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21 08:32 (수)
따사로운 바다 내음 맡으며 즐기는 ‘봄 하이킹’
따사로운 바다 내음 맡으며 즐기는 ‘봄 하이킹’
  • 혜초여행사
  • 승인 2021.03.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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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목포와 신안군 하이킹 2편

 

목포 구시가지와 신안군의 반월도, 박지도, 증도에 이어 최근 걷기 여행에 매료된 이들에게 가 보고 싶은 코스로 신안군의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이 떠오르고 있다. 섬티아고 12사도 순례길은 전라남도 신안군에 위치한 4개의 섬을 노둣길로 연결한 도보 여행 코스다. 아주 작은 섬인 딴섬까지 포함하면 5개의 섬이 연결되어 있다.

 

편도 총 12km의 섬티아고 순례길은 2017년 기점도와 소악도가 ‘가고 싶은 섬’에 선정되면서부터 만들어졌고 기독교 전도자로 유명한 문준경 여사의 기념관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그는 1900년대 초반 노둣길을 걸어 다니면서 이 지역에 전도를 했는데 신안군은 이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증도면의 4개 섬을 묶어 길로 연결하고 길 위에 12개의 예배당을 설치했다.
공공설치미술작가와 응용미술가 11명이 참여해 각각의 방식으로 해석해 색깔을 불어넣었고 한 두 명이 들어가 기도를 할 만한 크기의 공간으로 만들었다.
작가들이 작업하던 공간은 기념으로 남겨두었고 아직도 건축 중인 예배당도 있다. 이런 12개의 예배당이 길 위에 쭉 연결되어 있기에 순례길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또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빗대어 섬티아고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즐거운 도보여행의 시작

순례길을 걷기 위해서는 천사대교 앞에 자리한 송공여객선터미널로 가야 한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은 예배당이 있는 섬 중에서 3개의 섬에 들른다. 따라서 꼭 완주를 하는 게 아니라 선택에 따라 자유롭게 일부분만 걸으며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이왕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걸어 보는데 의의를 두고 1번 예배당이 있는 대기점도에서 시작해 소악도에서 마무리해보자.
송공여객선터미널에는 기점·소악도 섬티아고 순례길 안내가 매우 상세하게 되어 있다. 매표소에는 지도가 포함된 안내 리플렛이 있고 여객선터미널의 직원들은 노둣길이 잠기는 시간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물때는 매일 다르기 때문에 출발 당일 표를 사면서 체크해두는 것이 좋다. 송공여객선터미널을 출발한 여객선은 천사대교 아래를 지나가고 약 1시간가량 천천히 이동해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거쳐 대기점도에 정차한다. 이 도보여행 코스는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걸으면서 힐링을 하는 길이다.
노둣길로 연결되어 바다가 허락할 때만 건널 수 있으며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을 만큼 적절한 크기로 지어진 예배당들을 볼 수 있다. 12개의 예배당은 작지만 기도소와 교회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그래서 그 안에는 모두 종이 있다. 첫 번째 예배당에서 종을 치고 마지막 예배당에서 종을 치면 비로소 순례가 완성된다. 


제일 첫 번째 만나는 예배당은 베드로의 집이다.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가까이에서 볼 때는 몰랐지만 서서히 선착장에 들어서면서 보니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것 같았다. 등대처럼 꼿꼿이 서 있는 예배당의 모습은 멀리서도 눈에 띈다. 예배당 중 유일하게 화장실이 있으니 이곳에서 시간을 길게 보내고 가자.


두 번째 예배당은 안드레아의 집이다. 예배당의 주인은 터키색 지붕에 앉아 있는 고양이들이다. 예쁘게 조각된 고양이들은 병풍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 번째 야고보의 집은 양지바른 작은 언덕의 무덤가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중턱 끝에 자리한 예배당이다. 숲 속의 오두막처럼 생긴 이 곳은 조금 동 떨어져 있지만 아늑해 보이고, 내부는 여러 종교가 혼합된 것처럼 디자인되어 신비로웠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섬들의 풍광

네 번째 예배당은 한참을 걸어가야 만날 수 있는 요한의 집이다. 야고보의 집에서 요한의 집으로 가는 길은 바닷가 마을 특유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길이다. 빨간 옷을 입은 섬초와 갯벌, 섬들의 풍광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그런 풍광을 감상하면서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새 요한의 집에 도착한다. 동네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쉬고 계시는 정자 옆에 꽤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입구에 위치한 염소 조각은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의 조각과 비슷한 방식으로 타일을 붙여 만들어졌고 예배당의 내부도 신성한 느낌이 들도록 꾸며져 있었다.


