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3 10:04 (화)
멸종 위기 꿀벌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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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겨레 기자
  • 승인 2022.05.3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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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멸종 위기 꿀벌 살리자추진

 

K-Bee 프로젝트
K-Bee 프로젝트

 

KB금융지주(회장 윤종규) 경영연구소가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벌집군집붕괴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를 발간했다. 리치가 자세히 소개한다.


 

‘벌집군집붕괴현상, 꿀벌의 경고에 응답하라’ 보고서는 ESG경영 선도기업인 KB금융이 꿀벌을 살리기 위해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주요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국민과 함께 나누며 사회적 움직임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K-Bee 프로젝트’의 하나로 작성됐다.

KB금융은 보고서를 통해 꿀벌 실종 현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점을 알리고, 꿀벌 보호가 필요한 이유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응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3월 2일 기준 전국 양봉 농가 약 2만3000가구, 약 227만 개 벌통 중 17.2%를 차지하는 4173가구, 약 39만 개 벌통이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벌통 하나에 사는 꿀벌 개체수를 2만 마리로 추산할 때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흔적 없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벌통은 여왕벌, 수벌, 일벌 등 약 1만~3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벌통 하나를 1군(벌 규모를 세는 단위)으로 간주한다.

보고서는 올해 1분기 약 78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실종된 벌집군집붕괴현상에 주목했다.

벌집군집붕괴현상이란 무리를 지어 사는 꿀벌 군집이 갑자기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2006년 미국에서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 무리가 돌아오지 않아 여왕벌과 애벌레만 남은 벌집이 다수 발견됐다. 1년 후 미국 벌집의 30% 이상이 사라지면서 처음 보고됐다. 국내에서 발생한 꿀벌 실종 현상은 여왕벌과 애벌레도 자취를 감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나 이 글에서는 군집붕괴현상으로 통칭한다.

꿀벌 손실을 조사해온 비영리단체 BIP(Bee Informed Partnership)에 따르면 최근에도 연간 약 45%의 꿀벌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자문회의에서 태스크포스를 구성, 벌집군집붕괴 원인을 밝히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으나 꿀벌 실종 이유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

군집붕괴현상은 꿀벌 개체 수 감소의 주요인으로 제기되는 전 세계적 현상이며 매년 유럽 30%, 남아프리카 29%, 중국 13%의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 실종 원인은?


정부 합동 조사에서는 이번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꿀벌응애와 같은 해충, 과도한 살충제 사용, 말벌에 의한 피해, 그리고 이상기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나, 명확한 이유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벌집군집붕괴현상 등으로 인한 꿀벌 개체 수 감소가 전 세계적 문제로 대두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2017년 12월 UN은 꿀벌 실종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로 지정했다. 5월 20일은 양봉 선구자로 근대 양봉업을 대표하는 슬로베니아 출신 양봉 교육가 안톤 얀사(1730~1773)의 생일이다.

유엔은 당시 지구촌 야생벌 2만 종 가운데 8000종이 멸종 위기에 처했으며 이런 추세라면 2035년 무렵에는 꿀벌이 지구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앤젤리나 졸리는 지난해 5월 ‘세계 벌의 날’을 맞아 6만 마리 꿀벌과 함께 촬영하면서 환경·농업·식량 문제 해결을 위해 꿀벌에 관심을 둘 것을 호소했다.

미국은 화분 매개자(pollinator) 역할을 하는 하와이 토종벌 등 7종의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자 생태계 파괴를 우려해 2016년 세계 최초로 꿀벌을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 4월 꿀벌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진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 계열 살충제 사용을 전면 금지(2013년부터 2년간 한시적 금지)했다. 이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를 사용한 농작물도 수입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독일의 다국적 제약회사 바이엘이 판매하는 니코틴 계열 신경 자극성 살충제다. 인체에 해로운 독성이 적은 친환경 살충제로 알려져 30년 이상 사용됐다. 우리나라는 개화 전 사용을 피하라는 주의가 있으나 사용할 수 있다.

영국은 멸종 위기 꿀벌을 살리기 위해 야생화가 서식하거나 서식 가능한 지역을 연결하는 꿀벌 친화적 통로 ‘B-라인’을 조성했다. 정부와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비영리단체 앤드루 화이트하우스(Andrew Whitehouse)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영국 내 곤충의 40~70%가 멸종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업과 유명 인사들도 사회적 활동과 각종 프로젝트를 통해 꿀벌 살리기를 위한 여론 형성과 실질적 관심 제고에 나섰다.

