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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자산배분과 투자전략
2021년 자산배분과 투자전략
  • 우리은행 서상원 투자상품전략부 부부장
  • 승인 2020.11.30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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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자산 비중 끌어올려 보자”

 

숨 가쁘게 달려온 2020년, 올 한해도 벌써 12월로 향해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파도가 밀어닥친 글로벌 금융시장은 하반기 미국 대선 소용돌이로 빠져들며 그야말로 불확실성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선거 전날까지 예측하기 어려웠던 미국 대선 결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트럼프 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운운하며 불복을 천명했지만 법적 소송이 이미 확정된 승자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직 상원의 다수당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나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정부가 시행해 온 정책들을 뿌리부터 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2021년 자산배분과 투자전략을 세우기 위해 크게 두 가지를 점검해야 한다. 먼저 최근 3차 유행으로 번지는 코로나19 확산과 이를 막기 위해 개발 중인 백신이 보급되는 속도가 글로벌 경제에 미칠 영향이다. 다음으로 현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모로 다른 색깔을 보여준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 방향이다.


저평가된 가치주와 중소형주 ‘주목’

두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강조한 정책과 공약은 무엇보다 외교 분야와 경제정책이 크게 달랐다. 투자자의 관점에서 주목할 부분은 첫째, 바이든은 다자조약 참여 등 동맹 강화를 우선시하지만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 분쟁은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더라도 여전히 지속되겠지만 관세정책에 비판적인 바이든 당선 이후 대중정책의 기류 변화를 예상해 볼 수 있다.
둘째, 감세정책을 주장하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법인세율과 개인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을 기반으로 강력한 재정정책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규제 완화와 기업 친화적 정책을 유지하는 반면 100% 클린에너지 경제를 지향하는 바이든은 기술 기업의 독점적 시장구조를 개편하고자 한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트럼프와 바이든, 누가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강세장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강력한 재정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최근 이어진 제약사들의 백신 개발 소식이 이런 믿음을 지지하고 있다.
투자 성향과 투자 기간에 따른 차이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물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포함한 위험자산 비중을 전체 포트폴리오의 절반수준으로 끌어올려 보자.
앞서 정리한 바이든 당선 이후 정책 변화를 고려해 볼 때, 먼저 올해 하반기 시장 상승을 견인하며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한 선진국 기술주와 성장주는 연말까지 이익 실현으로 비중을 축소하고 그 빈자리에 저평가된 가치주와 중소형주, 그리고 상대적으로 상승세가 주춤했던 신흥시장 주식을 적극적으로 편입할 것을 추천한다.


현금과 채권투자 ‘비중 축소’ 권유

반면 현금과 채권투자 비중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으로 비중 축소를 권유하는데 여기서 검토할 사항이 미국 달러화 가치 변화와 금리 전망이다. 미 연준은 코로나19 판데믹으로 큰 폭으로 하락한 실물경기 회복을 위해 지난 8월말 잭슨홀 미팅에서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하며 통화정책의 한계점을 드러냈다.
과거 1970년대 말 10%가 넘는 고물가를 잡기 위해 도입한 인플레이션 중심의 통화정책이 일단락됐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급락한 고용시장 회복과 경제성장이 물가 안정보다 중요하다는 통화정책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평균물가목표제 도입으로 연준은 금리를 장기간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이자부담이 줄어들고 투자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확보된 저금리로 풍부해진 유동성과 넘치는 달러 공급은 미국 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가치가 약해진 달러는 수익을 좇아 자연스레 신흥시장으로 스며들 것이다. 최근 외국인 매수가 살아나고 있는 국내 증시를 포함한 중국과 신흥시장의 상승세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한 예측은 아니다.
아울러 제로 수준까지 이미 하락한 연준의 저금리 통화정책으로 추가적인 시장금리 하락을 예상하기 매우 어렵게 됐다. 오히려 장기금리는 인플레이션을 용인하는 연준을 믿고 점차 고개를 들어 수익률 곡선이 점차 가팔라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미 국채는 점차 투자 매력을 잃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든 투자자가 주식시장을 바라볼 수는 없다.
가격 상승으로 기대수익이 감소한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주식투자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채권투자도 항상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향후 추가적인 금리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임을 강조했듯이 내년 채권투자는 채권가격 상승보다 안정적 이자수익에 집중해야 한다.
우량 회사채와 신흥국 채권은 여전히 매력적인 고금리 이자를 지급한다. 따라서 채권투자는 미 국채 투자비중을 축소하고 고금리 회사채와 신흥국 채권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신흥국 채권투자는 개별 채권의 신용도 확인이 쉽지 않고 신흥국 통화가치 변화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직접 투자할 경우 검토할 사항이 매우 많다.
해외투자자의 입장에서 신흥국 채권투자 수익률은 현지 채권시장의 수익을 기본으로 이자수익과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익으로 구성된다. 통상 신흥국 통화의 환율 변동성이 채권 금리의 변동성 보다 크기 때문에 신흥국 채권의 수익률은 환율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과거 브라질 국채의 높은 금리 매력에 눈이 멀어 환율변동 리스크를 가볍게 생각해 큰 손실을 입은 투자자가 많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또한 신흥국 채권을 발행하는 주요 투자대상 국가가 대부분 원유를 포함한 원자재 수출국가라는 점도 중요 검토사항이다. 즉, 코로나19로 실물경기와 함께 유가도 큰 폭으로 하락한 후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신흥국의 경제와 정치상황은 국가별로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멕시코와 같이 자금이 유입되는 국가는 자산가격의 강세가 예상되는 반면 터키와 남아공, 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있어 국가와 지역별 차별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투자 경험이 충분하지 않다면 다양한 국가에서 발행된 채권에 고르게 분산하는 신흥국 채권형 해외펀드나 ETF를 이용해 간접투자 할 것을 추천한다.


“투자는 대응의 영역이다”

마지막으로 경기회복을 위한 달러공급 증가로 점진적인 달러가치 약세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달러로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경우 투자기간에 따라 환헤지 여부를 전문가와 함께 충분히 검토하고 분산투자 원칙을 지키도록 하자.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11월16일 하루 동안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6만6000명 새로 발생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사망률이 급격히 올라가고 있지 않지만 3차유행이 번지며 급증하는 환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병원도 동시에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올 겨울을 지나며 백신 개발의 가시적인 성과도 목격하겠지만 코로나19로 어떤 위기상황이 발생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1920년대 후반에 발생한 대공황과 10여 년 전 경험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가 얻은 투자 교훈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 번 자문해보는 현명함이 절실한 시점이다. 혹자는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투자는 예측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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