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8 15:26 (화)
“CSR 넘어 ESG로” 이젠 금융기관의 생존경쟁
“CSR 넘어 ESG로” 이젠 금융기관의 생존경쟁
  • 최상훈 기자
  • 승인 2021.11.16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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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 뇌관 돼버린 中헝다 사태

 

메리츠자산운용사는 최근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특히 이제 보통명사가 돼버린 ESG경영에 대해 전방위로 분석했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의 최대 관심은 중국의 헝다그룹 처리방향이다. 가뜩이나 미국 테이퍼링 등 글로벌 경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파급력이 큰 중국 헝다그룹 사태까지 겹치며 불안정성이 극대화되고 있어 리치에서 보고서 자료를 자세히 소개한다.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

최근 몇 년간 금융시장에서 ESG 는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기업의 사회적 책임) 혹은 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친환경, 사회적 책임 경영 및 지배구조 개선)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며, 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책임에 대해 고민하고, 구체적인 안건들을 실행에 옮기는 모습은 고무적이다. 금융업 역시 ESG 에 대한 노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금융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 ESG 관련 노력에 빠져 있다고 생각된다.


금융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 중 하나는 고객들이 인플레이션을 이길 수 있는 투자를 장기간 지속하여 복리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이를 통해 고객들이 편안한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여정을 함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들 역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으며 이는 고객, 금융기관,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동일 선상에 놓일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책임을 수반하는 경영 전략이 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빠른 고령화, 낮은 출산율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인구구조 측면에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국민 개개인이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이를 직접 적극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도와 주는 것은 금융기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국의 퇴직연금 및 개인연금 대부분은 원금보장형 상품에 가입되어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가 가능한 자금을 물가상승률을 이길 수 있는 금융 상품에 투자하고자 하는 고객들의 미충족 수요 (이하 ‘Unmet Needs’) 에 적극적으로 효용성 있게 대응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금융감독원 보도자료에 의하면 2020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19 년 대비 15.5% 증가한 255조 5천억이며 연금저축 적립금 규모는 5.7% 증가한 151.7 조원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중 89.3% 는 원리금보장형에 투자되어 있으며 최근 5년 및 10년간 연환산 수익률은 각각 1.85% 와 2.56% 에 불과하다. 연금저축 역시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에 투자되어 있는 관계로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한 2020년 (코스피 지수 30.8% 상승)에도 평균 수익률이 4.18% 에 그쳤다. 다시 말해, 적극적인 운용을 필요로 하는 국내 연금 시장의 Unmet Needs 가 400 조원 이상이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의 어려운 상황 하에서도 한국 금융기관들은 사상 최대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들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 이자수익 : 고객들의 예적금을 바탕으로 대출을 통해 수익을 창출. 부동산, 설비투자, 운전자본, 신용카드 대출 등.
- 비이자수익 : 금융기관의 자본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 순수한 수수료 수익.


비이자수익 내에서 고객들의 투자와 관련된 수익은 대부분 단기적인 매매를 장려하여 금융기관의 수수료수익 (Fee Income) 을 증식시키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부채를 이용한 단기적인 투자는 (신용거래) 금융기관의 수익을 증진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고객들, 즉 한국 국민들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본인의 여유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증식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사회적 책임이 반영된 투자에 대한 서비스는 양과 질에 있어 부족함이 많다. 바로 금융기관의 수익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금융기관의 고객인 한국 국민들의 노후 준비는 열악해 지는 중요한 이유다.


“Financial products are sold, not bought” 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다. 금융 상품은 소비자가 본인의 판단으로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닌, 판매자가 원하는 대로 팔 수 있는 상품이라는 의미다. 금융교육의 부재와 금융기관들의 사회적 책임 부재가 만들어낸 현상을 반영한다.
400 조 대의 연금 자산의 Unmet Needs 를 꾸준한 금융 교육을 통해 적극적인 운용으로 전환 시키게 될 경우, 고객들은 복리 효과를 극대화하여 편안한 노후준비를 할 수 있으며 금융 기관은 balance sheet 을 이용하지 않는 사업 부문의 성장을 통해 높은 ROE를 달성할 수 있다.