포르셰와 벤틀리, 롤스로이스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유엔에서 세계 벌의 날을 지정한 이후 ESG 경영 차원에서 꿀벌 프로젝트에 앞장서고 있다.

포르셰는 독일 본사의 라이프치히 오프로드 주행 시험장 부지에서 300만 마리 꿀벌을 기르며 연간 400㎏의 벌꿀을 생산하고 있다. 이를 라이프치히 서비스센터에서 판매하고 수익금은 꿀벌 보호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벤틀리는 영국에서 꿀벌 30만 마리를 키우며 꿀벌이 좋아하는 나무와 들꽃 서식지를 조성했다. 롤스로이스는 2020년 기준 25만 마리 꿀벌을 키우며 50만 그루 나무가 자라는 서식 환경을 제공하고 ‘롤스로이스 꿀’을 생산하고 있다.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겔랑은 지난해 5월 열린 앤젤리나 졸리의 꿀벌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겔랑은 유네스코와 함께 여성 양봉가 지원 프로그램 ‘Woman for Bees’를 진행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벌집 2500개를 설치하는 것을 목표로 선포했다.

할리우드 유명 인사들도 개인적인 활동을 통해 꿀벌 보호 필요성을 알리는 데 동참하고 있다. 배우 모건 프리먼은 대표적인 꿀벌 보호자(beekeeper)로서 2014년부터 미시시피 지역에 약 15만 평 규모의 목장을 마련해 꿀벌 보호 구역으로 개조한 뒤 직접 양봉에 참여했다.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새뮤얼 잭슨, 스칼릿 조핸슨 등 다수 유명 인사들이 뒷마당 양봉(backyard beekeeping)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꿀벌 보호 필요성을 알리는 데 동참하고 있다.


벌집군집붕괴 왜?


올해 국내에서 발생한 꿀벌 실종 사태와 관련해 지난 1월 7일부터 2월 24일까지 시행된 정부 합동 조사에 따르면 해충, 살충제, 말벌, 이상기후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응애(Varroa destructor)는 꿀벌에 기생하면서 체액을 빨아먹는 진드기로 군집을 붕괴할
정도로 무서운 파괴력을 발휘한다. 2021년 적기 방제 미흡으로 월동 일벌 양성 시기에 꿀벌응애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예년보다 일벌 개체수가 감소하고 세력이 약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미국 농무부(USDA)는 2006년 벌집군집붕괴현상의 주요인으로 꿀벌응애를 지목하기도 했다. 

살충제는 꿀벌응애 피해를 최소화할 목적으로 여러 약제를 최대 3배 이상 과도하게 사용해 월
동 전 꿀벌 발육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살충제 자체가 꿀벌에 미치는 독성뿐 아니라 해당 약제에 대한 내성이 생긴 꿀벌응애가 꿀벌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히는 문제도 발생한다. 살충제는 꿀벌의 비행 능력 상실, 기억력 감소를 야기하고 있다. 최근 3년간 드론 방제 지역과 벌집 군집붕괴 지역이 유사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꿀벌을 잡아먹는 아열대성 육식 곤충인 등검은말벌은 2003년 미상의 경로로 국내에 유입한 이후 꿀벌 개체수를 많이 감소시키고 있다. 전체 말벌 개체 중 등검은말벌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49%에서 2019년 72%로 증가했고, 2021년 양봉 업계 전체 생산액의 30%에 달하는 1500억 원의 피해를 줬다. 말벌은 유인제나 유인 트랩으로도 방제가 어려워 지난해 10월까지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이상기후 현상도 꿀벌 생존에 매우 위협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9~10월 발생한 저온 현상은 꿀벌 발육을 저해했고, 11~12월 발생한 고온 현상은 이른 개화로 봉군(蜂群)을 약화했다. 이상기후로 월동 중인 일벌들이 화분 채집 이후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이상저온에 노출되면서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고서는 “군집붕괴현상은 꿀벌 사체도 남지 않아 원인 분석에 어려움이 있고, 정부 조사에서도 명확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발생 원인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며 재발 우려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미세먼지와 함께 꿀벌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요인으로 지적돼 온 대기오염은 중국과 인도 등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의 사용이 늘면서 곳곳에서 전자파가 발생해 꿀벌이 벌통으로 돌아오는 길을 찾지 못하는 의견도 나온다.

