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여왕의 자태 같은 고혹적인 우아함”
“여왕의 자태 같은 고혹적인 우아함”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1.05.3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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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스위트 와인의 대명사 ‘샤토 디켐’

 

샤토 디켐(Château d’Yquem)은 프랑스 스위트 와인의 대명사다. 한 그루의 포도나무에서 한 잔의 와인만을 만드는 세계 10대 와인 그리고 그 해의 빈티지(1964년, 1972년, 1974년)가 수준 미달일 경우는 와인 생산을 하지만 자신의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은 도도한 자세도 아름답다.
 
 

프랑스 보르도 와인 투어를 갈 때마다 단골 코스로 가는 곳이 샤토 디켐이다. 필자는 4번을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받았다. 보르도 남부에서 약 30마일 정도 떨어져 있고 그라브 지역에 둘러싸여 있는 소테른 지역 명칭은 소테른 자체적으로 정한 것으로 작은 마을이 있는데 바르삭(Barsac), 파르귀(Fargues), 페냑(Preignac), 봄메(Bommes)가 있다.
시롱(Ciron)강을 따라 포도밭 사이를 따라가면 저 멀리 아름다운 건물이 자태를 뽐낸다. 샤토 입구에서 와이너리까지 1km 정도 곧고 길게 뻗어진 길옆으로 포도밭도 한 폭의 그림 같다.


세계 10대 와인의 위엄

1981년 영국의 황태자 찰스와 다이애나의 세기 결혼식에 공식 축배 와인으로 샤토 디켐 와인이 등장했고 다이애나가 파리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기 전에 마셨던 와인도 샤토 디켐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세계 3대 스위트 와인이라면 프랑스 소테른 지방의 샤토 디켐, 헝가리의 토카이 로열 와인, 독일의 아이스바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계 10대 와인 속에 샤토 디켐만이 들어간 것은 품질 면에서 대적할 수 없다는 의미다.
샤토 디켐 와인은 프랑스 보르도 남쪽 그라브 지역의 소테른(Sauternes)에서 생산되는 와인으로 1855년의 보르도 와인 공식 등급분류에서 유일하게 슈페리어 프리미어 크뤼 등급을 받아 품질을 인정받았다.


샤토 디켐 가문의 역사는 15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몬 펠리페 이켐(Ramon Felipe Eyquem)은 청어 유통 사업과 와인 판매를 통해 갑부가 되자 1477년 샤토 디켐의 포도밭, 와이너리를 인수했다.
약 100년 뒤 그의 후손이었던 미셸 이켐(Michel Eyquem)이 사망하자 샤토 디켐은 1593년 12월 자크 드 소바주(Jacques de Sauvage)가 매입하고 현재의 샤토 건물을 건축했는데 오늘날 문화재로 지정됐다.


1785년 뤼르 살뤼스(Bernard de Lur-Saluces) 가문이 인수했으며 이후 1996년 지속된 가족 간의 불화와 알렉상드르 형제(Alexandre de Lur-Saluces)의 사업 지분 매각으로 인해 프랑스의 명품 가문으로 유명한 LVMH(Louis-Vuitton Moët-Hennesy)가 주식 55%를 확보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하지만 1968년부터 샤토 디켐을 운영한 알렉상드르 백작이 운영관리를 원하면서 남았으며 2004년에 은퇴했다. 그리고 LVMH의 사장은 명석한 판단 하에 생테밀리옹에 있는 샤토 슈발 블랑(Château Cheval Blanc)을 관리하는 피에르 뤼르통(Pierre Lurton)에게 도멘의 관리를 맡겼다.
디켐(d’Yquem)의 어원은 Aig helm(wear a helmet; 투구를 쓰다)의 독일어에서 유래했다. 옛날부터 투구는 Nobility(기품, 존귀함)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샤토 디켐은 약 103헥타르 포도밭에 세미용(Semi-llion) 80%와 소비뇽 블랑(Sauvignon Blanc) 20%의 비율로 심어 손 수확한 후 블렌딩에 사용하는데 소비뇽 블랑은 산도를 보완한다. 발효 후에는 프렌치 뉴 오크통에 3년 6개월 동안 숙성하고 병입을 한다.
소테른의 완만한 언덕과 낮은 계곡이 시롱(Ciron)강을 만나 일조량이 풍부한 날씨가 되면 이른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면서 귀부 곰팡이(Botrytis Cinerea)가 발생한다. 귀부병 포도의 표면층에 미세한 구멍을 낸 사이로 계속 수분이 증발해서 건포도처럼 쪼그라들면서 엄청난 당도가 축적된 포도가 되며 스위트 와인 양조에 사용된다.


2006년에 런던의 앤티크 와인 회사는 1860년부터 2003년까지 135년간의 빈티지 시리즈를 150만 달러(17억4000만원)에 매각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2011년 런던 리츠 호텔에서 1811년산 샤토 디켐이 7만5000파운드(1억3600만원)에 개인 소장가 크리스티안 바네케(Christian Vannequé)에게 팔리면서 화이트 와인 중에서 최고가로 기록했다.
또한 토머스 제퍼슨은 프랑스의 미국 대사 시절에 샤토 디켐을 방문하고 시음한 후에 최고의 소테른 와인이라며 극찬했다. 그는 1784년 빈티지를 250병 주문했고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위해 추가 구매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혜성 빈티지’라 불리는 명품 와인

1811년 프랑스 보르도지역에 혜성이 나타났는데 그해 작황이 뛰어나 ‘혜성 빈티지’라 불렀는데 최고의 빈티지로 유명해졌다.
1996년 미국의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1921, 1929, 1947, 1961, 1989, 1990, 2000, 2009 그리고 2010 빈티지에 100점을 부여한 후에 1947년 빈티지를 ‘여왕의 자태를 뽐내듯 고혹적인 우아함과 웅장함이 있고 50년 이상 숙성되었지만 전혀 파워를 잃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생명력, 신비로운 복합성과 긴 여운, 그리고 묵직하고 오일같이 끈끈하고 매끈한 와인의 질감, 놀라워 할 정도로 힘차고 진하며 달콤한 과일 맛이 일품이고 와인 글라스에서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아로마는 다양한 과일향, 버터 바른 캐러멜 향이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1811년 빈티지 와인을 시음하고 예외적으로 장수한 빈티지로 극찬을 하면서 100점 만점을 줬다.
필자는 3번 방문했는데 1993년 빈티지가 인상 깊었다. 색상은 황금색으로 감미로운 꿀, 복숭아, 파인애플, 코코넛 향이 코끝을 스쳤고 산도와 당도의 조화가 완벽해 균형감이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으며 입안에서 여운이 오랫동안 머물면서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음식과의 조화는 거위간 요리와 찰떡궁합이지만 케이크, 파이, 생과일 등과도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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