中 헝다그룹이 주는 교훈

금융기관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지만 개인 스스로 올바른 재무관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중국의 헝다 (Evergrande) 그룹 관련 이슈는 자산 구조 및 배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된다.


중국의 헝다 (Evergrande) 그룹 관련 소식은 9 월 전세계 금융 시장에 다소 높은 변동성을 초래하였다.
2021년 상반기 기준 헝다그룹의 총 부채규모는 1.97조 위안으로 335 조에 달하는 수치다. 헝다가 발행한 채권들의 이자지급 일정이 다가오는 가운데 9 월 23 일 지급 예정이었던 역외채권에 대해 헝다는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으며, 역내채권 역시 이자 전액 지급 보다는 부분 지급 혹은 기한 연장 등의 미봉책을 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내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 규모가 7천5백억 가까이 되는 관계로 헝다가 자체적으로 회생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헝다그룹과 관련된 중국 부동산 산업의 이슈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부동산 가격은 경제 발전의 반영이어야 하는데, 이를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용한 정책의 일단락 및 조정을 겪어 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중국 부동산 산업은 선분양 과정을 통해 건설에 필요한 일부 운전자금을 미리 마련하는 구조이다. 이 선수금은 부채로서 건설에 필요한 운전자금 용도 외에는 사용이 되면 안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 현금을 가지고 있기에 일종의 심리적인 안전망을 제공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중국인 대다수의 부가 부동산으로 축적되었고 부동산 및 건설업의 고용에 대한 기여도가 높은 만큼 중국에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어려울 것이라는 가정을 많은 중국인들이 하게 되었고 부동산 개발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일부 기업들은 과도한 부채를 이용해 토지 매입을 공격적으로 하였고 이는 주택 가격으로 전가되었다. 일반 대중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주택 가격 상승은 가계 부채를 증가시키고 동시에 빈부 격차를 악화시키는 상황을 만들게 되었다. 또한, 가계 자산 중 유동성이 없는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 유동성 리스크를 증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여기서 모순되는 점은, 토지 매각은 중국 지방 정부의 주요한 수입원이기 때문에 지방 정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공격적인 토지 매입 및 이로 인한 가격 상승이 나쁘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상승하는 경우 수요 또한 증가하기 때문에 개발 프로젝트의 기간들이 짧은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부동산 개발 기업들은 단기 부채를 이용해 프로젝트를 마무리해도 큰 위험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년 중국 정부가 부동산 산업에 대한 부채 제한을 시작하면서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현금흐름에 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였고, 현금 마련을 위해 큰 디스카운트를 주고 선분양을 시작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자산 클래스에서 경험할 수 있듯이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수요는 사라진다. 선분양 수요의 하락은 현금 부족을 악화 시켰고, 일부 부동산 개발 기업들은 단기 부채로 이제는 장기 프로젝트가 되어버린 부동산 건설을 조달하는 상황이 되었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Duration) 불일치는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현금 흐름 및 재무구조에 큰 압력을 주게 되었고, 현재 헝다그룹 뿐만 아니라 일부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에게 가장 중요한 점은 선분양 후 건설이 중단된 헝다그룹의 프로젝트들이 완공되어 주택 구매자들이 본인의 집을 가질 수 있게 하는 것과, 헝다그룹이 현금 지급을 지연하여 연쇄 파산 위험이 있는 하도 업체들이 정상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헝다그룹이 파산을 하더라도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들은 존재하기에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없도록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헝다그룹의 회생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을 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주식과 채권 투자자들, 특히 이자지급일이 다가오는 역외 채권 투자자들은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헝다그룹의 부채가 중국 전체 뱅킹 시스템의 대출 규모 대비 0.3% 정도인 점을 고려 시 위에 언급한 두 가지 목표만 달성된다면 헝다그룹이 파산하더라도 중국 내에서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두 가지 큰 가정이 존재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크게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가정과 헝다그룹의 채권 등이 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이 파생상품으로 연계 되어 판매되지 않았다는 가정이다.


여기서 문제는 중국 정부가 최근 내걸고 있는 공동 부유 (Common Prosperity) 고려 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도록 두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헝다그룹과 유사한 케이스가 연이어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또한, 자금 조달이 어려운 부동산 개발 기업들이 그림자 금융 (Shadow Banking) 을 이용해 왔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 규모에 대한 정확한 추측이 어려운 챌린지가 있다.


