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15:26 (화)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부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
  • 존리 메리츠자산운용대표
  • 승인 2020.07.01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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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리가 말하는 ‘부자 되기’ 비법

 

필자는 자주 대학을 방문한다. 젊은 학생들에게 금융 특히 주식에 관한 강연을 하기 위해서다. 그때마다 용돈을 아껴서 일찍부터 투자해야 하며 경제독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 강연을 마치자 한 학생이 손을 들고
“대표님은 돈이 그렇게 좋으세요”라고 질문을 했다.

 

너무나 많이 받는 질문이지만 항상 의아하게 느껴지고 마음이 아프다. 오랫동안 돈에 관해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의 대표적인 질문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내게 질문을 던졌던 그 학생도 분명 용돈을 좋아하고 부자가 되고 싶을 것이다. 부자가 되려면 돈을 벌고 현명하게 소비해야 하며 돈에 관한 교육 또한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돈을 좋아하는 것은 나쁜 일도 부도덕한 일도 아니며 비난 받을 일은 더더욱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성공하는 것처럼 돈을 좋아해야 부자가 된다.

“돈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강연 중 “돈을 아끼십시오. 소비를 줄여서 투자하십시오”라고 하면 가끔 반발 섞인 항변을 듣곤 한다. ‘소비를 최대한 줄이라’는 말을 ‘돈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포기하라’는 말로 오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돈에 대해 대놓고 이야기하기를 터부시하는 한국인 특유의 가치관도 그런 항변에서 엿볼 수 있다.
필자를 돈에 벌벌 떠는 돈의 노예가 된 사람으로 오해하는 거야 얼마든지 웃어넘길 수 있다. 하지만 돈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태도가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누구나 돈을 좋아한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돈을 좋아하는 마음이 드러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매스컴에서도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다”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하지만 이 말은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돈이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불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 평생 쪼들리는 삶을 살면서 행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 누구도 그렇게 사는 것은 원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한국 사회의 서글픈 모습을 보여주는 기사를 하나 보았다. ‘관계를 잃어버린 한국인’이라는 기사였다. 이 기사는 리얼돌(Real doll) 수입 논란이 사실은 인간관계를 열망하는 심리가 왜곡된 결과라고 분석하면서 현대 사회에서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한국인의 인간관계 특히 결혼 또는 이성 교제마저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위축된다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이미 겪고 있는 심각한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돈이 없으면 인간관계를 맺기 어렵고 삶의 질도 떨어진다. 이것이 정확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돈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돈 이야기를 하면 왠지 격이 떨어진다고 여기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자본주의를 외면하라고 가르치는 꼴이다. 우리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돈이 전부인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비참해진다.

“돈의 중요성 가르치는 것 반드시 시작해라”

사람들은 한국에서 유난히 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이유를 유교에서 찾는다. 하지만 유교의 발상지인 중국은 전혀 그렇지 않다. 유교가 한국에 전파되면서 변질됐을 뿐이다. 필자가 아는 많은 중국인들은 돈에 대한 철학이 한국인들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필자에게 돈이 그렇게 좋으냐고 따지는 이유는 아마도 ‘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필자를 돈의 노예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틀린 생각이다. 돈의 노예가 되는 것과 돈을 중시하는 것은 정반대의 개념이다. 돈의 노예가 되는 사람들은 돈을 하찮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돈에 초연한 척하는 사람들, 돈을 경시하고 낭비해버린 사람들인 것이다.
무절제하게 소비하고 합리적으로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은 대부분 노후에 비참해진다. 가난하다는 것은 뭘까. 바로 돈에 끌려 다닌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돈이 없어서 하지 못한다. 부당한 일을 당해도 돈이 없어서 참아야 한다.
은퇴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계속 일을 해야 한다. 금전적인 이유로 은퇴를 하지 못하는 나라 순위에서 한국이 두 번째로 높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은 노인층의 빈곤률이 세계 최고인데 동시에 노인 취업률 또한 세계 최고다. 돈을 이해하지 못하고 관리를 하지 못한 결과다.
또한 한국의 노인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인구 10만 명당)은 2015년 기준 58.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치인 18.8명보다 훨씬 높고 2위 슬로베니아 38.7명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노인들이 자살을 생각하는 이유 중 1위는 경제적 어려움이다. 자살을 생각해본 적 있는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27.7%가 생활비 문제를 꼽은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돈 때문에’ 원하지 않은 일을 하면서 어려운 여생을 보내게 된다면 이것이 바로 돈의 노예가 되는 셈이 아닌가.
돈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미리미리 돈을 주제로 하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눠야 한다. 가족들과 소비, 절약, 투자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실천해보자. 특히 자녀들에게 돈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것을 반드시 시작해라.
구체적으로는 부모님의 수입과 지출, 부채를 공유하고 자녀들이 자연스럽게 가정의 경제생활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별생각 없이 자녀들에게 신용카드를 준다. 굉장히 위험한 행위다. 그 아이는 돈을 버는 과정, 아끼는 과정을 생략하고 자라게 된다. 돈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프로필 ======================
▲1958년생
여의도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중퇴
뉴욕대학교 회계학과 학사

▲주요 경력
KPMG 회계사
미국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 포트폴리오 매니저(1991년)
도이치투신운용 매니징디렉터
라자드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2006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2014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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