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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바닥(?)…주목받는 ‘유(油)테크’
국제유가 바닥(?)…주목받는 ‘유(油)테크’
  • 이욱호 기자
  • 승인 2020.05.04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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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값 폭락에도 돈 번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이른바 ‘유(油)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유가(WTI)가 연초 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단기간에 대규모 폭락한 것을 보면서 ‘지금 사 두면 언젠가는 회복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때문일까. 금융회사 상담 창구는 물론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마다 유가 진입 타이밍이 언제냐는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리치 에서 자세히 알아봤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바닥을 친 것이 아니냐는 인식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면서 원유 가격 움직임에 베팅하는 ‘유(油)테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름 값 폭락에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지난 4월 15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19.87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2002년 2월 이후 최저치며 WTI가 배럴당 20달러 아래서 종가를 형성한 것도 2002년 이후 약 18년 만에 처음이다. 이것이 ‘너무 많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인식과 함께 ‘바닥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너무 많이 떨어진 것 아냐?”

이처럼 바닥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油테크’에 관심에 쏠리는 시선도 많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향후 유가가 상승 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자연스럽게 자산가들의 눈이 유가와 관련된 금융상품으로 가게하고 있다. 믿기 힘든 수익률을 찍으며 대박을 터트릴 가능성이 커진 이유에서다.
실제 자산가들 중 일부는 유가가 바닥을 찍었고 조만간 반등할 것이라며 베팅하는 자금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원유 곱버스 상품이 올해 241%라는 수익률을 나타낸 것이 한 몫 했다. 원유 곱버스 상품은 유가가 하락하면 하락분의 두 배로 수익이 생기는 구조다.
현재 자산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유가 관련 금융상품으로는 대표적으로 상장지수채권(ETN)과 원유 ETF(상장지수펀드), 원유 DLS(파생결합증권) 등이 꼽힌다.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채권(ETN)은 국내에서 유테크 투자자들이 가장 활발히 거래하는 투자처 중 하나다.
이 상품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상품으로 특정 기초지수의 등락에 따라 가격이 결정돼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구분되고 있다.
ETN의 장점으로는 원금손실의 위험성이 있지만 대부분 개별 주식보다 변동성이 적은 편에 속하고 원유 등 원자재와 해외 주식, 해외 채권 등 다양한 기초자산에 저렴한 비용으로 실시간 투자가 가능하다는 게 꼽힌다. 다만 채권의 형태이므로 만기(1년~20년 이내)가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수익률도 짭짤하다. 원유선물 ETN의 최근 1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을 보면 ▲삼성인버스2X WTI원유선물ETN(186.57%), ▲신한인버스2X WTI원유선물ETN(H)(166.63%) ▲QV인버스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H)(165.88%) ▲신한인버스WTI원유선물 ETN(H)(98.30%) ▲미래에셋인버스원유선물혼합 ETN(H)(94.57%)를 기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주체가 증권사인 ETN은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하는 상품으로 무보증·무담보 사채와 동일한 발행자 신용위험이 있는 상품이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신용위험이 있다는 의미는 발행회사가 파산했을 때 발행회사로부터 받아야할 금액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 20달러 무너졌다”

자산가들 중 일부는 원유 ETF 투자에 나서고 있는 추세다. 자산운용사가 발행주체인 ETF는 소액으로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과 발행회사의 신용위험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다.
원유 ETF의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수익률 상위 펀드의 1년 평균수익률은 95.76%를 나타내고 있다. 일례로 원유선물 ETF의 기간수익률을 보면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H)(95.88%) ▲TIGER 원유선물인버스(H)(95.64%)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ETF는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 별도의 신탁재산으로 보관해야 한다”면서 “따라서 자산운용사가 파산하는 경우에도 해당 재산을 매각해 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가 하면 일부 자산가는 역발상 관점에서 원유 DLS 투자를 대안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원유 DLS의 경우 유가가 가입 시점의 50%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초장기 저유가 시대가 왔다’는 분석의 신뢰도다. 이러한 흐름이 언제까지 갈 것인가 여부가 관건이다. 유가는 정치와 경제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큰 폭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가 하락의 배경과 원유 가격 추이를 자세히 살펴봐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유가 급락 배경에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쇼크로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석유 패권을 둘러싼 산유국의 갈등이 겹친 것이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것은 지난 2014년 20달러 유가 시대를 경험했을 때하고는 사뭇 다른 상황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국제 원유가격이 하락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침체되어 전세계 1일 소모량 1억 배럴 중 1000~1500만 배럴(10~15%)이 덜 소모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원유 수요는 감소했는데 주요 생산국인 사우디와 러시아, 미국까지 공급량을 줄이지 않고 증산하고 있기 때문에 공급이 넘쳐 유가가 하락하는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19 이슈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설명이다.
정하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등 글로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이 돼야 함은 물론 급격하게 하락한 국제유가의 반등도 필요하다”며 “지금의 상황은 당장의 실적보다는 2022년 이후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지만 성장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심혜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의 소비패턴은 이전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석유 소비가 V자 반등하기는 어렵고 국제유가는 상당기간 배럴당 30달러를 하회할 것”이라면서 “미국이 멕시코 대신 감산한다는 하루 30만 배럴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블랙박스이며 산유국들이 합의를 잘 이행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정제 마진 하락 등으로 정유 부문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다”며 “상반기 저유가 기조와 수요 둔화로 실적 부진이 예상되지만 하반기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크다”고 내다봤다.

“투자 시 신중 또 신중”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매매를 할 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유가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일부 상품은 매매 가격이 지수보다 고평가되어 거래되기도 한다는 게 그 이유다.
한 투자전문가는 “선물에 투자하면 매달 다음 달 선물로 재투자하게 되는데 이때 갈아타려면 비용이 들어간다”면서 “유테크 관련 상품의 경우 롤오버 비용으로 실제 유가 변동폭보다 수익률이 낮을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선물 ETN 투자에 나설 경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원유선물 ETN에 투자할 경우 세계 원유 시장의 상황과 전망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분석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선물 ETN의 경우 기초지수의 수익률에 연계해 증권의 수익률이 결정된다는데 있다. 가령 기초지수가 하락하는 경우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인버스나 레버리지 선물 ETN의 경우 면밀한 분석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기초지수의 일간 변동률의 음의 두 배수에 연동해 산정되므로 복리화 효과로 인해 이익이나 손실이 더 빠르고 큰 폭으로 발생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욱호 기자 (euncity7@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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