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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코로나19’ 대형 위기에 학습효과 ‘톡톡’
‘변동성·코로나19’ 대형 위기에 학습효과 ‘톡톡’
  • 이욱호 기자
  • 승인 2020.06.0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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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은 ‘쑥’ 리스크는 ‘뚝’

 

‘재산을 빠르게 불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부동산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 같은 자산가들의 재테크 방식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 올해로 넘어오면서 이들에게 미묘한 변화가 시작됐다. 변동성 확대에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자신들만의 재테크 공식을 깨기 시작한 것이다. 미세한 환경 변화에도 자산가들은 적극적인 변동성을 가져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투자 경험이 많은 자산가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이례적인 상황이 포트폴리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과거 여러 차례의 금융위기와 회복 과정을 지켜본 학습효과 덕분이다. 이 같은 학습효과에 따라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외자산 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최근 하나금융연구소가 내놓는 ‘부자보고서’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억원 이상 자산가들의 부동산 자산 비중은 50.9%로 직전년도(53.1%)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외화자산 ‘늘고’ 부동산 ‘줄고’

반면 이들 자산가는 그 대안으로 ‘외화자산’을 선택했다. 전체 응답자 중 해외자산 보유 비중은 78.5%로 높은 비중을 유지했고 특히 외화예금과 외화현금이 각각 71.5%, 50.9%로 집계됐다. 이는 외화자산과 공모형 부동산펀드, 리츠, 대체투자펀드 등에 대한 선호도가 증가했다는 방증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금융상품 선호도를 묻는 대목에서도 외화예금을 선호한다는 응답자가 2018년 13.9%에서 올해 29.2%까지 높아졌고 같은 기간 해외채권 등 국외 금융투자를 선택한 비율도 16.8%에서 26.2%로 올라갔다”며 “자산가일수록 재테크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 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산가들은 안정성 자산을 일정 이상 보유하고도 풍부한 투자 여력을 바탕으로 고수익 추구 성향이 짙었다”면서 “초고액자산가들이 주식 비중을 늘린 반면 초고액자산가 대비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이 적은 10억~30억원 부자의 경우 현금 및 예금 등 안전자산 비중이나 펀드 등 간접투자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현재 자산가들이 투자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는 것 중 하나로는 공모형 주가연계펀드(ELF)가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ELF의 수익률 측면에서도 현재 매력이 커진 상황이다. 이는 수익률 구조를 결정하는 변수인 해외 주요 주가지수가 코로나19 이후 급락한 상태라는 것에 기인한다.
증권사가 발행 및 판매하는 ELS와 달리 ELF는 자산운용사가 구성하고 대부분 은행을 통해 판매가 이뤄진다. 게다가 일반적인 지수형 ELF는 환매 시점에 기초자산이 되는 각국 지수가 가입 시점보다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함께 예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자산업계 한 전문가는 “ELF는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주가연계증권(ELS) 여러 개에 투자해 펀드로 묶은 상품을 말한다”며 “설정 시점의 지수가 낮을수록 쿠폰 수익률이 높고 손실 가능성은 작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쿠폰 수익률이 연 10%대에 달하는 ELS가 속출하며 이들을 엮은 ELF의 수익률 역시 평균 연 7%대로 높아졌다”면서 “최근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가 맞물리면서 ELF에 대한 자산가들의 투자는 늘고 있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실제 지난달 11일 펀드평가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공모 ELF에는 8742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특히 지난 3월 이후 신규 설정된 펀드 235개 가운데 201개가 ELF다. 이는 그만큼 투자 열기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랩어카운트 ‘위기 속 부활’

그런가 하면 요즈음 자산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상품이 있다. 바로 지난 2010년대 서울 강남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랩어카운트(Wrap Account)’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에서 고객의 투자성향에 따라 자산구성부터 운용, 투자자문까지 종합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방식의 상품을 말한다.
자산가들이 랩어카운트로 다시금 발길을 돌린 까닭은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증시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직접 투자보다 위험을 줄이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안정적인 투자 방법으로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랩어카운트를 선택한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과거에 비해 투자 매력을 높인 것이 자산가들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저렴한 수수료와 낮아진 최소 가입금액이 그것이다. 현재 랩어카운트 수수료는  대부분 1% 미만으로 낮춰져 있다. 여기에 과거 수천만원에서 1억원에 달했던 최소가입금액도  1000만원 이하 단위로 떨어져 있는 상품이 다수 보인다. 
일례로 KB증권의 ‘KB 에이블어카운트’는 모델포트폴리오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국내투자형 ▲글로벌투자형 ▲펀드투자형 ▲자산배분형’ 등으로 구성시켜 놓고 있다. NH투자증권의 ‘NH 크리에이터 어카운트’는 국내 주식과 채권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 채권, 펀드, ETF, 파생결합증권(ELS/DLS) 등 폭넓은 투자가 가능한 플랫폼을 내재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글로벌(Global) X 포트폴리오 자문형랩’은 혁신성장(로봇,빅데이터 등), 인컴(리츠 등), 밸런스드 중에서 1개의 포트폴리오를 선택해 투자하는 글로벌 랩어카운트로 투자성향에 따라 전략을 선택할 수 있다.
이밖에 삼성증권의 ‘삼성 글로벌 1%랩’은 위기 후 전세계 산업재편을 겨냥해 한국+G2(미국,중국)국가의 대표기업에 투자하는 구조로 자기주도형 성향의 투자자 니즈에 맞추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현재 증권사들은 변동성 시대 투자자들의 불안한 심리를 파악하고  랩어카운트를 변동성 시대 금융투자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품들 중에서도 자산 배분을 통해 단일 자산 투자에 따르는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다. 자산가들은 환율 변동 방향을 예측해 외화를 사고팔아 이익을 남기는 투자 전략인 환테크(환율+재테크)에 대한 관심도 높다. 가장 주된 요인으로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달러 투자 열풍은 ‘진행형’

한국은행 2019년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경기 불확실성이 컸던 지난해부터 달러를 사들였다. 안전자산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지난 2월말부터 환율이 1200원대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이들은 달러를 팔아 원화로 바꿔 환차익을 실현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에 따르면 자산가들은 달러 투자에 나설 때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원화를 외화로 환전해 통장에 넣어두는 방식인 외화예금통장 활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은행에서 예치기간만큼의 금리를 적용해 주기 때문에 환차익뿐 아니라 금리 수익도 보장 받을 수 있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하나는 달러 환매조건부채권(RP)나 달러 상장지수펀드(ETF) 등 금융 투자 상품을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투자 행태는 손실 위험이 크기는 하지만 일단 외화예금을 활용하는 것보다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메리트에 기인한다.
일례로 증권사가 달러화 채권을 투자자에게 나눠 팔고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매입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는 RP는 증권사가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을 다시 사들이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증권사가 망하지 않는 한 최고 연 2%대의 확정금리를 챙길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띠고 있는 ETF의 경우 일반 펀드와 달리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실시간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산가들의 손길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달러 ETF는 급전이 필요하거나 이익을 실현하면 언제든 매도할 수 있어 편리하다”며 “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공격적인 자산가들은 원화 대비 달러의 움직임에 1배수로 연동되는 ETF 외 2배수로 연동되는 레버리지 ETF에 가입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언급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환테크 방식은 달러나 엔화 등 환율이 떨어졌을 때 구입했다가 오르면 되팔아 환차익(환율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이라며 “달러 가치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워 과도한 투자는 위험한 만큼 조금씩 차익을 실현해 수익률을 쌓아가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이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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