다섯 번째 필립의 집은 대기점도의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다. 물고기의 비늘 같기도 하고 올빼미의 겉옷 같기도 한 예배당의 지붕이 멀리서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독특한 외관과 함께 해송과 갯벌이 어우러진 풍광이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이렇게 대기점도에서 5개의 예배당을 보고 나면 소기점도로 넘어가게 된다.


소기점도에 자리한 여섯 번째 예배당,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아직 미완성인 곳이다. 물속에 떠 있어 걸어 갈 수 없지만 햇빛에 따라 오묘한 색깔로 빛나는 예배당이다. 이 곳에는 잠시 앉아 쉬어 갈 수 있는 벤치들이 마련되어 있다.
일곱 번째 토마스의 집은 실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성당들을 연상시켰다. 마치 예배당이 섬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리하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게 일곱 개의 예배당을 보고 소악도로 넘어가기 직전, 빛나는 바다와 갯벌이 한 눈에 들어오는 게스트하우스가 나타났다. 이 곳은 섬티아고 순례길의 유일한 정식 숙박업소다. 식당과 게스트하우스가 함께 있어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점심이나 간식을 즐긴다.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자연산 굴과 김으로 만든 전과 함께 막걸리 한 잔을 시켜 바다 내음 가득한 휴식을 즐겨보았다.


여유 있게 휴식을 즐기려는데 주민들이 소악도로 연결된 노둣길이 곧 있으면 잠긴다고 서두르라고 안내해준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을 때 멀어 보이던 바닷물이 어느새 갯벌을 반쯤 삼키고 다가와 있었다. 노둣길은 하루 종일 물이 차 있는 게 아니기에 조금 기다리다 보면 길이 열릴 테지만 배가 떠나는 시간이 아슬아슬해 서둘렀다.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잇는 노둣길 한 가운데 자리한 여덟 번째 마태오의 집은 러시아정교회 건물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독특한 외관이 이슬람 양식을 떠올리게 한다. 노둣길 한 가운데에 있는 만큼 빨리 지나쳐야 하지만 예쁘게 꾸며 놓아 사진도 여러 장 찍고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세 번째 섬인 소악도에 들어서니 경로당과 교회 등 소담스러운 풍경이 여행자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알록달록한 꽃들과 예쁜 소품들이 꾸며진 길을 걷다 보면 섬의 끝자락에서 아홉 번째 예배당인 야고보의 집을 만나게 된다. 야고보의 집은 유럽 시골의 작은 기도소를 본 따 만들었다고 하는데 지붕이 물고기 모양이다. 헨젤과 그레텔 속에 나오는 집처럼 동화 속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외관과 달리 내부가 의외로 넓어서 오랫동안 앉아 있다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섬인 진섬에 접어들었다.


진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열 번째 예배당, 유다 다대오의 집은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던 곳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그런 흔적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섬을 가로질러 만날 수 있는 시몬의 집은 사랑의 집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었는데 도착한 순간 왜 사랑의 집인 지 알 수 있었다. 바다를 향해 앉아 있으면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절로 낭만적인 시간이 될 것 같은 예배당이었다. 


드디어 마지막 열 두 번 째, 말 그대로 외딴 곳인 딴 섬에 있는 가롯 유다의 집은 노둣길이 물에 잠겨서 건너가 볼 수 없었다. 예배당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예배당까지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숲이 참 인상적이었다.


대기점도에서부터 약 3시간 40분 동안 걷고 쉬는 데 시간을 할애했지만 여유롭게 걷고 싶은 이들은 이른 아침에 출발하는 배를 타고 들어와 천천히 걷고 쉬는 것을 추천한다. 배 시간은 계절별로 달라지니 반드시 전일 송공항에 확인해 계획을 세우도록 하자.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도보여행

12개의 예배당을 들른 후 소악도 선착장에서 배를 기다렸다. 이 곳에 작은 건물들을 세우고 크고 작은 섬들을 연결하자고 처음 생각한 사람은 누구일까.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예배당들은 메말라있던 예술적인 감성을 품게 하고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서남해안의 갯벌과 바다, 섬 특유의 풍광을 거스르지 않도록 적당한 크기로 지어놓은 것도 매우 마음에 들었다. 부담 없이 걷고, 따사로운 바다내음을 맡으며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면 섬티아고 순례길을 추천한다. 
「자료 제공 : 혜초여행, www.hye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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