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6 15:26 (화)
‘디지털금융 전도사’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디지털금융 전도사’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김은희 기자
  • 승인 2021.02.09 0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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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라”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신임 대표이사 회장

 

손병환 전 농협은행장이 지난 1월 4일 NH농협금융지주 신임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11월 27일 전임자인 김광수 회장의 사임에 따라 경영승계절차(NH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최종 추천)를 거쳐 임기 2년의 NH농협금융지주 수장에 올랐다. 리치에서는 농협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뛰어난 디지털 전문성을 갖춘  손 회장이 그리고 있는 미래 농협금융지주 밑그림을 따라가 봤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농협금융을 이끌어 나갈 최적임자로 꼽히는 손 회장은 1962년생이다.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그는 농협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으로 꼽힌다. 


특히 지난 2015년 스마트금융부장 재임 시 NH핀테크혁신센터 설립, 국내 최초 오픈 API 도입에 큰 기여를 했으며 2019년부터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 농협은행 은행장을 역임하면서 농협금융의 최근 호실적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농협금융지주 청사진 제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농협금융의 대내외 여건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저금리·저성장 추세 장기화와 팬데믹의 지속적인 확산으로 국가 간 교역이 위축되는 등 글로벌 경기가 악화되고 국내 경기 또한 민간소비 둔화 등 고용위축과 소득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녹록치 않은 금융시장의 현실을 토로한 손 회장은 향후 10년 동안 내실이 있는 성장과 함께 농업·농촌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가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포부는 현재 금융 산업이 디지털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그는 빅테크 등 혁신 플레이어의 등장과 데이터시장 활성화 등으로 금융회사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업종 간 경계도 점점 무너지고 있으며 기존의 전통적인 금융기관들은 핀테크를 기반으로 한 거대 플랫폼 기업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급변하는 금융 생태계를 진단했다. 


“대내외 여건 속에서 우리 농협금융은 금융회사로서의 생존과 농협의 수익센터 역할이라는 두 가지 미션을 함께 수행해야 한다. 현재의 상황을 냉철히 바라보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에 대해 치밀하게 대응하고 당장의 경영성과에 매달리기보다는 미래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농협금융을 이끌어 나가겠다.”

이처럼 미래 농협금융의 밑그림을 제시한 손 회장은 농협금융의 새로운 10년에 대한 비전으로 다섯 가지의 방안을 제시했다.

예컨대 ▲금융회사로서 기본에 충실한 농협금융을 만들겠다 ▲수익센터 역할에 충실한 농협금융을 만들겠다 ▲사회적 책임에 앞장서는 농협금융을 만들겠다 ▲디지털금융시대를 선도하는 농협금융을 만들겠다 ▲글로벌 시장을 지속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농협금융을 만들겠다는 게 그것이다.  

“농협금융은 지주체제 출범 이후 해외 네트워크를 넓혀 나가면서 글로벌 신사업 추진과 투자금융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 왔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사업 확대 및 진출에 많은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손 회장은 농협금융의 현실을 이같이 판단하면서 향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곧바로 글로벌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해외 네트워크를 더 확충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선제적으로 글로벌 사업 확대 추진”

지난해 농협은행 주요 성과로는 ▲신성장동력 사업추진으로 ‘디지털 휴먼뱅크’ 도약 기반 조성 ▲코로나19 관련 농업인·소상공인 등 여신지원 및 정부·지자체 재난지원금 지원업무 성공적 수행 ▲농협가치 구현을 위한 농산업 중심의 녹색금융 생태계 구축 ▲시중은행 수준으로 건전성 지표 획기적 개선 ▲2020년 지역재투자 ‘최우수’ 평가 등급 획득 등을 꼽을 수 있다.


손 회장은 농협은행장을 역임하면서 신성장동력 사업추진으로 ‘디지털휴먼뱅크’ 도약 기반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일군 주요 성과로는 애자일 조직 운영으로 효율적인 디지털전환 추진을 강화(올원뱅크센터Cell 등 5개 부문 8개 Cell 운영해 24개 과제 수행)와 비대면 개인종합자산관리(PFM) 서비스를 1차 오픈(1차서비스 : 자산·소비 현황/통계, 금융일정 캘린더 등, VIP금융컨설팅 등 2차 서비스 2월 중 오픈 예정)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데이터사업부 신설 등 데이터기반 사업추진 강화와 금융데이터거래소 대응 데이터 상품화 추진(정부 재난지원금 관련 카드이용 집계 정보 데이터 최초 판매), 빅데이터 시각화포털 구축(7/15)으로 데이터 기반 마케팅 실시, 경기도 ‘금융생활분석 리포트 서비스’실시(지자체 대상 데이터 컨설팅 제공) 등도 주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손 회장은 이밖에도 AI(인공지능) 전담조직 신설 등 업무효율성 증대를 위해 지난해 7월 NH디지털R&D센터 내에 AI파트를 신설했다. AI기술을 연계한 RPA 추진 강화를 통해 은행권 최초 ‘투자상품 서류상 불완전판매 점검’에 RPA 적용, RPA활용 대출 자동기한연기 AI 시스템 구축했다.


