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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라’를 대표하는 도메인 베르데트-본데트
‘쥐라’를 대표하는 도메인 베르데트-본데트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0.08.29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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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의 비밀은 ‘알프스산맥 광천수’

 

이번 여름은 긴 장마, 코로나로 지쳤지만 웬일인지 무더운 여름이 그리워진다. 지난해 무더운 여름을 피해 스위스 국경을 마주한 프랑스 동부 알프스산맥의 줄기인 쥐라(Jura)로 와인투어를 갔던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스위스 제네바를 떠나 아름다운 알프스산맥의 꼬부랑 산길을 승용차로 약 2시간 30분을 가니 쥐라가 눈에 들어왔다. 쥐라는 항상 프랑스 변방의 와인이었지만 최근에 유기농 와인으로 소믈리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쥐라’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미생물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 1822 ~1895)이다. 쥐라의 작은 마을 돌(Dole)에서 가죽 가공 일을 하신 아버지의 헌신적인 교육열이 루이 파스퇴르를 있게 했다.
또한 쥐라에서는 유명한 와인이 생산된다. 와인에 일부러 효모막을 번식시켜 6년 3개월 동안 오크통에 숙성해 산화시킨 뱅 존(Vin Jaune), 포도를 그늘에서 말려 수분을 날려 보내 당도를 높여 발효시켜 만든 스위트 와인 뱅 드 파이유(Vin de Paille), 포도즙에 와인 양조 후 남는 찌꺼기를 증류한 브랜디(Marc)를 섞어 만드는 막뱅 뒤 쥐라(MacVin du Jura), 그리고 스파클링 와인 뱅 푸(Vin Fou), 옅은 로제 와인 뱅 그리(Vin Gris) 등 독특한 와인으로 유명하다.
‘쥐라’를 대표하는 와인의 명성
 
도메인 베르데트-본데트(Domaine Berthet-Bondet)에 도착하니 많은 관광객이 와인시음을 하고 있었다. 도메인 오너인 헬렌(Helene)이 직접 와인 양조실과 지하 숙성실 투어를 안내하면서 잡다한 설명까지 해주었다.
도메인의 역사는 짧지만 와인의 명성은 쥐라를 대표하고 있다. 1984년 찬탈(Chantal)과 장 베르데트-본데트(Jean Berthet-Bondet) 부부는 샤토 샤론(Chateau-Chalon)에 정착하고 1985년에 첫 포도를 수확해 와인 양조를 했다.
장 배르데트-본데트의 조상은 프랑스 랑그독에서 와인양조 일을 했고 프랑스 부르고뉴의 클로 부조(Clos Vougeot)에서 잠깐 포도 농사, 와인 양조 일을 했다.
그러나 장 베르데트-본네트는 증조할아버지, 아버지가 일한 포도 농사와 와인 양조에는 관심이 없었고 자신의 꿈을 위해 다른 길을 택했다.  그러나 프랑스 몽펠리에대학에서 부인을 만나면서 농업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졸업 후에 네팔로 건너가 농업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네팔 고산지대의 동식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이에 1985년 프랑스 쥐라로 돌아와 샤토 샤론에 정착하고 이 지역 고등학교에서 식물공학교사를 거쳐 쥐라지역이사회에서 농업 엔지니어로 계속 일을 했다.
장 베르데트-본네트 부부는 점차 포도밭을 사들이면서 확장해 11헥타르가 됐고 쥐라 와인 양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10년에 샤토 샤론의 포도밭을 유기농으로 전환하고 어느 정도 와인 양조 기술의 노하우도 갖게 됐다.
맏딸인 헬렌(Helene)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통역사로 일했지만 농부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그녀는 대학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던 남편 파비엔(Fabien)을 설득해 2013년에 고향 쥐라로 귀향했다.
고향으로 돌아와서 부모로부터 샤토 샤론 포도밭을 상속받고 아버지로부터 양조기술을 전수받았다. 2013년부터 쥐라대학에서 와인 양조학을 다시 공부해 2015년에 졸업장을 받았다.
그녀는 와인 양조에 심취했고 해외 마케팅에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 미국, 아시아로 와인 수출을 했다. 2018년에 아버지는 와인 양조 경영의 모든 권한을 큰딸에게 넘겨주었다.
현재 15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는데 샤토 샤론 AOC(AOC Chateau-Chalon)의 4.5 헥타르에 사바냥(Savagnin)을 재배하고, 코트 드 쥐라 AOC(AOC Cotes du Jura)의 10.5헥타르에 샤르도네(Chardonnay), 트루소(Trousseau), 폴사드(Poulsard), 피노누아(Pinot Noir)를 재배하고 있다.
이 포도밭은 고대 빙하 빙퇴석 토양의 이회암 지층으로 자갈이 많은 조개 화석 석회암 토양의 구릉지로 화이트 와인 생산에 적합하며 알프스산맥에서 내려오는 광천수로 관개시설이 좋다. 다양한 론(Rhone) 서쪽의 미기후 속에서 서늘한 대륙성 기후로 일교차가 심해 포도의 품질에 큰 영향을 준다.
헬렌은 자신이 소유한 포도밭이 경사가 심해 기계화 작업이 어렵고 직접 사람의 손에 의해 포도나무를 관리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2010년에 유기농법으로 전환하면서 자연 친화적인 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기 때문에 더욱더 포도밭 관리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특한 풍미 ‘눈길’

필자는 8개의 다양한 종류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뱅 존(Vin Jaune), 뱅 드 파이유(Vin de Paille), 막뱅 뒤 쥐라(MacVin du Jura), 뱅 푸(Vin Fou), 뱅 그리(Vin Gris), 샤르도네 화이트 와인, 피노누아 레드와인 등이었다.
특히 사바냥 100%로 양조한 쥐라의 황금으로 불리는 특산품 와인, 샤토 샤론 뱅 존 2011(Chateau-Chalon Vin Jaune 2011)이 인상 깊었다. 독특한 풍미로 앙리 4세부터 나폴레옹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여러 황제를 매료시킨 뱅 존(Vin jaune)은 시음하는 자체가 품격이었다.
스페인 쉐리 와인, 포르투갈 포트와인과는 사뭇 달랐다. 총 6년 3개월 동안 긴 잠을 자고 깨어나 클라블랭(Clavelin, 620ml 용량의 독특한 병)에서 자신을 반겨줄 와인 애호가를 기다리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더욱 우아했다.
와인 색깔은 아름다운 황금빛이며 아로마는 신선한 호두, 계피, 아몬드, 토스트, 조청 향이 난다. 시음을 해보니 알코올 농도는 14% 정도로 알코올의 질감이 낮고 단맛이 우아하게 번져 오르며 균형감이 탁월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케이크, 아이스크림, 파이 등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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