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욜로’ 보다 ‘투자’ “MZ세대 재테크는 다르다”
‘욜로’ 보다 ‘투자’ “MZ세대 재테크는 다르다”
  • 한겨레 기자
  • 승인 2021.05.1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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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세대 대세 재테크…알아보니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더 이상 근로소득으로는 계층 사다리 올라타기가 불가능하다는 풍조가 확산되면서 비교적 자산 모으기에 관심이 적었던 2030세대에서도 재테크가 필수로 자리를 잡고 있다. 아무 투자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른바 ‘벼락거지’가 됐다는 자괴감이 이들 세대 사이에 퍼지고 있다는 것도 재테크에 관심이 많아지는 절대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리치에서는 2030세대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산을 모으는지 알아봤다.

 

‘욜로 세대’로 대변되던 2030세대가 달라졌다. 돈을 쓰기보다 모으고 자산을 불리는데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30세대가 소비보다 투자에 관심이 더 많다는 설문조사도 나왔다.
굿리치가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에 의뢰해 수도권에 거주하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청년층의 관심이 쇼핑에서 투자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쇼핑보다는 ‘재테크’

굿리치에 따르면 ‘최근 접속량이 급증한 앱’을 묻는 질문에 청년들은 1위 배달, 2위 금융, 3위 쇼핑이라고 답했다. 금융 앱이 쇼핑 앱을 제치고 더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은 예상 밖의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주식 시장에 쏠린 투자 열풍을 보여주듯 ‘최근 가장 관심이 증가한 콘텐츠 분야’를 묻는 질문에도 청년들의 대답은 재테크(68%, 복수응답)가 1순위로 꼽혔다. 이어 건강과 운동(43%)이 2위, 영화와 드라마(37%)가 최근 관심이 높아진 콘텐츠 3위로 거론됐다.
2030세대 응답자들이 꼽은 재테크 목적 1위는 부동산 구입, 2위는 결혼 자금 마련, 3위는 은퇴자금 마련이었다. 2030세대의 재무 준비 시야가 더 넓어지고 계획 기간도 더 길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2030세대는 어떻게 재테크를 하고 있을까.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접근하기 쉬운 주식 투자가 2030세대에게도 가장 흔한 재테크로 나타났다. 지난해 30대 이하 젊은 층의 주식투자 규모가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주식 보유 잔액도 같은 기간 80%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개인의 국내 주식(12월 결산법인) 보유액은 2019년 말 419조원에서 지난해 말 662조원으로 58.1% 늘었다. 같은 기간 투자자 수는 614만명에서 914만명으로 48.8% 증가했다. 1인당 보유금액은 이 기간 6821만원에서 7245만원으로 424만원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주식투자에 적극적이지 않던 집단이 더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섰다. 이 기간 30대 이하 연령층 전체의 투자금액은 34조2000억원에서 67조8000억원으로 98.2% 급증했다. 40대 이상의 투자금액이 384조4000억원에서 593조9000억원으로 54.5% 늘어난 것보다 증가세가 가파르다. 여성(61.4%)이 남성(40.7%)보다 많이 늘기도 했다.
이른바 ‘영끌’족으로 불리는 부동산 투자자도 늘고 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7월은 한국부동산원이 연령대별 월간 아파트 매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9년 1월 이후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지난해 7월 30대 이하의 서울 아파트 매수 건수는 5907건이다. 같은 해 4월 1183건 대비 5배가량 급증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투자 방식인 주식과 부동산 외에 2030 세대의 주요 재테크 중 하나는 가상화폐 투자다. 최근에는 주식에서 자금을 빼내어 비트코인 등의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가상화폐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2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투자 열기는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난 4월 7일 오후 7763만원에 거래됐다. 특히 이날 장중 한때 7942만2,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가상화폐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역시 7일 장중 290만원을 넘기며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 같은 투자 광풍의 배경에는 2030세대가 있다. 일부 대학생들은 비트 코인 투자 스터디를 만들어 공부를 할 정도로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 앱 이용자가 지난해 10월 108만명에서 올 들어 2월 312만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2030 이용자는 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젊은 세대의 열풍을 보여줬다.
또 다른 2030세대의 재테크 중 눈에 띄는 것이 이른바 ‘아트테크’라고 불리는 미술품 재테크다. 전통적으로 부유층의 사치품으로 인식되던 미술품이 젊은 층 사이에서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아트테크는 미술품 관람을 넘어 소유의 관점에서 예술품을 바라보는 재테크 방식으로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재테크다. 워낙 고가인 미술품 재테크는 주로 한 작품을 수백 명이 같이 구매해 이익을 나눠 가지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재테크 방식은 이른바 새 제품을 샀다가 중고제품으로 다시 파는 ‘리셀’ 재테크다. 그 중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가 MZ(밀레니얼세대+Z세대)세대의 대세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정판으로 나온 운동화를 웃돈을 얹어 팔아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스니커테크가 젊은 층에게 재테크 각광받는 것은 가격부담이 다른 투자에 비해 적기 때문이다. 주식이나 가상화폐를 통해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종잣돈이 100만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스니커테크는 적게는 10만원 정도부터 가능하다.
스니커테크가 인기가 있는 또 다른 이유는 ‘하이 리턴, 로우 리스크’다. 실패할 확률이 비교적 적고 투자자금에 비해 수익이 크다.
일례로 지난해 7월 나이키와 명품 브랜드 디올이 협업해 내놓은 ‘에어 조던1 디올’은 전 세계에 8000족이 풀렸는데 270만~300만원에 발매된 이 신발은 리셀가가 1500만~2000만원까지 뛰었다. 높은 경쟁률을 뚫을 수만 있다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명품 사고 웃돈 챙겨

‘리셀’ 재테크 중 또 다른 것은 명품 재테크다. 샤넬, 롤렉스 등 돈이 있어도 구하기 힘든 제품을 구매해 중고시장에 웃돈을 얹어 파는 방식이다. 하이엔드 명품들은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턱없이 적기 때문에 가치가 높아 리셀러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나는데 국내 중고 명품 플랫폼 필웨이가 지난 3월 오픈한 판매 대행 서비스 결과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판매를 의뢰하는 고객이 300% 이상 증가했으며 이 중 66%가 MZ세대라고 밝혔다.
필웨이 한 관계자는 “판매대행 연령대는 MZ세대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데 특히 샤넬 캐비어 클래식 플랩백 미듐, 롤렉스 서브마리너 그린 등은 인기에 비해 구하기가 쉽지 않아 재테크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최근 가격 상승과 재테크 등의 이슈로 연결되고 수요는 코로나 종식 후에도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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