그런가 하면 디지털 소외계층의 디지털 금융서비스 제공 등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판매액 일부를 디지털 소외계층에 기부하는 포디예금 출시와 시니어(고령자, 저시력자)를 위한 ‘큰글모드’ 뱅킹 도입, 외국인·다문화가정 고객을 위한 ‘글로벌모드’ 고도화를 이끌었다.


또한 코로나19 관련 농업인·소상공인 등 여신지원 및 정부·지자체 재난지원금 지원업무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농업인·소상공인 등 여신지원 및 컨설팅 확대운영을 통해 총 지원 실적(2020년 12월 11일 기준) 12조3397억원, 17만2151건(신규지원 5조722억원, 14만4468건)을 기록했다. 이 중 농업인 신규지원실적이 1998억원, 1948건을 기록해 코로나19 및 재해 피해 농업인에 대한 경영안정자금을 적극 지원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농축산경영자금 재해신규자금 등 신규자금 지원(2020년 10월말 기준 6만 1842억원 신규지원)과 정책자금 고정금리대출 금리인하 및 상환기일연기 시행(금리인하, 상환기일 연장·할부상환 납입 1년 유예 등이다.


그는 소상공인 등에 대한 사회적 책임 강화 차원에서 7개 여신심사센터를 지역컨설팅센터로 지정·활용과 영업활성화/재기교육 등 위기관련 컨설팅 추가, 업체와 화상회의를 통한 컨설팅을 실시해 호응을 이끌어 냈다. 그 결과 금감원 주관 농업금융 경영컨설팅 우수사례에 농협은행이 선정됐다.


손 회장은 은행장 시절 정부재난지원금(신용/체크) 유치 건수 점유비 부분에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은 266만건을 유치(전체 유치건수 1464만건, M/S 18.2%)했다. 농협신용/체크카드 이용액 2만351억원, 선불카드 이용액 2만1388억원에 달했다.


뿐만 아니다. 농협 정체성을 반영한 ‘농협금융 ESG 모델’ 단계적 도입도 주요 성과중 하나로 꼽힌다. 1단계 ESG 상품 개발 및 농협은행 녹색사업금융단 조직 신설(ESG 채권 발행), 2단계 ESG경영을 위한 컨설팅 수행(금융지주 주관), 3단계 ESG경영을 위한 전행 도입 추진(사회적 책임투자 원칙을 반영하여 기후금융 및 녹색산업에 투자) 등이다.


손 회장은 디지털농업 전환 등 농산업 첨단화를 위한 농업금융 지원 강화도 추진했다. 청년농부들의 스마트팜 창농 인·허가 등 행정절차, 농장설계, 실제 사업검토 지원 및 대출신청·심사 관련 절차 원스톱지원 등 디지털농업 금융지원을 실시(청년농부 지원현황 39명) 했다. 중점지원대상은 농수산대, 청년농부사관학교 등 농업계학교 학생들이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나가겠다”

손 회장은 시중은행 수준으로 농협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2020년 9월말기준 연체비율 0.26%(전년말 대비 0.14%포인트 감소), 고정이하비율 0.40%(전년말 대비 0.18%포인트 감소), 충당금적립율 140.05%(전년말 대비 36.10%p 증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지역재투자 평가결과에서 농협은행은 ‘최우수’ 평가 등급을 획득하기도 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역재투자 평가제도는 매년 지역(13개 지방 광역시·도 민관 합동 평가)재투자 실적(지역투자, 중소기업 지원, 서민대출 지원, 인프라 투자, 지역금융 지원 등) 평가 및 결과에 따른 유인방안을 적용해서 등급을 정한다.


한편 손 회장은 1988년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한 무역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1990년 농협중앙회에 다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학창시절 선후배 관계와 전공, 적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농협이 낫다는 현실적 판단이었다.


그는 농협중앙회 기획·전략 파트에서 오래 근무했다. 특히 농협의 큰 그림을 그리는 대형 프로젝트를 여럿 맡아왔다. 2005년부터 2010년 농협중앙회 기획조정실 재직시절 가장 성장한 시기로 꼽는다. 해체를 선언한 프로야구단 인수팀장을 맡기도 했다. 손 회장이 범(汎)농협 내부의 ‘전략가’로 꼽히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합작사 설립 프로젝트 등 풀기 힘든 난제가 그에게 잇달아 주어졌다. 2011년 첫 지점장 발령을 받고 4년여 간 전국을 돌아다녔다. 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주식회사 방식으로 분리하는 사업구조개편 당시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금융의 일선 현장 감각과 경험을 다시 한 번 축적했다.