보고서는 2009년 토종벌에 엄청난 타격을 입힌 바이러스와 비교할 때 이번 꿀벌 실종 사태는 기후 위기, 살충제 등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09년 토종벌은 유충에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 낭충봉아부패병이 유행하면서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멸종 위기로 내몰렸다. 이 병에 걸린 유충은 번데기가 되지 못하고 말라 죽게 됐다. 양봉 꿀벌에게는 별다른 피해가 없으나 토종벌에겐 치명적인 병으로 2009년 38만3418군이던 토종벌은 5년 후 4분의 1 수준인 9만4383군으로 줄었다. 면역력을 갖춘 품종이 개발됐지만, 토종벌의 봉군 수는 지금도 여전히 2009년의 3분의 1 수준인 약 13만 군에 머물러 있으며, 멸종 위기를 우려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벌집군집붕괴현상 원인으로 제기되는 기후 위기, 살충제, 대기오염 등은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결국 꿀벌을 살리는 방법은 인간을 살리는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라진 꿀벌, 인류 위협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 멸종 위기에 처한 생물의 심각성과 이를 막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논의가 지속하고 있으나 여전히 충분치 않은 상황이다. 2017년 윌리엄 리플 오리건주립대학 교수 등은 1992년 과학자들이 발표한 ‘인류에게 전하는 세계 과학자들의 경고’를 업데이트한 논문에서 ‘6차 대멸종’을 경고했다. 온실가스 증가와 산림 감소, 가축 대량 사육 등을 주요인으로 지적하면서 여섯 번째 대멸종을 피하려면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한 폭넓은 실천이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2019년까지 전 세계 800만 종의 생물이 발견됐으나 수십 년 이내 100만 종이 멸종할 것이며 50만 종 이상은 이미 서식 공간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2021년 10월 열린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 총회 1부에서 쿤밍 선언을 채택하고 생물다양성 전략 갱신, 관련 법체계 정비, 생태계 복원 등 17개 약속에 합의했다. 올해 3분기에 열리는 당사국 총회 2부에서는 전 세계가 함께 이행해야 할 공통 지표인 ‘2020년 이후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Post-2020 GBF)’를 공표할 예정이다.

보고서는 “기존 생물다양성 협약이 그 중요성에도 국민적 관심을 모으는 데 한계를 보였지만, 이번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는 벌집군집붕괴현상으로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때 북극곰이나 바다거북 멸종에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으나, 이로 인한 피해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보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 또한 포괄적이라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패러다임 속에서 관련 행동이 생물다양성 보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멸종 위기 생물을 구하는 직접적인 노력으로 연결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꿀벌 보존은 기후 위기 대응, 생물다양성 보존 등 패러다임을 떠나 인간과 접촉이 많고, 인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꿀벌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어 친근한 데다 부지런한 캐릭터로 널리 활용돼 그 중요성을 납득하는 데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자들은 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에게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꿀벌이 사라져 화분 매개자 역할을 하지 못하면 식물이 열매를 맺지 못해 결국 멸종할 수 있으며 이들을 먹이로 삼는 곤충과 초식동물은 물론 인간까지 연쇄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벼·밀과 같이 자화수분하는 일부 식물이 살아남더라도 식량 부족과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생산량의 약 75%가 꿀벌 등의 수분 매개에 의존하며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주요 작물 중 87종을 생산하는 데 꿀벌이 영향을 미친다.

