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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의 질’ 저하…코로나19 영향 탓
‘고용의 질’ 저하…코로나19 영향 탓
  • 이욱호 기자
  • 승인 2022.07.19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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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여성의 고용의 질 불평등 확대

 

 


최근 고용의 양적 확대와 질적 개선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회복 속도 측면에서 보면 고용의 양 대비 질이 다소 더딘 것으로 분석됐다. 리치가 한국은행이 내놓은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 보고서를 통해 국내 고용의 질을 자세히 소개한다.

 

한국은행의 ‘우리나라 고용의 질 평가’라는 보고서에서 고용의 질 수준을 보면 올해 4월 기준 전체 노동자 중 취약 노동자의 비중은 26.0%다. 이 중에서 23.6%포인트는 다소 취약군, 2.4%포인트는 매우 취약군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연령별로 고용의 질 수준을 보면 핵심 노동 연령층(30~59세) 남성이 가장 양호했고, 고령층(60세 이상) 여성이 가장 취약했다. 핵심 노동연령층 여성은 남성보다 취약 노동자 비중이 높았다. 이는 40대 이상 여성 중 실직 위험이 높은 부문(숙박음식업·단순노무직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 비중이 높은 데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고용의 질 추이를 보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함께 나타났다. 긍정적인 측면은 고용의 양과 질이 동반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고용의 질이 양호한 노동자를 중심으로 고용의 양이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정적인 측면은 고용의 질이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을 소폭 밑돌고 있다는 점이다. 감염병 확산으로 고용의 질은 큰 폭 하락(최대 13.9%·2020년 4월)한 후 개선되고 있으나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 고용의 양보다는 질의 회복 속도가 다소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 비자발적 근로 시간 부족·매우 취약군 증가

고용의 질 회복이 더딘 것은 감염병 확산 초기 취약노동자들의 고용의 질이 크게 악화한 데다 회복도 느리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으로 조사됐다. 반면, 양호노동자 비중은 감염병 확산 초기에 상대적으로 소폭 감소한 후 지난해 7월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보고서는 더딘 회복의 원인으로는 우선 비자발적 근로 시간 부족을 들었다. 비자발적 요인으로 근로 시간이 부족한 노동자 비중은 큰 폭 상승한 후 하락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감염병 확산 이전보다 높은 상황이다. 비중은 감염병 확산 이전 대비 최대 6.3%포인트 상승(2020년 1월 4.1% → 2020년 4월 10.4%)했다. 최근까지도 2020년 1월 대비 높은 수준(+1.0%포인트)을 보였다.

비자발적 요인으로 근로 시간이 부족한 노동자들을 ‘일시적 근로 시간 부족 노동자’와 ‘평소 근로 시간 부족 노동자’로 나누어 보면, ‘일시적 근로 시간 부족 노동자’들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평소 근로 시간 부족 노동자’들은 증가하고 있다. 이는 감염병 확산의 영향으로 근로 시간 부족이 고착화된 노동자들의 증가가 고용의 질 회복을 제약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비자발적 근로 시간 부족 이외의 평가항목들은 감염병 확산에 따른 고용의 질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거나,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의 비중은 2018년 이후 변화가 크지 않았다. 감염병 확산 초기에는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이는 고용이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실직에 따른 구성 효과가 고용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수를 보면, 감염병 확산기에 계약기간이 없는 상용직은 2020년 1월 대비 최대 2.4% 감소에 그쳤으나 고용이 불안정한 취업자 수는 최대 5.2%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직 위험이 큰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노동자는 감염병 확산 이전부터 감소추세를 보였고, 감염병 확산 이후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실직 위험이 큰 부문에는 감염병 확산 이전부터 구조적인 요인으로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있거나(도소매업), 감염병 확산으로 취업자수가 많이 감소한 소상공인, 숙박음식업 등이 포함된 데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직 위험이 큰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비중은 단순노무직 증가의 영향으로 상승했다.

‘매우 취약군’의 증가도 고용의 질 회복이 더딘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매우 취약군’ 비중은 감염병 확산 초기 4.6%까지 상승한 후 하락하고 있으나 감염병 확산 이전(1.7%) 대비로는 0.7%포인트 높았다. 이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실직 위험이 큰 노동자의 근로 시간이 줄어 취약 노동자들이 더욱 취약해진 데 기인한다. 

고용불안정·실직 위험에서 고용불안정·실직 위험·근로 시간 부족으로 이동한 노동자 비율을 보면 2020년 3.7%(월평균)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최근 2.4%로 하락했으나 감염병 확산 이전 대비 여전히 높았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고용이 불안정하고 실직 위험이 큰 노동자 비중은 하락했으나 ‘매우 취약군’의 비중은 상승했다.

