전역에 퍼져 있던 생활양식을 보여준다.
나마 사람들의 조상인 코이코이 족(Khoi-Khoi)은 남부 나미비아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케이프 주의 서북부 지방에 대부분 거주하고 있었다. 주로 씨족집단을 이루어 살며 각각 자신들의 영토가 있었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착민들에 의해 가축 부족 현상을 겪게 됐으며 어쩔 수 없이 군대에 들어가거나 파견 업무를 하거나 정착민들의 농장 노동자로 전락했다. 불과 몇 세대 만에 코이코이 족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던 자신들의 고향에서 거의 사라졌다.
1994년 이후 인종격리정책이 종식되고 자유를 맞으면서 코이코이 족의 정체성이 다시 드러났고 마지막 전통적 유목생활을 하는 나마 사람들이 나타났다. 특히 리흐터스벨트는 고립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생활양식을 유지하는 유일한 지역이 됐고 이에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원주민들의 생활양식이 유적지로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라는 말은 분리 혹은 격리를 뜻하는 아프리칸스어다. 전체 인구 구성으로 약 16%의 백인이 84%의 비백인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차별하는 백인우월주의이며 극단적인 인종차별정책 제도다.
이 제도는 1994년 최초의 흑인 정권이 탄생하며 철폐됐다. 이러한 역사적인 아픔을 통해 남겨진 로벤 섬이 아이러니컬하게도 유산이 됐고 원래 이 땅의 주인들이었던 원주민들의 생활양식이 유적지가 됐다.
이 지역을 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시도들이 있을 때마다 유적지가 위태롭다. 필요 이상의 개발보다 먼저 현재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정부 차원의 관심과 보호 정책이 제대로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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