역외채권들 또한 파생상품이 연계되어 판매되었다면 그 영향은 예상보다 클 수도 있다. 헝다그룹 문제의 해결이 어느 방향으로 진행되던 중국 내의 경제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가능성은 높다. 또한 헝다그룹의 역외채권들만 디폴트가 되는 경우, 해외 투자자 입장에서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한 신뢰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반면, 중국 정부가 다양한 산업에 걸친 규제를 통해 그 동안 건전하지 못한 성장을 해온 산업 및 기업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부분은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으며, 모든 국가가 고유의 리스크를 가지고 있듯이 이 또한 중국을 투자하는데 있어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리스크이며 동시에 기회라고 생각된다.


메리츠차이나펀드를 공동운용하는 중국의 빈위엔캐피탈과 함께 중국 정부의 규제와 관련한 리스크들에 대한 관리를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 하에서도 질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한편, 헝다그룹의 문제는 한국 가계의 자산 구조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예시이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부채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입하고, 유동성이 없는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자산 구조이다.


사람들은 종종 절대적인 가격으로 특정 자산이 비싼지 혹은 싼지를 이야기 한다. 주식의 가격이 10 만원이면 비싸고, 만원이면 싸다고 얘기한다면 전형적인 금융 문맹의 예시다.
부동산도마찬가지다. 미래에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금융 문맹 이다. 절대적인 가격은 인플레이션과 어느 정도 일치하게 상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1) 나의 현재 자산 구조; 2) 유동 및 비유동 자산의 구조; 3) 나의소득 및 투자 가능 여유자금의 상승 속도 4) 부동산이 아닌 다른 자산에 투자 시 기회 비용 5) 구매하고자 하는 부동산의 cap rate (Capitalization Rate, 자본 환원율) 혹은 ROE (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 등에 대한 고려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 부동산을 볼 수 있다. 만약 내가 거주할 부동산이라면, 음식과 마찬가지로 공간은 평생 필요한 것들이며 이런 관점에서는 자산이 아닌 부채로 볼 수 있다. 가령, 내가 거주하고 있는 부동산의 가격이 많이 상승하여 이익을 실현한다고 해도 여전히 내가 거주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또 다른 부동산을 구매해야 하고, 이 때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면 결국 동일한 부동산을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하게 된다. 즉, 거주용 부동산의 경우 가격의 상승이 반드시 나의 자산 가치의 상승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엄격하게 본다면 내가 거주하는 부동산 가격의 상승 및 하락은 큰 의미가 없다.


중국 정부의 부동산 산업에 대한 제재는 부동산 개발 기업들의 과도한 부채를 통한 무분별한 확장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가계부채 및 가계 자산 구조의 비정상화 때문이기도 하다. 하단의 차트들에서 볼 수 있듯이 GDP 대비 중국 가계 부채 비율은 2015년 39% 에서 2020 년 62% 로 상승했으며, 가계 자산의 부동산 비중은 40% 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수치들이 중국가계 자산 구조가 건전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롭게도 중국보다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높고 동시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국가가 한국이며,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 역시 2020년 기준 62% 로 중국보다 월등히 높다. 이번 중국의 부동산과 관련된 사례가 개개인의 자산 구조 및 배분에 대해 재점검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미국 피델리티 자산운용의 대표 펀드매니저인 조엘 틸링해스트 (Joel Tillinghast) 는 저서인 Big Money, Think Small 에서 부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사업 실패의 시작은 경기 순환의 변동성, 기술적인 변화 혹은 고객의 외면 등에서 시작하지만 사업 실패의 마무리를 장식하는 것은 항상 ‘과도한 부채’ 이다. 부채가 기업을 무너뜨리지는 않지만 경우에 따라 기업의 취약점이 될 수 있다. 자본의 활용에 있어 ‘일치’ 의 원칙을 존중하는 기업을 찾아라. 부채는 안전 자산에 대해 이용하여야 하며 장기자산에 대한 투자는 장기부채로 조달해야 한다.  최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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