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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Schloss Johannisberg) 와인....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157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Schloss Johannisberg) 와인....고재윤 교수의 와인이야기  157
  • 고재윤 교수
  • 승인 2022.08.25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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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맛 돋우는 심오한 신맛~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해외 와인 투어를 갈 수 없었던 긴 시간은 추억의 시간이 됐다. 다시 찾아간 독일 라인가우의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Schloss Johannisberg) 와이너리의 모습은 새롭기만 하다. 코로나19가 잠시 잠잠해지면서 와인 투어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독일로 향했다. 

독일에서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가이젬하임(Geisenheim) 지역의 가장 유명한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 와이너리다.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장장 14시간의 긴 비행시간도 지겹지 않았다. 독일 라인가우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은 나와 일행뿐이었다. 2012년 7월 여름 한낮의 무더위를 참아가며 찾아간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를 10년 만에 다시 방문한 것에 감사해야 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옛 모습은 그대로이고 사람들만 바뀌었다. 


루데스하임(Rüdesheim)에 있는 파크호텔(Park Hotel)에서 아침 식사를 끝내고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 와이너리로 향했다, 아직 포도송이가 익지 않은 채 매달려 있었다. 독일 와인의 대명사 리슬링(Riesling) 와인을 처음 세계적으로 알린 이곳 와이너리는 역사에 길이 남아있다. 또 독일 와인을 공부하는 사람이면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 중앙 광장에 서 있는 말을 탄 슈페트레제(Spätlese) 칼(Karl) 전사의 동상을 만나고 싶어 한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역사와 정치, 와인산업 발전에 위대한 업적뿐만 아니라 전설 속에서 탄생한 슈페트레제 와인의 진실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슈페트레제 칼 전사의 동상 앞에 독일 리슬링 섹트(Sekt)를 한잔하면서 본격적인 와인투어를 시작했다. 짧은 역사를 소개하면 1802년 프랑스 나폴레옹이 이곳을 몰수해 공매 처분한 아픈 역사가 있다. 1813년 나폴레옹이 패배하고 오스트리아가 승리하자 1816년 오스트리아 황제는 빈 회담을 주최하고 성공적으로 수행한 위대한 외상 프뤼스트 폰 메터니쉬(Früst von Metternich)에게 요한니스베르그 수도원을 선사했다. 그 후 오스트리아 황실도 몰락했지만, 그 후손들이 이 요한니스베르그 수도원을 유지하고 운영했다. 그러나 최근에 후손이 없어 현재는 외트커(Oetker) 그룹의 가족들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는 서기 817년 수도원장이면서 영주였던 마인즈(Mainz)가 베네틱트 수도사들에게 이곳에 수도원 겸 와이너리를 건축하도록 했다. 1170년 ‘요한의 산’이라는 뜻의 ‘요한니스베르그’라는 이름을 명명했다.

11세기 와인을 생산했던 지하 셀러가 그대로 유지·관리되고 있었는데 이곳 와이너리의 긴 역사를 대변해주고 있다. 17세기에 폴다 지역의 콘스탄틴 폰 버트라르 대주교(Konstantin von Buttlar)가 영주였기 때문에 종교와 정치적인 권력을 모두 갖고 있었으므로 이곳을 인수한 후에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1720년부터 리슬링 포도만을 사용해 양조할 것을 명령해 1721년 최초로 29만 주 리슬링 포도나무를 재배하고 와인을 생산했다. 
그 당시 폴다(Fulda) 지역의 콘스탄틴 영주는 포도 수확 시에 항상 자신에게 허락받고 수확할 것을 명령했다. 이곳 수도원의 책임자는 150㎞ 떨어진 폴다 지역을 말을 타고 가는데 3일, 허락 받은 데 1일, 돌아오는데 3일 총 7일이 걸렸지만, 항상 콘스탄틴 영주에게 허락받은 후에 와인을 양조했다.

