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벗어나지 못하는 ‘원금 보장의 늪’
벗어나지 못하는 ‘원금 보장의 늪’
  • 메리츠자산운용 존리대표
  • 승인 2020.12.31 14: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리가 말하는 ‘부자 되기’ 비법 7

 

“펀드에 가입했는데 20% 손해 봤어요. 앞으로는 절대 투자 안 합니다.”
흔히 듣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싶어도 원금 손실이 두려워 투자를 꺼리게 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한국에는 원금보장이 되는 상품을 소개시켜달라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대개의 이들이 원금보장이라는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후자금이 이렇게 원금보장성 상품에 묶여 있으니 개인들의 자산은 효율적으로 일하질 못하고 이는 장기적으로 경기침체를 가져오는 원인이 된다.
30년 전만 해도 제조업의 많은 분야에서 미국이 일본에게 밀리면서 미국 경제가 일본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지금도 미국은 여전히 일본의 우위에 있다. 일본과 미국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은행 예금은 가장 위험한 자산”

미국은 노동과 자본이 가장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택한 데 반해 일본은 종신고용을 신봉하고 돈이 일하게 하는 방법에 대해 서툴렀다. 미국은 401(K)라는 은퇴제도를 도입해서 직장인들의 수입의 일정부분을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에 투자하게 했고 그 자금이 창의적인 새로운 기업에 투자되는 선순환을 가능케 했다.


투자한 사람들은 투자를 통한 이익창출로 노후준비를 할 수 있었고 국가적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반면 일본의 경우는 축적된 자본이 은행예금과 부동산에만 집중된 결과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가져온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현재 어떤 상황인가.


일본과 너무나도 비슷하게 대부분의 은퇴자금이 예금이나 부동산에 몰려 있고 사람들은 원금 보장의 늪에 빠져 있다. 은퇴가 먼 훗날의 일임에도 데도 사람들은 원금 손실을 두려워한다. 그 결과 열심히 일해야 할 자본이 잠자고 있는 것과 흡사한 상태가 됐다.


한국은 일본이 30년 동안 실수한 것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오히려 일본보다 심하다고 볼 수도 있다.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퇴직연금의 주식 비중이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일본보다도 더 낮기 때문이다. 그 결과 노인 빈곤층이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20년 후 우리에게 닥칠 노후에 대비하기 위해 매일매일 여유자금을 만들고 그 돈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면 원금 보장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말로 중요한 것은 20년 후의 자산 가치가 얼마나 증가했느냐가 아닐까.


돈이 자신을 위해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진정으로 깨달은 사람들은 단기적인 원금손실에 연연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보면 은행 예금은 가장 위험한 자산이다. 은행 예금에 머물러 있는 돈은 자신의 노후를 위해 전혀 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해야 할 것은 저축이 아닌 투자”

시간이 갈수록 돈의 가치는 하락하지만 투자 가치는 상승한다. 이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만약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은행 예금의 수익률보다 못하다면 그 나라의 자본주의는 존재 근거를 잃는다.


그럼에도 퇴직연금 자산의 대부분이 아직도 원금보장성 자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 역시 일본이 좋은 예다. 금리가 마이너스인데도 국민들은 많은 자금을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만 투자함으로써 개인적인 불행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경제에 심각한 먹구름을 드리우는 우를 범하고 있다.


한국에서 은퇴 준비를 위한 가장 소중한 자산 중 하나인 퇴직연금의 주식 비중이 일본보다 훨씬 낮은 이유는 한국인들이 ‘원금 보장’이라는 깊은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저축이 아닌 투자다.


한편 한국에서는 금융 상품에 가입할 때 많은 사람들이 원금보장 유무를 중요시한다. 한국 사람들은 원금이 보장되면 마음이 편하다는 이유에서 이런 원금보장형 상품에 많이 가입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간과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시간이다. 한 달 후에 찾을 돈이라면 원금보장이 중요하다. 그런데 5년, 10년, 20년 후에 찾을 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타까운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그 원금보장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퇴직연금의 대부분은 물론 55세 이후에 찾을 수 있는 연금저축도 대개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가입해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장기투자가 목적이라면 원금보장의 편견으로부터 탈출해야 한다. 장기투자를 한다면 자신의 돈이 가장 열심히 일하도록 해야 한다. 큰 변수가 없다면 주식투자가 자신의 돈을 가장 열심히 일하게 하는 방법이다.   <다음 호에 계속>

========================== 프로필 ======================
▲1958년생
여의도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중퇴
뉴욕대학교 회계학과 학사

▲주요 경력
KPMG 회계사
미국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 포트폴리오 매니저(1991년)
도이치투신운용 매니징디렉터
라자드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2006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2014년~현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