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43 (금)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지 마라
일본의 실패를  답습하지 마라
  •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 승인 2021.06.29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존리가 말하는 ‘부자 되기’ 비법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1992년 겨울, 필자가 뉴욕의 자산운용사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락(Scudder Stevens and Clark, 이하 스커더)에서 근무하던 때의 일이다. 하루는 사내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모두가 회의실에 모였다. 일본의 미래에 대해 토론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일본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인 붐을 일으켰고 경영 방식,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었다. 

 

심지어 미국의 기업 문화는 일본보다 낙후되었으니 일본을 배워야 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국가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잘나갔던 그때, 일본은 자국 주식들의 시가총액이 미국의 경우보다 컸다. 또한 세계 100대 기업 중 50개가 일본 기업이었으며 자산규모 면에서 매겨진 세계 10대 은행 모두가 일본의 은행들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문맹’

그런데 사람들 대부분이 일본으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말했던 그 시기에, 스커더의 투자를 담당하는 구성원들은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일본이 매우 오랫동안 초유의 불황을 겪을 것이라고 예측한 것이다. 특별히 필자와 가깝게 지냈던 펀드매니저 윌리엄 홀처(William Holtzer)는 일본에 대해 극단적으로 회의적이었다. 
그는 인구 고령화가 예측되는데도 그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는 일본 정부를 이해하지 못했다. 홀처는 자신이 운용하는 스커더 글로벌 펀드의 일본 투자 비중을 1%로 줄이고 한국에 7%나 투자하는 획기적인 결정을 했다. 당시 두 나라의 시가총액을 비교했을 때 이는 엄청난 모험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판단은 옳았고 그의 펀드는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일본 증시는 계속 하락한 데 반해 한국 증시는 부침을 거듭하면서도 높은 이익을 가져다준 것이다. 비록 안타깝게도 홀처는 몇 년 전 투병 끝에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한국에 대한 그의 애정은 아직도 필자의 마음에 자리 잡고 있다.
1991년 겨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일본에 대한 스커더의 편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 들의 예상은 놀랍게도 적중했다. 일본에선 30년 동안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됐고 개인들의 노후 또한 어려워졌다. 


정부의 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238%에 달하는데도 경기가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일본의 미래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의 30년도 그다지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왜 일본은 이러한 일들을 예측하지 못하고 방치했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큰 이유는 금융문맹 때문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1980년대 일본은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부국이 되었지만 자본이 일하게 하는 것에는 서툴렀다. 
미국은 제조업에서 일본, 중국, 한국에 밀렸으나 실리콘밸리의 혁신과 퇴직연금을 위시한 월스트리트의 자금을 기반으로 삼아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탈바꿈했다. 금융문맹으로 부동산에만 투자했던 일본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일본인들의 자산은 평균 80% 정도가 예금과 부동산에 묶여 있고 예금 이율이 마이너스에 가까움에도 대부분 은행 예금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모험을 두려워하고 배타적인 이민정책을 고수하며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일본은 침체할 수밖에 없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본이 열심히 일하게 하는 법을 실천하자”

이러한 일본을 보면 이유를 불문하고 그들과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은 일본을 그대로 닮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자산이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다. 심지어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일본보다 오히려 나쁜 상황이다. 
일본의 사교육비 지출 문제는 한국처럼 심각하지 않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공부만 열심히 하면 풍요로운 인생을 살 것이라고 착각하며 엄청난 돈을 사교육비에 낭비하고 그 결과 자녀들은 창의적인 생각을 갖지 못함은 물론 경제독립도 이루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은 금융문맹국 1위인 일본에 이어 2위에 머무르고 있다. 자신의 노후대비를 위해 열심히 일해 줘야 할 퇴직연금 자산의 대부분이 원금보장성 상품에 머물러 있다. 
정말로 안타까운 사실은 양질의 장기적 자금이 주식 시장에 투자되지 않고 은행 예금에 들어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미래의 혁신적인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연기금들조차도 앞으론 한국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을 줄이고 외국 주식의 비중을 늘리겠다며 앞 다투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훨씬 더 여유롭고 행복한 노후를 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본인들이 제대로 하지 못했던 자본이 열심히 일하게 하는 방법을 실천함으로써 보다 확실한 경제독립을 이뤄야 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의 한일전은 뜨거운 관심을 불러 모으고 모두가 열광한다. 그러나 금융지식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직결된 문제임과 동시에 국가경쟁력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에 스포츠 경기보다 더욱 중요한 사안이다. 일본과의 이번 경제 분쟁이 우리에게는 일본 경제와 사회를 잘 파악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일본은 국민들의 금융문맹 탓에 잃어버린 30년을 보내야 했다. 또한 금융문맹률이 여전히 낮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이번 기회에 한국은 일본의 과거 실책과 잘못된 점을 반면교사로 삼고 일본과 정반대의 길을 가야 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길 바란다.
한국은 일본과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일본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자산이 은행예금과 부동산에 집중되어 있다. 개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은 일본보다도 더 나쁜 상황이다. 국가부채를 해소하는 유일한 방법은 경기가 회복되는 것이다. 90%의 금융문맹률이 획기적으로 낮아져 더욱 많은 사람이 경제적 자유를 얻어야 개인도 윤택해지고 나라도 잘살 수 있다.  <다음 호에 계속> 

========================== 프로필 ======================
▲1958년생
여의도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중퇴
뉴욕대학교 회계학과 학사

▲주요 경력
KPMG 회계사
미국 스커더스티븐스앤드클라크 포트폴리오 매니저(1991년)
도이치투신운용 매니징디렉터
라자드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2006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2014년~현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