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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적인 풍미에 가성비까지 갖춰
매혹적인 풍미에 가성비까지 갖춰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1.09.01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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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메인 가르디에(Domaine Gardiés)에서 만난 천상의 와인

 

프랑스 루시옹(Roussillon) 지역은 스페인과 접해있어 스페인의 문화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화려한 와인보다는 소박하고 정직한 와인을 만드는 열정이 고스란히 와인 속에 담겨 있다. 


루시옹 와인투어를 갔다가 우연한 기회에 도메인 가르디에(Domaine Gardiés)를 방문했을 때 젊은 부부가 와인을 가족처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에서 놀랐다. 겨울철 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먼 곳 한국에서 왔다고 다정하게 맞이해주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와이너리라기보다는 평범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하고 있었고, 와인을 테이스팅하기 전에 포도밭의 떼루아를 설명해야 한다며 포도밭으로 데리고 가는 모습이 매우 진지했다. 포도밭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농사법에 적용하여 포도나무를 자식처럼 사랑하고 아끼는 부성애가 가슴으로 느껴졌다. 리치를 통해 자세히 소개한다.

 

정통 양조 고수하는 
가르디에(Gardiés) 가문의 자존심 

루시옹 지역의 피레네산맥(Pyrenees Mts.) 기슭에 있는 뱅그라우(Vingrau) 마을은 조용하고 한적인 농촌이었다. 이곳에서 7대에 걸쳐 대대로 포도나무를 재배해 온 가르디에(Gardiés) 가문의 역사가 서려 있는 땅이다. 그들의 철학은 ‘자연과 야생의 조화, 자연의 순리를 이해하는 통찰력과 열정‘으로 떼루아를 이해하고 와인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8세기 후반에 카스타니(Castany) 가족은 마스 파린(Mas Farine)의 코르비에레(Corbières) 한가운데에 정착했다. 카스타니 가족은 사유지의 작은 포도밭을 소유하고 농사를 지었다. 제2차 세계 대전 후에 카스타니는 딸 노엘레(Noëlle)에게 상속했고, 그녀는 헨리 가르디에(Henri Gardiès)와 결혼하여 계속 포도 농사를 지었다.

1960년 헨리 가르디에는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마다 포도밭을 샀는데, 1980년에 30헥타르가 되었다. 1990년대 초반에 그의 아들 장 가르디에(Jean Gardiés)가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장 가르디에는 부모로 상속받은 작은 포도밭이 자갈과 검은 편암 토양으로 형성되어 있어 어린 청포도 포도나무로 품질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대신 스위트 와인 생산을 축소했다. 장 가르디에는 부인의 여성적인 감수성, 정확성, 부드러우면서 집중화를 시킬 수 있는 우아한 모습을 와인에 적용해 열정을 쏟아 부으며 자신만의 최고 와인을 만들었다.


 장 가르디에는 성년이 된 아들 빅터(Victor)와 함께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양조한다. 루시옹에서는 와인 양조가 사이에서 정통 양조방식을 고수하는 존경 받는 양조가로 인정받았다.


자연이 허락한 맛, 최고의 와인

2001년 장 가르디에는 부모에게 상속받은 35헥타르의 포도밭을 유기농업으로 전환되어 주변 관목지와 생태환경 속에서 강하게 키웠다. 인간이 생각하지 못한 자연생태계는 거칠고 거칠지만, 조화롭게 살아가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최고의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연의 모든 것, 태양, 바람, 구름, 비를 포함하여 흙과 토양이 주는 진실함을 믿고 지속적인 포도나무에 관한 사랑이 중요하다는 철학을 실천했다. 


도메인 가르디에는 주요한 2개의 포도밭을 갖고 있었다. 코르비에레스(Corbières)는 산기슭에 자리 잡은 지역으로 검은 편암(Espira de L’Agly) 토양은 관목지의 석회암과 혼합되어 시라(Syrah), 무르베드르(Mourvedre) 등의 포도나무가 재배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 뱅그라우(Vingrau)는 가파란 절벽에 있는 땅으로 점토, 석회암의 토양에 수령이 오래된 그르나슈(Grenache), 카리냥(Carignan)이 재배하고 있다. 


지중해성 기후인 루시옹은 강한 바닷바람에 좋은 점도 있었지만 포도나무가 견디기에 어려움도 있다. 지중해의 강한 바람에 의한 복잡한 떼루아는 도메인 가르디에의 와인 양조에 강한 바디감의 파워, 우아하고 섬세한 맛과 향을 만들어 준다.


와인 양조시설과 오크 통이 있는 숙성실은 부르고뉴의 작은 도메인(Domaine)의 느낌이 들었다. 도메인 가르디에 와인은 모든 양조 과정을 거의 수작업으로 한다. 포도 수확도 잘 익은 포도만을 엄선하여 손수 수확하며, 발효, 숙성과정도 전통 방식을 고집한다.

발효가 완료된 와인은 콘크리트 탱크에서 12개월 동안 숙성한 후에 프랑스산 뉴 오크통에서 50% 숙성시켜 출고한다고 했다.
필자는 5개의 와인을 시음하였는데 그 중에서 꼬뜨 뒤 루시옹 루즈 레 밀레르 2015(Cotes du Roussillon Rouge Les Millères 2015)가 가장 인상이 깊었으며 가성비도 좋았다. 


그르나슈 (Grenache) 40%, 시라(Syrah) 35%, 카리냥(Carignan) 20%, 무르베드르(Mourvedre) 5%를 블렌딩한 것으로 강렬하고 밝은 루비 레드 칼러, 아로마는 카시스, 블랙 라즈베리, 블랙 커런트, 구운 향신료 향이 나며 마셔보니 검은 과일과 부드러운 향신료의 향기가 입안에서 균형 잡힌 모습을 드러내며 구조감이 좋고 부드러운 타닌 질감으로 미각을 매료시키는 매혹적인 풍미가 일품이었다.

입안에 감도는 모카의 풍미와 여운이 좋은 균형감과 함께 오랫동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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