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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과일 풍미에 반하다
부드러운 과일 풍미에 반하다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2.05.03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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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뉴에서 빚은 ‘메종 루 뒤몽(Maison Lou Dumont)’

 

 


봄날이 포도나무의 싹을 움트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와인시장의 급성장으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을 소개한다.


 

프랑스 부르고뉴를 방문할 때마다 아름다운 미소로 반갑게 반겨주던 메종 루 뒤몽(Maison Lou Dumont)의 박재화 사장이 생각났다. 10년 전 프랑스 부르고뉴의 슈발리에 뒤 따스뜨뱅 기사 작위를 받게 해주었고, 봄날 부르고뉴를 방문한 적이 있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박재화 사장은 고미술품 복원 전문가의 꿈을 갖고 프랑스 부르고뉴로 유학을 하러 갔다가 대학 시절부터 소믈리에를 꿈꾸며 호텔 레스토랑에서 소믈리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본격적인 와인 공부를 위해 부르고뉴로 유학하러 온 일본인 나카다 코지(Nakada Koji)씨를 만나 부르고뉴 와인에 푹 빠져 본격적으로 와인을 공부했다.

두 사람은 서로 와인에 관해 토론할 때가 가장 행복했고, 함께 부르고뉴 본 로마네 지방의 포도밭을 공부하며 아루망 루소(Armand Rousseau)를 방문해 와인을 마시면서 와인 양조가의 꿈을 갖고 도전하게 됐다. 프랑스어를 마친 두 사람은 부르고뉴 와인 무역의 중심지 본(Beaune) 마을에 있는 소믈리에 전문학교 CFPPA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1999년 박재화 사장은 나카다 코지씨와 결혼했고, 2000년 외지인들에게 완고한 부르고뉴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뉘 생 조르주(Nuits Saint Georges)마을에서 ‘루 뒤몽(Lou Dumont)’을 설립하고 와인 전문 중간 상인인 네고시앙(negociant)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부르고뉴의 떼루아를 의미하는 천지인(天地人)을 레이블화했다. 루 뒤몽은 프랑스어로 ‘섬에 있는 산’이라는 의미다.

박재화 사장의 고향 거제도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특히, 부르고뉴는 전형적인 소작농 와인 양조가로 와인 마케팅의 개념을 모르는 도메인들에 박재화 사장 부부의 전략은 통했다. 부르고뉴의 품질 좋은 와인을 아시아로 수출을 대행해주면서 인심을 얻었다. 박재화 사장 부부는 와인 중개자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와인을 직접 소량 생산하면서 와인 양조에 도전장을 냈다. 

박재화 사장 부부가 만든 첫 번째 와인은 일본과 한국에서 몇 년 동안 고전을 했으나 2006년 12월 일본의 와인 전문 만화 ‘신의 물방울’ 9권에 소개되면서 와인 마니아들 사이에서 ‘메종 루 뒤몽-뫼르소 천지인 2003’ 프랑스 부르고뉴산(産) 화이트 와인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천지인 와인으로 일약 명성을 얻었다. 프랑스 와인의 본고장인 부르고뉴에서 아시아 최초로 와인 양조가로 등장한 만화의 주인공이 아시아인, 박재화 사장 부부가 만든 와인이었기 때문이다.

행운의 여신은 다시 찾아왔다. 일본인의 독자가 많은 ‘Le Guide Achette’ 같은 프랑스 와인 잡지에서 루 뒤몽 천지인 와인에 좋은 평가를 해주었고, ‘크레망 드 부르고뉴(Cremant de Bourgogne)’ 스파클링 와인은 세계적인 와인 양조가이면서 부르고뉴의 와이의 거장인 앙리 자이에(Henri Jayer)가 극찬하면서 브랜드 파워에 탄력을 받았다. 그 후 몇 차례 루 뒤몽 천지인 와인이 신의 물방울에 소개되면서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와인으로 부상했다. 한국에서도 뉴스에 집중됐다.

2012년 부르고뉴에서 점차 명성을 얻은 박재화 사장 부부는 허물어져 가는 옛 도메인을 인수하고 대대적으로 개보수해 와인 양조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부르고뉴에서 자신들의 첫 번째 포도밭 1헥타르를 사면서 제2의 도약에 성공했다. 매년 품절이 될 정도로 와인이 부족했다. 최근에는 유기농법의 포도로 와인을 만들면서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을 고민하고, 건강에 좋은 와인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의 와인 전문가, 수입상, 소믈리에들이 프랑스 부르고뉴를 방문하면 꼭 다녀가야 할 루 뒤몽은 항상 반갑게 맞이해주는 박재화 사장 부부의 사랑과 열정을 보고 와인을 신뢰한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와인 양조가로 만나기조차 부담스러운 박재화 사장 부부의 루 뒤몽 천지인 와인을 통해 옛 추억을 되살려 보며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필자는 다양한 종류의 천지인 와인을 시음해봤지만, 가장 인상 깊고 가성비가 좋은 쥬브레 샹브레탕(Gevrey-Chambertin) 와인을 좋아한다. 포도 품종은 피노 누아다. 아름다운 버건디 색상에 아로마는 오크, 제비꽃, 체리, 장미, 블랙베리, 자두, 라즈베리, 가죽, 드라이 플라워, 바닐라 등의 향이 난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과일 풍미에 전형적인 미디엄 바디의 긴 여운이 매력적인 부르고뉴 와인을 대표한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로 쇠고기 스테이크, 가금류, 송아지 고기, 수렵한 엽조, 닭고기 요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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