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고속도로 인근 방음벽 설치의무 부담은 누구?
고속도로 인근 방음벽 설치의무 부담은 누구?
  • 강민구 변호사
  • 승인 2021.04.28 15: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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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형사소송 변호사 강민구의 생활법률
강민구 변호사

 

A씨는 고속도로 바로 옆에 신축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고 있다. 새집이라 너무 설레는 마음에 입주했는데 행복도 잠시, 고속도로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소음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A씨 이웃들도 모두 같은 입장이라 입주자단체에서 도로공사를 상대로 방음벽 설치를 해달라고 소송을 걸려고 계획 중인데 A씨 측이 승소할 수 있을까.


 
고속도로 인근 아파트 주민의 소음피해를 막기 위한 방음벽은 누가 설치해야 할까. 소음피해 방지책임을 놓고 실제로 주민들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방음벽 설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도로공사의 승리였다.
경부고속도로 인근에 위치한 A아파트 주민들은 2007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며 ‘6억7000여만원의 피해보상과 방음벽 설치를 촉구해 달라’고 분쟁조정 신청을 냈다.


“대책 마련 의무는 엄격히 판단해야”

환경분쟁조정위는 ‘한국도로공사가 1억4000여만원을 배상하고 방음 대책을 마련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한국도로공사는 이에 반발해 경북 구미시 봉곡동 A아파트에 사는 김모씨 등 주민 381명을 상대로 ‘도로공사가 방음벽을 설치해줄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해 달라’며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도로공사가 방음벽을 설치해야 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견해는 달랐다. 대법원은 위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2011다91784)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경부고속도로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가 크다는 점과 전국에 있는 모든 인근 주민들에게 방지조치를 해주는 것에 기술적·경제적 한계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방음대책을 마련할 의무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나 공사가 필요한지, 그에 소요될 시간과 비용은 어떤지, 고속도로의 정상적인 통행에는 지장이 없는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공사 측에 방음대책을 마련하라는 판결을 내린 원심은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또 “원심은 경부고속도로를 왕복 8차로로 확장하는 내용이 A아파트 택지개발사업 시행보다 먼저 고시됐다는 사정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소음 피해 측정도 잘못됐다”며 “아파트 베란다에서 측정기를 든 손을 창문 바깥쪽으로 뻗어서 측정할 것이 아니라 창문을 모두 열어둔 상태로 주민들이 주로 일상생활을 하는 거실에서 측정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패소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위와 같은 대법원의 판결이 무조건적으로 방음벽을 주민들이 설치하라는 뜻은 아니다. 도로공사가 먼저 고속도로를 설치 내지 시행 고시가 되었는지 아니면 기존의 아파트가 있는 상태에서 나중에 고속도로를 들어서게 되었는지 등 선후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소음측정도 실질적인 주거환경을 기준으로 거실에서 정확하게 측정해야 하는 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만약 고속도로 확장공사 이후 지어진 아파트까지 도로공사가 방음벽을 모두 설치해야 한다면 전국적으로 엄청난 경비가 소요될 우려가 있는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사례로 돌아가 살피건대, A씨의 경우 그 소유 아파트가 기존의 고속도로 옆에 신축된 것이라 했으니 고속도로 공사가 먼저 이뤄졌으므로 도로공사를 상대로 방음벽설치 이행소송을 제기해도 패소할 확률이 높다.  <다음 호에 계속>

=========================== 프로필 ====================
▲학력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제31회 사법시험합격(사법연수원 21기)
-미국 듀크대학교 로스쿨 Visiting Scholar
-미국 노스웨스턴 로스쿨(LL.M)졸업
-미국 뉴욕주 변호사 시험 합격

▲주요 경력
-법무법인(유) 태평양 기업담당 변호사(1993년)
-부산지방검찰청 동부지청 검사(1995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 검사(2000년)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검사(2003년)
-K&P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2003년)
-법무법인 이지스 대표변호사(2010년)
-TV조선 강적들 고정패널(2017년)
-전자문서, 전자거래 분쟁조정위원(현재)
-법무법인(유한) 진솔 대표변호사(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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