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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운과 함께 행복의 느낌 '만끽'
긴 여운과 함께 행복의 느낌 '만끽'
  • 고재윤교수
  • 승인 2020.11.04 0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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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보데가스 무가’

 

몇 년 전 무더운 여름철에 스페인 리오하 지역을 갔을 때 역사 깊은 바리오 역(Barrio de La Estación)과 와이너리로 인상이 남았다. 밤늦게까지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리오하 밤 문화에 푹 빠졌던 터라 일찍 무가(Muga) 와이너리를 가는데 무리했다. 단풍이 물들고 깊어가는 가을에도 코로나19 때문에 우울해지기 쉽지만 유럽을 강타한 필록세라(Phylloxera; 포도뿌리혹벌레)를 이겨 낸 무가 와인으로 위로를 삼아보고자 글을 썼다. 스페인 리오하지방을 대표하는 무가(Muga)와인으로 코로나바이러스 19로 어려울 때 기분전환을 해보자. 

 

1863년 영국에서 시작된 필록세라는 20년간 유럽 전역의 포도밭을 초토화했지만 유일하게 스페인 리오하지방은 포도나무 피해가 없었다. 프랑스 보로도의 와인 양조가들은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리오하로 찾아가 와인을 양조하면서 급성장해 유럽을 대표하는 와이너리가 됐다.


스타벅스 회장도 즐기는 와인

2009년 5월 보데가스 무가(Bodegas Muga)는 와인 앤 스피릿(Wine & Sprits)에서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스페인 와이너리에 선정됐고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1001가지 와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2012년 미국의 스타벅스 회장 하워드 슐츠(Howard Schultz)가 뉴욕타임스의 인터뷰에서 가장 즐겨 마시는 와인이 스페인 리로하 지방에서 생산되는 ‘무가’라고 하면서 전 세계 기업체를 운영하는 CEO들에게 알려졌고 명성이 높아졌다.
2019년에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제임스 서클링이 ‘프라도 에네아 2011(Prado Enea Gran Reserva 2011)’와인을 99점 주었고 ‘톱 100 와인 2019’에서 3위에 등극하면서 세계적인 명품 와인 대열에 안착했다.
16세기부터 무가 집안은 조상 대대로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를 리오하 지역 와이너리에 납품해오면서 살았다. 이삭 무가(Isaac Muga)는 포도 농사에 국한하는 것에서 한 단계 나아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와인을 양조하는 꿈을 키웠다.
마침 리오하 지역에 여성 양조가로 와인양조에 심취해 있고 조예가 깊은 아우로라 가노(Aurora Caño)와 결혼하면서 본격적으로 와인 양조에 몰두 할 수가 있었다.
그는 1932년 보데가스 무가를 하로(Haro) 지역의 바리오 역 근처에 설립하고 최고급 와인양조만을 고집했다. 포도 농사에 자신이 있었던 그는 포도 생산량을 극히 제한하고 소량의 프리미엄 와인을 양조해 소문이 났다. 오늘날까지 포도 재배는 5대 째, 와인양조는 1960년 이삭이 죽고 아들과 손자가 운영하면서 3대 째 가족경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가는 전통을 고수하면서 최첨단 현대적인 양조 설비를 갖춰 유럽의 정통성과 신세계의 과학적인 양조법을 접목했다. 설립 이후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국제와인품평회에 참가해 수상하면서 품질을 인정받고 수출에 박차를 가하면서 1970∼1980년에 전성기를 맞았다.
무가 포도밭은 해발 500m 이상의 최고급 그랑 크뤼 리오하 알타(Rioja Alta)지역 내 몬테스 오바렌세스(Montes Obarenses) 언덕에 있다. 포도밭은 단일 지형으로 남향이면서 지중해, 대서양, 대륙성 기후가 조화롭게 하모니를 구성해 최적의 개성 있는 떼루아로 만들었다.
이 지역의 토양은 대부분 점토와 석회암이며 서로 다른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가진 작은 떼루아로 밭을 분할시켜 포도나무의 개성을 살려 품질 높은 와인을 생산한다. 무가는 620에이커의 포도밭을 소유하고 리오하 지역의 포도 재배자들이 소유한 370에이커의 포도밭을 관리한다.
레드와인용 흑포도 품종은 템프라니뇨(Tempra-nillo), 가르나차(Garnacha; Grenache), 마주엘로(Mazuelo; Carignan) 등이며 화이트 와인용 청포도는 비우라(Viura), 말바지아(Malvasia) 등이다.
특히 스페인 내 유일하게 쿠퍼리지(Cooperage: 오크통을 직접 제작하는 곳)를 보유한 와이너리다. 무가는 오크통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기 때문에 최상의 와인 품질을 위해 포도의 작황 상태, 발효과정 등을 고려해 최적의 오크통을 제작해 사용한다.
 
오크통에서 발효한 깊은 맛

필자는 5개의 무가 와인을 시음했는데 ‘프라도 에네아 2011(Prado Enea Gran Reserva 2011)’ 와인이 가장 인상 깊었다. 블렌딩한 포도 품종은 템프라니뇨 80%, 가르나차 20%, 마주엘로, 그라시아노(Graciano)가 아주 소량 첨가한다.
리오하 알타 지역에서 생산되는 포도 중에서 가장 늦게 손 수확하며 양조는 온도 조절과 효모의 첨가 없이 오크통에서 발효하고 침용 기간은 20일 정도다. 이 와인은 미국산 오크통에서 12개월, 프랑스 오크통에서 36개월 이상 숙성하고 병입 후에도 숙성한다.
와인은 깊은 체리 색을 띠고 블랙베리, 자두, 코코아, 바닐라, 토스트의 향이 나며 마시면 산도가 매우 잘 정제되어 신선하고 긴 여운과 함께 행복하고 즐거운 느낌을 준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는 쇠고기 스테이크, 하몽, 해물 요리, 치즈 등과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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