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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완화 기조 유지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통화 완화 기조 유지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0.11.05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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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재정준칙 필요하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른 저출산과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 지출이 급증 할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진단이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14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태생적으로 비 기축통화국이란 점은 재정 운용에 있어 상당한 리스크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억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치에서는 초저금리 시대 장기화를 예고한 한국은행의 속내를 이주열 총재를 통해 엿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인 연 0.50%로 만장일치 동결하면서 국내경제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일 때까지 완화적 통화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지난 5월 이후 5개월째 같은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초저금리 시대 장기화를 예고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이에 대해 “완화적인 금융여건 안에서 재정의 확장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점과 그동안 취한 통화·재정정책의 대응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완화적 통화기조 유지”

금융·외환시장 상황에 대한 이 총재의 평가는 ‘안정적’이다. 이는 시장금리(국고채 3년)가 5월 이후 0.8~0.9%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냈고 주가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 원·달러 환율은 5월 이후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 기업 자금사정은 재정·금융지원에 힘입어 회사채·CP발행여건이 개선되는 등 다소 나아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외환시장은 3월 하순 이후 적극적인 정책대응에 힘입어 대체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소비자물가에 대해서도 희망적인 분석을 제시했다. 상승률은 당분간 낮은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이후에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이 사라지고 경기도 개선되면서 점차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 2.8%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수치만 갖고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향후 국내경제는 글로벌 경제가 점차 개선되면서 수출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회복되나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며 “한국은행은 국내경제의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향후 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내외 여건 변화와 그 변화가 우리 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필요할 때 적절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최근 위험 요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을 고려하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3분기 연속 가계부채 증가율이 높아지고 특히 6월 이후 주택 거래나 주식 투자 자금 수요가 늘면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억제나 자산시장 과열을 막기 위한 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일관된 건전성 정책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목을 끈 것은 재정준칙에 대한 이 총재의 발언이다. 그는 “국가 재정 운용에 필요한 자기 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재정준칙은 의미가 상당하다”면서도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저출산과 고령화가 빨라 연금이나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엄격한 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현재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앞으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지난 2018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효과적인 재정준칙의 세 가지 기준인 ‘단순성·강제성·유연성’을 언급했다.
IMF가 제시한 효과적인 재정준칙의 핵심 내용은 재정총량 지표 목표가 단순하고 명쾌하게 제시돼야 하고 재정준칙 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나 투명한 감시기구를 둬야 하며 위기 때는 재정정책을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늘어나는 가계대출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면서 “재정정책 운용 방향의 경우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재정 정책의 적극적인 운용은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채무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변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Q.정부에서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를 일정 비율 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강조되는 시기에 재정준칙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재정준칙 도입 효과나 관리 기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A.이번에 정부에서 재정준칙안을 마련했는데 국가재정운용에 있어 요구되는 셀프 디서플린(self-discipline) 자기규율을 마련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상당히 있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저출산,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인해 연금이라든가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2년 전인 2018년 IMF가 효과적인 재정준칙의 기준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 게 있다. 그 세 가지 기준의 처음은 단순성으로 재정총량지표에 대한 목표가 단순하고 명쾌하게 제시되어야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강제성으로 재정준칙의 시행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구속력이라든가 투명한 감시기구를 둘 것을 요구하고 있고 세 번째 기준은 유연성으로 위기 시에는 재정정책을 보다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번에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안에 대해 바로 이러한 각도에서 아주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 앞으로 이 안에 대해 국회를 중심으로 해서 전문가의 의견도 듣고 정말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Q.우리 경제가 코로나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될 때까지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회복세의 의미는 무엇인지 또 조건은 있는지 궁금하다.

A.회복세를 나타낸다고 하는 것은 코로나19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좀 줄어들고 그에 따라 우리 경제가 정상 궤도로 복귀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그런 상황을 담아서 이런 표현을 썼다. 그래서 당연히 어떤 한 두 지표를 갖고 판단할 상황은 아니다.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수치는 금년도의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도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도 성장 수치 그 자체만을 가지고 통화정책 기조의 전환을 고려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통화정책 운용 과정에서 국내경제가 과연 회복세를 나타내는지 안 내는지의 여부는 그때 가서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그리고 소비, 투자, 수출과 같은 전반적인 실물지표들의 흐름 그리고 또 그를 토대로 한 그 시점에서 본 경기전망 이런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 나갈 예정이다.


Q.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게 금리를 인하한 상황에서 금융 불균형 가능성이 부작용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시장 불안이나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A.가계부채가 금년 2/4분기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로 5% 조금 넘게 증가를 했다. 그래서 한 3분기 연속 가계부채의 증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6월 이후에는 주택거래라든가 주식투자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 증가했다.
사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가계부채 증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이 이미 높은 상황에 있는 가운데서 최근 증가세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렇게 늘어나는 가계대출 자금이 자산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이 될 경우 추가적인 금융불균형 축적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 또한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고 본다.
현재 이런 가계부채 억제라든가 자산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거시건전성 정책이라든가 시장안정 대책이 많이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제반 정책들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또 그 과정에서 한국은행도 정책당국하고 긴밀히 그런 상황을 공유해 가면서 필요하면 여러 가지 대응방안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Q.저금리 부작용으로 지적되고 있는 가계대출의 경우 저금리가 영향을 미치기는 했지만 저금리가 대출을 늘린 무조건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분석도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A.일반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게 되면 차입비용 감소를 통해 가계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그렇지만 가계대출은 금리 이외에 여러 가지 요인에서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가계대출의 높은 증가세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지는 단언하기는 쉽지 않고 지켜보려고 한다.
우선 통상적으로 10월 이후에는 가을철 이사수요에 따라 자금수요가 늘어나는 그에 따라서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최근 들어서는 은행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대출을 다소 엄격히 끌고 가려고 하는 태도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이것은 가계대출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가계대출이 6월 이후에 높은 증가세를 이어왔는데 앞으로도 계속 될 지는 조금 더 보고 말씀드리겠다.
저금리의 다른 부작용으로 정리되어야 할 한계기업이 제때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 코로나 충격이 지속되고 있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되어야 할 것으로 보나.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또 장기간 끌고 가게 되면 사실상 최근 취한 완화적인 통화정책은 코로나19에 따른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보고 또 기대했던 효과를 거뒀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이러한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어떻게 보면 비상상황이고 위기상황인 이 상황에서는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현재 상황에서는 어떤 기업이 생존 가능하고 어떤 기업이 부실기업인지 그런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판단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하나는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으로 인해 리스크가 가려진 측면이 있고 또 수요·공급 양쪽에 다 충격을 주는 보건위기에 따라 리퀴디티(liquidity) 문제, 소위 유동성의 문제와 솔벤시(solvency)의 문제, 생존 가능성의 문제를 가려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조급히 추진할 경우 생존 가능한 기업까지도 같이 피해를 입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지금까지 (우리가) 어렵게 해 온 코로나19 대응 노력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
원론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조조정 지연의 부작용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급하게 이것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경제주체들에게 기업지원에 대한 지원축소 철회 이런 식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일시적인 리퀴디티 문제인 기업마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김은희 기자

프로필
▲ 1952년생
▲ 학력
     - 원주 대성고, 연세대 경영학과, 펜실베니아 경제학 졸
▲ 경력
     - 한은 입행(1977년)
 뉴욕사무소 수석조사역, 조사국 해외조사실장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금통위원)
     -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 한은 총재(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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