2015년 하버드대학 새뮤얼 마이어스 교수팀은 꿀벌이 사라진다면 연간 142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과일 생산량의 22.9%, 채소 생산량의 16.3%, 견과류 생산량의 22.9%가 감소하고, 식량난과 영양 부족으로 많은 사람이 굶어 죽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농작물 재배 현장에서 수분 매개자로 꿀벌 의존도는 2011년 48.4%에서 2020년 67.2%로 증가했다. 꿀벌이 사라진 결과로는 ‘인간 벌’이 수분 매개자 역할을 맡은 중국 쓰촨성 사례가 있다. 중국이 1958년 대약진 운동의 하나로 참새를 몰살하면서 해충이 창궐하자 농민들이 살충제를 대량 살포하는 바람에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을 초래했고, 농작물 재배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이 직접 수분을 했으나 많은 노동력이 들면서 치솟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국제단체들은 꿀벌이 직접적인 산출물인 꿀을 생산하는 역할 외에도 생태계를 구성하는 필수 요소로서 큰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유엔 생물다양성과학기구는 2016년 세계적인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야생화분 매개자 감소가 국가적인 식량안보에 위협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2350억 달러~5770억 달러(약 300조 원~739조 원)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꿀벌은 미국 농업에서 과일, 견과류, 채소 등 130종 이상의 농작물을 수분시켜 150억 달러(약 19조 원) 이상을 기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꿀벌의 화분 매개 가치는 벌꿀 생산액(약 4000억 원)의 15배 수준이며 5조8000억 원 이상의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추정했다.

보고서는 “꿀벌은 그 자체로 2020년 기준 글로벌 시장 규모가 약 92억 달러인 양봉업을 형성할 뿐 아니라 화분 매개자로서 인간과 생태계에 측정 불가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에서 외부 경제를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양봉업자와 과수원 사례에 따르면 과수원 근처에서 꿀벌을 키우는 양봉업자가 과수원에도 큰 이익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언급된다. 이에 따르면 군집붕괴현상으로 인한 꿀벌 소멸은 외부 편익의 소멸도 가져올 것으로 예측했다.


꿀벌을 지켜라

꿀벌은 인류가 탄생하기 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다. 양봉은 기원전 32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꿀벌은 오랜 기간 병충해와 바이러스, 기후변화 등 여러 변수를 극복해왔으나 최근 군집붕괴현상은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어 어느 순간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벌집군집붕괴현상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꿀벌이 돌아오지 않아 꿀벌 사체조차 발견되지 않으므로 원인 파악이 어렵고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후 위기와 살충제 남용 등 인간이 야기한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측면에서 문제 해결 또한 인간이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보고서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을 막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건강한 서식지를 조성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밀원식물을 재배하고 밀원숲을 조성하는 데 정부는 물론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밀원(蜜源)은 꿀벌의 먹이가 되는 원천, 밀원식물은 꿀벌이 꿀과 꽃가루를 찾아 날아드는 식물, 밀원숲은 밀원식물로 조성돼 꿀벌이 살기 적합한 서식지를 말한다. 

보고서는 “인간에게 유리한 식물만을 집약적으로 재배하는 방식, 살충제 남용, 산업화로 인한 공장 증가 등은 꿀벌이 살아가기 힘든 환경을 조성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줄기에 목재를 형성하지 않는 초본식물은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고, 줄기나 가지가 목질로 된 목본식물로 이루어진 나무숲은 바람과 천적을 피할 수 있는 쉼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은 ESG 경영 차원에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숲 가꾸기에 참여하고 있으며 밀원 숲 조성은 기존 사업의 연속성을 유지하면서 꿀벌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적 관심 제고와 도심 꿀벌 서식지 조성을 위한 도시 양봉에도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도시 양봉은 빌딩 옥상 등을 활용해 도시에서 꿀벌을 키우는 사업으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꿀벌에게 서식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며 “도시에는 곳곳에 공원과 가로수가 많아 꿀벌이 먹이를 얻기 용이하며 농촌보다 농약 사용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벌 서식으로 도시에서 더 많은 꽃이 피고 곤충과 새가 늘어나면 건강한 생태계 조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서울은 마포구 노을공원, 성동구 서울숲, KB금융과 현대카드 옥상 등에 도시 양봉장이 조성돼 있다. 기업으로서도 유휴 공간을 활용해 ESG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고서는 “꿀벌 실종 사태가 일회성 관심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민관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하고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을 유도해 우리나라의 꿀벌 살리기가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받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품종 개량, 병충해 예방 등에 과학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국제기구 활동과 연계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등 장기적인 종합 계획 수립과 운영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또 기업은 ESG 경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꿀벌 보호에 기여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선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밀원 숲 조성이나 도시 양봉 등을 통해 꿀벌을 살리는 활동을 캠페인 형태로 진행해 꿀벌 서식지 조성에 이바지하고 국민적 관심을 높여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의 꿀벌 보호 활동이 지속해서 추진되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국민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관계자는 “KB금융그룹은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서 꿀벌 보호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KB의 작은 관심과 노력이 정부, 기업, 국민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져 꿀벌들이 다시 날아오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국민銀 본점 옥상에 도시양봉장 조성