그러던 1775년 그해의 포도는 유난히도 빨리 익어 일부는 나무에 매달려 썩어가고 있었다. 포도를 수확하지 못한 수사들이 발을 동동 굴리며 포도 수확을 더는 기다릴 수가 없어 과숙한 포도와 함께 폴다 지역의 영주에게 전령을 보냈지만, 영주가 다른 지역으로 출타 중이라 여러 날을 기다려도 허락받지 못했다. 보통 1주일이면 돌아오던 전령이 3주나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너무 과숙한 포도를 수확하게 됐다. 폴다 지역의 영주를 만나러 간 전령이 3주나 늦게 온 이유는 영주의 부재중이라는 설도 있지만, 폴다 지역에 간 전령이 미모의 여인과 사랑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내다가 돌아왔다는 전설도 남아 있다. 


수도원의 수사들은 너무 익은 포도송이를 보면서 낙담도 하고 큰 걱정을 하면서 늦게 수확한 과숙한 포도로 어쩔 수 없이 와인을 양조했다. 그다음 해인 1722년 4월 10일 수사들은 영주에게 바쳐야 할 와인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하면서 와인을 시음해본 결과 지금까지 맛본 와인 중 최고의 맛이라는 것에 어느 사람도 이의가 없었고 수사들의 걱정도 잊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행복감에 도취했다. 이렇게 위대하게 탄생한 전설의 와인이 슈페트레제(spätlese = late harvest)이며 늦은 수확의 시초가 됐다.

이러한 와인 실험정신으로 1787년 아우스레제(Auslese)를 양조하게 됐고, 1858년 드디어 아이스바인(Eiswein)이 탄생했다.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 와이너리의 건물이 궁전같이 웅장하고 아름답다. 지하에 있는 보물창고 같은 셀러는 1721년 건축돼 1748년 보수했고, 프뤼스트 폰 메터니쉬(Früst von Metternich)가 수도원을 인수하면서 일부 건축물을 제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완성하면서 로마, 바로크, 신 고딕 건축 양식이 함께 존재하면서 복합적인 건축미가 너무 아름답다. 


어두컴컴한 지하 셀러는 길이 250m, 넓이 11m의 크기다. 촛불은 와인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신비감을 전해주고 있으며 와인 박물관 그 자체였다. 셀라 가장 깊숙한 공간에는 보물창고가 있는데 1748년 빈티지 와인 1병, 1840년 빈티지를 비롯한 매년 빈티지 와인을 저장하면서 와인이 가득 차 있었으며 몇백 년의 세월을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 포도밭은 성과 라인강의 사이에 원만한 비탈과 구릉지로 펼쳐져 있고, 슐로스 요한니스베르그에서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바라보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

토양은 암반층 위에 규암, 점토질의 토양에 풍적 황토이며 라인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의한 천혜의 떼루아로 50헥타르의 포도원에서 25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의 와인 평론가 제임스 스클링(James Suckling)이 슈페트레제 와인(2019년 빈티지)을 100점 주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별도의 테이스팅 룸에서 드라이한 와인부터 스위트한 와인까지 5개의 와인을 시음했는데 그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2가지를 소개한다. 첫 번째 리슬링 그룬락 스페트레제 2021(Reisling Grünlack Spätlese 2021)는 슈페트레제의 전사를 연상하면서 마셨는데 라인가우의 특등급 포도밭에서 수확한 포도로 양조하며 옅은 황금색을 띤다. 꿀과 연한 레몬, 라임, 모과, 오렌지, 배꽃, 흰꽃 향이 풍부하다.

단맛이 살짝 돌면서 심오한 신맛이 입맛을 돋우어 준다. 매우 좋은 균형감과 여운이 오랫동안 남는다. 음식과 조화에 있어서 생선류, 탕수육, 닭고기 BBQ에 잘 어울린다. 두 번째 리슬링 로사락 아우스레제 2018(Reisling Rosalack Auslese 2018)은 손 수확과 선별 작업해 엄선된 포도송이로 양조한다.

연한 황금색을 띠며 전형적인 꿀, 레몬, 귤, 라임, 농익은 열대 과일 향이 풍부하다. 마셔보면 약간의 석유 향이 감도는 미디엄 바디에 활기찬 산도, 당도가 적절하게 균형감을 이룬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단맛이 우아하고 실크해 인상이 깊었다. 음식과 와인의 조화에서는 디저트 와인으로 사과파이, 과일, 케이크 등이 좋다. 그냥 마셔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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