보고서는 “취약 노동자를 중심으로 고용의 질 회복이 더디게 진행된 결과, 고용의 질이 양호한 노동자와 취약한 노동자 간 고용의 질 격차가 확대했다”며 “이는 양호노동자(평가항목 0~1개에 해당)의 고용의 질 점수는 전 시기에 걸쳐 안정적이지만, 취약 노동자의 점수는 감염병 확산 초기에 크게 하락(2020년 1월 대비 11.6% 하락)한 데다 회복이 더딘 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 청년층 여성 고용의 질 불평등 확대

고용의 질을 성별·연령별로 보면 청년층(15~29세) 남성은 빠른 회복으로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을 큰 폭으로 웃돌고 있으나, 청년층 여성은 2017년 6월 이후 하락추세를 보이다가 감염병 확산기에 추가로 큰 폭 하락한 후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청년층 여성의 고용의 질 부진은 우선 계약기간이 없는 상용직 비중이 감염병 확산 이전부터 감소하는 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청년층 남성 중 계약기간이 없는 상용직 비중은 2018년 51.9%에서 2022년 1~4월 중 53.1%로 상승했으나 청년층 여성의 해당 수치는 54.1%에서 51.1%로 하락했다. 이러한 현상은 청년층 여성 중 계약기간이 있는 상용직의 비중이 300명 미만 기업에서 큰 폭 상승하고 있는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비자발적 요인으로 근로 시간이 부족한 노동자 비중이 감염병 확산 이전 대비 여전히 높은 것도 고용의 질 부진으로 나타났다. 청년층 남성의 비중은 2020년 1월 2.3%에서 올해 1월 2.4%로 거의 회복됐으나, 청년층 여성의 비중은 같은 기간 중 1.8%에서 3.5%로 큰 폭 상승한 데다 지난 4월에도 3.1%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보고서는 “이렇게 고용이 불안정하고 근로 시간이 부족한 노동자가 증가한 결과로 청년층 여성의 고용의 질 불평등이 확대됐다”며 “감염병 확산 이전에는 여성보다 남성의 고용의 질 불평등도 고용의 질 점수 표준편차가 더 높았으나 감염병 확산 이후에는 여성이 남성을 큰 폭으로 웃도는 데다 불평등도의 격차도 확대하는 모습”이라고 했다.

핵심 노동 연령층(30~59세) 고용의 질은 빠르게 회복하고 있으나, 남성과 여성 모두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보다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다만, 남성보다 여성의 고용의 질 회복 속도가 빨라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고령층 고용의 질은 감염병 확산 이전 수준을 소폭 밑돌고 있으나 견조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고령층은 여타 연령대 대비 고용의 질이 낮은 데다 전체 취업자에서 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고 있어 취업자 전체 고용의 질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이러한 결과는 3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고 했다. 우선 감염병 확산에 따른 고용의 질 저하는 비자발적 요인에 의한 근로 시간 부족에 주로 기인하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 구조 변화 등으로 근로 시간 정상화가 힘든 노동자의 이직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환경(사회안전망·직업교육 및 고용서비스 강화 등)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둘째로는 남성 대비 여성의 고용의 질이 낮은 현상은 중장기적으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들의 고용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며 “특히, 40대 이상 핵심 노동 연령층과 고령층 여성은 상대적으로 취약 노동자 비중이 높으므로 남성과의 격차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40대 이상 여성 중 취약 노동자 비중이 높은 것은 이들이 육아 등으로 경력 단절을 경험한 후 고용의 질이 낮은 일자리에 재취업한 데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므로 육아 중인 여성 노동자를 중심으로 일자리 공유 확대, 재택근무 제도화 등을 시행해 이들이 경력 단절 없이 현재의 일자리에서 장기간 근무하도록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는 고용의 질 지수는 실업률이나 고용률 등 양적지표에 비해 경기 선행성 및 동행성이 강해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이용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정교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양적지표는 경기에 후행하는 특성을 가지나 고용의 질의 경우 선행성이 상대적으로 강해 경기선행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보고서는 2015년 1월부터 올해 4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미시자료를 이용해 고용의 질 지수를 산출하고, 감염병 확산 충격으로부터의 회복 정도를 평가했다. 고용의 질 지수는 종사상지위의 안정성, 근로 시간, 노동자가 속한 부문(산업·종사자규모·직업)의 실직 위험 3가지 항목을 이용해 산출했다. 3가지 평가항목 중 2가지 이상 항목에서 취약하다고 평가되면 ‘취약 노동자’로 정의했다. 이 중 2가지 항목이 취약하면 ‘다소 취약군’, 3가지 항목 모두에서 취약하면 ‘매우 취약군’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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