KB금융그룹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의 생태계 회복에 앞장서기 위해 ‘K-Bee’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KB금융이 꿀벌을 살리기 위해 관심과 동참이 필요한 주요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국민과 함께 나누며 사회적 움직임으로 발전시키는 프로젝트다. KB금융은 밀원숲 조성, 밀원식물 Kit 배포, 도시양봉 등 다양한 해결 방안을 앞장서 실천하며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한 국민의 작은 실천을 끌어낸다는 계획이다. 

꿀벌은 인류가 식량용으로 키우는 100대 작물 중 70%의 수분을 담당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생태계 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꿀벌이 실종되고 있어 큰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국내는 지난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의 짧은 기간에 전라, 경상, 강원 등 전국적으로 꿀벌 약 78억 마리가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이 일어나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KB금융은 꿀벌이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되고자 나무 심기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과 함께 강원도 홍천 지역에 꿀벌을 위한 밀원숲을 조성한다. 앞으로 4년간 헛개나무, 백합나무 등 10만 그루의 밀원수를 심는다. 아울러 꿀벌 실종 피해뿐 아니라 올해 산불 피해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경북 울진 지역에도 밀원숲 조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밀원수는 꿀벌에게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다. 밀원숲 조성은 꿀벌 생태계 회복을 위한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특히 헛개나무는 개화 기간이 길고 벌꿀 생산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열매 등 부산물 수확이 가능해 인근 양봉농가의 지원에도 큰 효과가 있다. 

백합나무는 25년생 기준으로 1ha당 연간 10.8 CO2톤의 탄소를 흡수해 소나무(8.1CO2t), 잣나무(6.9 CO2t) 등 우리나라 주요 산림 수종보다 탄소 흡수량이 1.4배 이상 높아 꿀벌을 위한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큰 효과가 있다. 

지난 5월 24일 밀원수 심기에 대한 국민 참여 확산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 ‘K-Bee Zone’을 개설하고 ‘내 나무 갖기’ 이벤트도 시행했다. 참여자가 ‘K-Bee Zone’에 방문해 나무 심기 미션을 수행하면 KB금융이 홍천 밀원숲에 참여자 이름의 나무를 심는다. 

KB금융은 또 꿀벌 살리기에 많은 고객이 함께할 수 있도록 KB국민은행 영업점을 통해 해바라기 등 밀원식물 Kit 1만여 개를 배포하고 SNS 인증 릴레이 등 동참 이벤트도 진행했다.

앞서 KB금융은 지난 4월 꿀벌 서식지 조성을 위해 도시양봉 사회적 기업 ‘어반비즈’와 함께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꿀벌 약 12만 마리가 서식할 수 있는 ‘K-Bee’ 도시 양봉장을 조성했다. KB금융은 도시양봉장을 꿀벌과 생태계 다양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체험의 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수확한 꿀은 지역 내 저소득층 가정 등에 지원해 지역상생에도 기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식물원과 연계하여 식물원 내 야생벌을 위한 ‘Bee 호텔’을 설치하고 벌의 생태와 환경문제에 대한 생태체험 교육을 할 계획이다. ‘Bee 호텔’은 꿀벌과는 달리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야생벌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야생벌이 집을 짓기에 알맞게 설계됐다. 

KB금융 관계자는 “과거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며 꿀벌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며 “꿀벌 수분 매개의 경제적 가치 등 꿀벌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하고 국민의 실천을 모으는 작지만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K-Bee’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은 연중 캠페인 ‘세상을 바꾸는 국민’의 하나로 ‘K-Bee 프로젝트’와 더불어 ‘에너지 절약 프로젝트’를 함께 추진하고 있다. 그룹 SNS 채널과 인쇄 광고를 통해 ‘완충한 핸드폰 코드 뽑기’, ‘TV 볼륨 20% 줄이기’ 등 지구를 살리고 세상을 바꾸는 작은 실천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KB금융 관계자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작은 노력을 모으는 ‘세상을 바꾸는 국민’ 캠페인을 통해 환경·생태계 분야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ESG 경영 선도기업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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