손 회장은 디지털금융 전문가로 국내 금융권에서 디지털금융 1세대로 꼽힌다. 2015년 정보기술(IT) 서비스와 보안을 총괄하는 스마트금융부장 자리에 올라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 개편에 공들여 보안 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농협금융의 디지털 관련 그림도 손 회장이 그렸다는 평가가 많다. 2015년 금융권 최초로 핀테크기업 육성 조직인 NH핀테크혁신센터를 설립했다. 수수료 수익이 줄 것이라는 내부 반대를 뚫고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도 도입했다. 은행 서비스 내 연결, 이체 기능을 핀테크기업 모두에 표준화된 방식으로 공개했다. 


2015년 농협은행이 출시한 오픈API 서비스는 손 회장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오픈API란 누구든 프로그램 개발에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프로그래밍 명령어 묶음(소스코드)을 말한다. 은행 API를 활용하면 은행계좌 기반 간편결제 서비스, 개인 간(P2P) 금융에 필요한 서비스, 지로공과금 납부 등 핀테크 업체 서비스를 대부분 구현할 수 있다. 


농협은행이 최초로 API를 공개하자 다른 은행의 API 공개도 잇따랐다. 농협은행 오픈 API가 정부의 오픈뱅킹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핀테크, 빅테크(IT)와의 ‘경쟁’보다는 ‘협력’이 중요하다는 게 손 회장의 지론이다. 기존 대형 은행들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또는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에 야금야금 금융 서비스 영역을 빼앗기고 있다고 분석한 그는 핀테크 앱 사용자에게 농협은행의 본질적 서비스인 예금, 대출, 카드를 쓰게 하겠다는 전략에 따라 핀테크 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도 손 회장이 공들이는 분야 중 하나다. 자체 앱을 자산관리에 맞게 개편하고 이동통신 업체와 제휴한 다양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e커머스 업체 11번가와 핀테크 공룡으로 커가는 토스와의 협력도 강화했다. 


손 회장은 농협 전반의 글로벌 사업에 정통한 인물로도 여겨진다. 2019년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을 지내면서 농협금융의 해외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고 농협의 해외사업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농협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장을 거쳐 해외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가 2020년 농협은행장 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농협중앙회, 농협금융지주, 농협은행 등 주요 조직에서 기획·전략과 디지털, 글로벌 업무를 두루 맡은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농협 안에서 디지털과 글로벌을 두 축으로 하는 장기 전략을 세우고 추진하는 데 적임자로 평가된다.


손 회장은 행장시절 부서장 이상이 돼야 참석하던 보고에 차·과장을 참여시켰다. 보고에 들어온 직원들을 행장석에 앉힌 뒤 ‘행장의 눈으로 업무에 임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농협금융이 손 회장을 최종 선임하는 것에 대해 사업구조개편 이후 새로운 10년, 20년의 그림을 그려는 차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가 많다. 


농협법에 따라 설립된 농협금융은 공공적 성격이 강해 대형 금융지주와 경쟁에 한계가 많다는 평이 많았다. 최근 4~5년 새 덩치와 조직 규모를 다른 민간 금융지주사에 필적할 정도로 키운 만큼 도약을 위한 인선이 필요했고 그 결과 손 회장을 선정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2020년까지 농협금융이 금융지주로서 뼈대를 만드는 시기였다면 2020년 이후에는 내실이 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농업·농촌과의 시너지를 발휘해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손 회장이 있다. 때문에 그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고 그에게 거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김은희 기자


프로필
▲ 1962년생
- 진주고등학교
- 서울대학교 농업교육학과 졸업

▲ 주요 경력
- 농업협동조합중앙회(1990년)
-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기획조정실 팀장(2010년 12월)
- NH농협은행 창원터미널지점 지점장(2011년 1월)
- NH농협은행 서울대학교지점 지점장(2012년 1월)
- NH농협은행 스마트금융부 부장(2015년 1월)
-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기획실 실장(2016년 8월)
- 농업협동조합중앙회 농협미래경영연구소 소장(2018년 1월)
- NH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 부문장(2019년 1월)
- NH농협은행 글로벌사업부문 부문장(2019년 1월)
- NH농협금융지주 경영기획부문 부사장(2020년 1월)
- 제5대 NH농협은행 은행장(2020년 3월~2020년 12월)
- NH농협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2021년 1월~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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