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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큰 ‘집단이주’ 흔적 간직
역사상 가장 큰 ‘집단이주’ 흔적 간직
  • 이덕희 칼럼리스트
  • 승인 2021.01.3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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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연 속 아픔이 있는 유산지 ‘모리셔스’

 

모리셔스(Mauritius)는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 남서부에 있는 산호초로 둘러싸인 섬나라다. 1507년 포르투갈 사람들이 처음 방문하기 시작했다. 1598년 원주민 없는 무인도를 네덜란드가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곳에 있는 아픔이 있는 세계 유산지 두 곳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곳은 1715년부터 프랑스 동인도 회사의 지배를 거쳐 처음으로 인도 이민자가 유입됐다. 그리고 1810년 영국이 점령해 1814년부터 영국 식민지가 된다. 1968년 3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고 현재 정식 국가 명칭은 모리셔스 공화국(Republic of Mauritius)이다.


아프라바시 가트

아프라바시 가트(Aapravasi Ghat)는 수도 포트 루이스(Port Luis) 지역 안에 있으며 현대판 노예 노동 계약이 시작된 곳이다. 1834년 영국 정부는 이곳에 노예 노동력을 대체할 새로운 노동력을 구하기 위한 ‘거대한 실험장’을 만들었다.
1834년부터 1920년 사이 인도에서 약 50만명에 달하는 근대 계약 노동자들이 이곳으로 이주했다. 그들은 주로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했고 일부 사람들은 서인도제도나 아프리카 동남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로 보내지기도 했다.
아프라바시 가트 지역에 남아있는 건물은 역사상 가장 큰 집단 이주의 흔적을 간직한 곳이며 노동자들이 세계 각지로 흩어져 나간 현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다. 이에 가치를 인정받아 2006년 세계문화유산지로 지정됐다.


르몬 문화경관
 
르몬 문화경관(Le Morne Cultural Landscape)은 모리셔스 남서부에 18세기부터 19세기 초에 도망친 노예나 유배자들이 숨어 살던 바위투성이 산이다. 이 지역은 험한 산이어서 접근하기가 어려운 절벽과 무성한 숲으로 가려져 있다.
도망친 노예들이 산꼭대기나 부근 동굴에서 거주지를 형성하여 살았다. 이 지역은 아프리카 본토나 모리셔스 서쪽에 있는 마다가스카르, 동쪽으로는 인도,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온 노예들의 희생과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를 쟁취한 상징적인 곳이다.
이 지역은 ‘유배자 공화국’이라는 뜻의 ‘마룬 공화국(Maroon Republic)’이라고 불리어지기도 했다. 그만큼 도망친 노예와 그들의 저항 흔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가 되고 있다. 이에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세계문화유산지로 선정됐다.


인간의 실수로 인한 자연 파괴의 상징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모리셔스는 지난해 2020년 7월 25일 일본 화물선 ‘와카시오’호가 모리셔스 앞바다에서 좌초해 8월 6일부터 연료인 중유가 대량 유출되어 일대 해안이 심각하게 오염됐다는 뉴스로 인해 세상의 관심대상이 됐다.
원래 산호초로 둘러싸인 모리셔스는 해안은 아름다워 휴양지로 또는 신혼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었는데 하루아침에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현상을 가져왔다. 인간들이 벌인 실수와 잘못이 자연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생생하게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루빨리 회복되는 노력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모리셔스는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지난날 아픔과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 본연의 숭고한 뜻을 간직한 두 곳의 유산지를 다시금 곱씹어 보게 만드는 곳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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