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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쩐의 전쟁’ 벌이는 강남 자산가들…지금은
소리 없는 ‘쩐의 전쟁’ 벌이는 강남 자산가들…지금은
  • 한계희 기자
  • 승인 2021.04.02 2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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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석’은 가리고 ‘현금’은 확보하고

 

부자는 사전적으로 ‘재물이 많아 살림이 넉넉한 사람’을 말한다. 당연히 부자 동네에는 돈과 돈이 되는 정보들이 넘쳐 흐른다. 대한민국에서 강남은 최고의 부자동네이자 투자 1번지로 꼽힌다. 이곳에서는 소리 없는 ‘쩐의 전쟁’이 항상 진행되고 있다. 오늘의 부자가 내일도 부자이기 위해서는 가난한 이들에 비해 몇 십배 혹은 몇 백배의 돈을 벌어야 하는 만큼 이들의 전략도 변화무쌍하다. 리치에서는 매달 밀착취재를 통해 소개한다.

 

현재 자산가들의 분석은 각양각색이다. 실제 자산가들 중에는 단기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위험 자산 폭락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분석은 최근 주식시장을 흔든 국채 금리 상승의 바탕에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판단에 기인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전반적인 시각은 당분간 증시가 숨을 고르고 상승세가 가팔랐던 업종이나 지수의 조정이 지속될 수 있다는 것에 맞춰져 있는 분위기다. ‘그 어느 때보다 분할 매수와 분산 투자 전략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자산가들의 투자전략은 여기서 출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시장 금리가 급등하고 증시가 출렁이면서 재테크 전략을 놓고 고민하는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며 “발 빠른 이들은 친환경이나 신성장 산업 등 장기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서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여유 자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금은 추가 투자 기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자산가들이 분석하는 공통점은 지금의 재테크시장에 대해 ‘추가 투자 기회’로 보고 있다. 최근의 시장 변동에도 불구하고 위험 자산을 정리할 시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자산가들의 이러한 시각은 국내 증시도 반등을 반복하고 있고 결국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금리를 끌어올렸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금리 상승도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다만 최근 변동성이 크고 앞으로의 방향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시간을 두고 분할 매수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사실 금리가 다소 올랐다고 해도 자산가들은 자신이 느끼는 금리 상승은 미미하다고 보고 있는 모습이다. 장기 수혜가 예상되거나 배당이익을 누릴 수 있는 주식과 펀드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자산가들은 안전 자산 비중을 늘리고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전략에 나선 자산가들의 판단은 예상보다 금리가 빠르게 오를 가능성도 살아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자산 버블을 염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라는데 있다.


이에 따라 변동성이 잦아들 때까지 단기 채권, 채권형 펀드, 달러, 금 등 안전 상품의 비중을 조금 높이는 방법을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면 자산가들은 어떤 전략을 세워놓고 있을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공격적 성향을 가진 자산가들 중에는 재택(Stay at Home) 관련 주식 을 팔고 외부 활동 복귀(Leave Home) 수혜주로 갈아타려는 이들이 많다.


예컨대 은행과 의류·명품, 에너지 장비·서비스, 호텔 레스토랑·레저, 항공, 기계·산업재, 석유·가스와 소비재용 연료, 소매업 리츠, 건설 엔지니어링 등을 주목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올해 글로벌 경기 회복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재택 관련주에서 외부 활동 복귀 관련주 순환 매매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꼽힌다.


전문가들도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 업종에 대해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경쟁 업체의 도태나  이커머스 전환 가속화, 임대료 하락 등 많은 수혜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경기민감 업종이나 필수 소비재, 유통, 은행, 보험, 음식료, 호텔 등 지난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많이 오르지 못한 경제활동 재개 수혜 섹터를 좋게 보고 있는 분위기다.


그런가 하면 안정적 성향을 가진 자산가들 중에는 옥석을 가리고 비중을 조정하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물론 증시 변동성 확대와 조정 장기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상승세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종목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자산가는 친환경 산업이나 5세대(5G)·반도체·헬스케어 등 장기적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업종에 적립식으로 꾸준히 투자하는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글로벌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을 여전히 유망한 시장으로 꼽으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오르지 않은 유로존 인덱스와 경기 민감주인 리츠, 건설 업종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눈길을 주고 있다.


아울러 이들은 그린에너지와 사회공헌(ESG)을 투자 테마로 꼽으면서 주목하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 투명성(Governance)의 약자로 사회적 책임을 준수하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의미하고 있다.


실제 금융권에서도 ESG에 대한 전망을 좋게 보고 있다. 일례로 얼마 전 글로벌 회계 컨설팅회사 PwC는 최근 유럽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며 ESG 글로벌 펀드 자산이 오는 2025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씨티은행에서도 ESG 펀드에 대한 투자는 연간 40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2년마다 약 10조 달러씩 증가하는 추세로 성장세가 둔화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을 제시한 바 있다.


“장기수혜 업종에 집중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탄소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전기화가 핵심으로 전기 생산을 위해 화석연료 대신 청정에너지를 사용하는 쪽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향후 몇 년간 청정에너지 단가를 낮추기 위한 기술혁신과 전기화·에너지 효율화 부문에 많은 투자가 이뤄질 것이고 이 분야 투자 성과도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올해 중국은 탄소배출 규제 정책을 시행하면서 철강 생산량이 줄어 철강 수출국이 아니라 수입국이 될 수 있는 만큼 그린에너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전기차·배터리 업종의 경우에도 상승 폭이 컸지만 장기적으로 산업 흐름이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유망하다”고 부연했다.


업계 또 다른 전문가는 “최근 업종별 성과 차이를 감안했을 때 현재 포트폴리오가 균형에서 한참 벗어나 특정 자산이나 섹터에 쏠려 있는 자산가들을 중심으로 이런 주식 비중을 미리 늘리는 포트폴리오를 세우고 있다”며 “이들 사이에는 지난해 시장에서 소외받았던 코로나19 민감 업종과 중소형주들이 반등할 타이밍이 됐다는 판단이 자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향후 10년간 아시아 지역 중산층은 추가로 15억명이나 늘어나고 100만명 이상 인구가 거주하는 대도시 또한 100개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아시아 지역 성장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만큼 장기 성장 관점에서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주식이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투자용 부동산에 대해 자산가들은 차가운 심리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부동산 매각 자금을 고배당 우량주에 넣어두려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특히 이미 부동산이 있는 자산가의 경우 임대차법·세금 이슈 등으로 관리 부담이 커지면서 추가 투자에 대한 관심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3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1 한국인 자산 보고서’에서도 엿볼 수 있다. 금융자산 1억~10억원 미만의 ‘대중부유층’ 1400명과 10억원 이상의 ‘부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에는 대부분의 부자들이 올해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며 추가 매입 의사가 없다는 뜻을 드러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와 대중부유층은 각각 18%와 19%가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을 늘릴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5년간 조사 가운데 부동산 자산을 높이겠다는 응답 비율이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한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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